‘청담동 주식부자’에 속은 투자자들의 눈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9 10:26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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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유명 인기 강사 이아무개 대표…P2P 금융사 ‘레인핀테크’ 활용 유사수신행위 위법 논란

부산에 사는 김명진씨(가명)는 4월2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한 투자 강연회에 참석했다. 한 경제케이블TV가 주최한 ‘2분기 핵심 유망주’ 강연회에는 이 방송의 단골 출연자인 주식 전문가 4인이 강사로 나섰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강사는 지난해부터 경제케이블TV와 종편을 넘나들며 주요 프로그램에서 ‘청담동 주식부자’라고 불리는 투자자문기업 M사 대표 이아무개씨였다. 이날 강연회에서 이 대표는 초반부에 화장품·제약 등 주요 산업들의 추세 변화를 살피더니, 중후반부에 가서는 최근 자신이 새로운 투자처를 발견했다며 신종 투자상품을 소개했다.

 

이 대표 이거 이야기하면 여러분이 미쳤다고 할 수 있는데, 그냥 이야기할 게요. 길 가다 보면 슈퍼마켓·편의점들 보셨죠? 작은 음식점들도 보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조만간 이런 게 다 없어질 거라고 봐요. (중략) 현재 증권사 객장 중 3분의 1이 없어졌는데, 이게 뭐 때문인지 아세요? HTS(홈트레이딩시스템)가 나오면서 다 없어졌어요. 은행도 마찬가지예요. 앞으로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계좌를 만드는데 뭐하러 가겠습니까? (중략) 제가 좋은 거 알려드릴게요. 시대가 좀 바뀌는 거 같아서, 제가 예전 어플 만들어서 돈 벌었듯 요즘 회사를 하나 더 만들었어요. ‘레인핀테크’라는 회사인데, 쉽게 말하면 인터넷은행이에요. (중략) 주식이나 부동산, 자동차 등 고가의 물건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해 주는 건데요. 이 회사 보세요. 만기 6개월에 연 10%의 수익률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청중 확정이자인가요?

 

이 대표 네. 확정이자요. 그리고 안전한 부분이 뭐냐면, 주식이 떨어지면 반대매물을 내놓으면 돼요. 예금자보호도 받고요. 얼마나 좋습니까?

 

청중 예금자보호도 되나요?

 

이 대표 네. 예금자보호(말끝을 흘리며)…. 제도권에 있는 거예요. 

 

청중 투자액은 제한이 없나요?

 

이 대표 네. 투자액은 제한이 없어요. 놀랍죠? 제가 이 회사를 만들었어요. 

며칠 후 김씨는 이 대표의 말만 믿고 모친과 함께 레인핀테크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금융 당국에 확인한 결과, 김씨는 “개인 간 투자인 P2P(Peer to Peer) 투자는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해당 업체에 전화를 걸어 “왜 사실과 다르게 말을 했느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 대표는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주주이며, 그의 말에 회사가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김씨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레인핀테크는 ‘만기 전 투자금 상환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이 대표, 방송 출연해 수천억 자산가 자랑

 

올 초만 해도 이 대표는 방송가에서 주목받는 기대주였다. 방송은 물론 투자 강연회에서 이 대표는 자신이 무일푼으로 시작해 30대 초반의 나이에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올랐으며, 강남의 최고급 저택에 여러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추천한 것은 비상장주식 투자였다. 비상장주식은 전형적인 복불복 투자상품이다. 그렇다 보니 미공개 정보 등을 운운하며 투자자를 현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 개인 간 체결된 거래여서 피해구제도 힘들다. 현재 금융투자협회가 장외주식 거래시장인 K-OTC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브로커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방식도 비슷하다. 피해자들은 그가 의도적으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자자를 현혹했다고 주장한다. 현재 20여 명으로 구성된 피해자 모임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아무개씨는 “이 대표가 대주주·브로커와 결탁해 싸게 나온 구주매출 물량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50~100% 비싸게 떠넘기면서 중간에서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일부 종목의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악재(惡材)를 숨긴 채 최고가에 보유 주식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이 대표는 물론 그가 대표로 있는 M투자자문사와 관련된 금융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검찰도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봉규 부장검사)에 배당했으며, 지난 8월23일 M투자자문사와 이 대표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피해자들은 이 대표의 장외주식 매매에 참여한 회원들이 현재 1500여 명이 넘으며, 투자금액은 2000억~300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인핀테크 “이 대표는 우리 대주주일 뿐”

 

