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간이 없다”…생애 상봉 시한 임박한 이산가족의 한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25 16: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세 이상 고령자 84.4%, 사망자 수가 생존자 수 넘어…통일부 “올해 추석맞이 상봉행사 추진 어렵다”

남겨진 이들의 한(恨)은 언제 해결될 수 있을까.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코앞이다.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는 이산가족들이 많다. 추석 전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 통일부 측은 8월23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추석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제안한 것에 대해 “현재 상황 자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광복절 축사에서 이산가족과 관련된 제안을 하지 않았다. 2014년 광복절에는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2015년에는 6만여 명에 이르는 이산가족 명단 일괄 전달을 제안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만남이 무산 돼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지만, 이산가족들이 남은 삶 동안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상봉 시한’은 모래시계처럼 줄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들 중 매년 약 3800명의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고, 상봉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들은 2260명에 달한다. 올해 2월에는 처음으로 이산가족 중 사망자 비율이 생존자 비율을 역전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13만850명) 가운데 사망자 수가 6만7180명이 되면서 생존자 수 6만3670명을 넘어섰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25년 이내에 세상을 떠날 것”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올해 2월 50.4%던 사망자 비율은 두 달 만인 6월 51.3%로 증가했고, 이 비율은 앞으로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남아 있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는 진행 중이다. 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생존자 가운데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전체의 84.4%를 차지한다. 2004년 22.7%(2만2870명)였던 80대 이상의 비율은 세월이 흐르면서 60.4%(3만8424명)로 급증했다. 90세 이상의 생존자 비율은 2004년 2248명 (2.2%)에서 2016년 1만547명(16.6%)로 증가했는데 수명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활성화됐다. 해마다 2~3차례의 행사를 통해 만났고 지난 15년 간 20차례에 걸쳐 총 2만3676명의 상봉의 감동을 누렸다. 2005년에는 ‘화상 상봉’을 도입해 2007년까지 총 3747명의 이산가족이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이런 만남의 자리는 크게 줄었다. 2008년에는 상봉