이런 가운데 최근 투자 블로그·SNS 등에서는 P2P 금융기업(레인핀테크)이 이 대표의 사기 행각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레인핀테크는 지난 2월 설립된 P2P 방식의 금융서비스 기업이다. 관련 업계에서 주목하는 점은 레인핀테크의 사업 방식이다. 대주주인 이 대표는 주요 투자설명회 또는 SNS에서 ‘레인핀테크 상품에 대한 투자금액에는 제한이 없으며 원금보장은 물론 예금자보호까지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P2P대출 투자는 은행 예·적금과 달리 원금보호가 되지 않는다. 채무 불이행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P2P대출을 전형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해 왔다. 한 P2P 금융업체 관계자는 “원금보장 등을 말하는 것은 현행 대부업법에서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레인핀테크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지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대표는 대주주 중 한 명에 불과하며,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주주에게 시정을 요구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모든 법적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처럼 이 대표의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레인핀테크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레인핀테크와 이 대표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 4월 벡스코 투자설명회를 비롯해 여러 강연회에서 이 대표는 레인핀테크를 가리켜 자신이 세운 회사라고 주장해 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동영상에서도 이 대표는 자신의 동영상 카메라로 레인핀테크 사무실 곳곳을 찍으며 본인이 직원을 뽑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본인이 사실상 회사 설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얼마 전까지 레인핀테크 대표이사였던 김아무개 전 대표에 대해 “내가 회사가 너무 많아서 김○○라고 내 동생 베프(베스트프렌드의 약자)로 (대표이사를) 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투자사기가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주요 경제케이블TV에 출연해 명성을 쌓은 스타 출연자도 다수 있어 논란이다.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현재 M투자자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J에는 M투자자문사와 레인핀테크의 관계를 계열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레인핀테크는 8월12일부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아울러 8월23일자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당사에서 고객들에게 제안 드리는 채권상품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설계된 상품들임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렸다.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양아무개 대표는 직전까지 총괄이사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 신임대표 역시 이 대표가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에 나와 레인핀테크에서 판매 중인 투자상품을 적극 소개했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경영진 교체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레인핀테크는 현재 대부업법에 근거해 설립된 ㈜레인핀테크대부를 제휴 여신사로 두고 있으며 레인핀테크대부의 대표이사는 앞서 언급한 김아무개 전 레인핀테크 대표다.  

 

레인핀테크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금융 당국에 투자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다. 회사설립일이 2월인 데다 판매된 대출상품의 상당수가 만기가 6개월짜리여서 투자약정 불이행 등에 따른 피해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따라서 현재로선 레인핀테크가 당초 예상했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 역시 이 부분이다. 한 P2P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초창기 판매된 상품은 불완전 판매로 오해될 만한 것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처리퍼블릭&아이큐어’다. 지난 4월 벡스코 강연에서 이 대표는 이 상품에 현재 71명이 투자했으며, 투자금액은 9억원, 수익률은 연 10%라고 강조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주식을 담보로 대출해 준다는 게 동영상 속 이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를 목표로 했던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은 정운호 전 대표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때 장외시장에서 주당 17만원대에 거래됐던 네이처리퍼블릭 주가는 현재 4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문제는 강연회 당시도 네이처리퍼블릭의 정 전 대표가 구속 수감된 상태였다는 데 있다. 이 대표를 검찰에 고소한 배아무개씨는 “정 전 대표가 구속됐기 때문에 누가 봐도 주가가 떨어질 것이 뻔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채 투자를 장려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지난해 7월부터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을 대거 시장에 내다팔았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 임원인 P씨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을 목적으로 발행한 신주 역시 현재 값이 많이 떨어져 만약 이를 담보로 대출한 것이라면 투자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도 현재 레인핀테크가 불완전 판매 등 위법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P2P대출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P2P금융협회는 지난 7월 레인핀테크의 협회 가입 요청을 거부했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 회장(미드레이트 대표)은 “협회나 금감원 쪽에다 영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이 많았으며, 직접 실사를 벌인 결과 상품·담보성 여부 등에 오해를 받을 만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가입을 불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투자금 관리, 운영 방식 여전히 베일에 싸여

 

투자된 돈이 어떤 식으로 관리, 운영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일각에서 “투자금이 이 대표의 사채놀이에 쓰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과 금융 당국은 이 대표가 레인핀테크를 이용해 끌어모은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만약 레인핀테크와 이 대표의 관계가 단순한 대주주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레인핀테크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남홍 법무법인 소명 변호사는 “대주주의 발언만을 갖고 회사에 법적 책임을 지울 수는 없지만, 이 대표가 어느 정도까지 회사 경영에 개입했는지, 또 회사가 이 대표의 명성을 홍보에 얼마나 활용했는지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인핀테크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시사저널은 이 대표와 이 대표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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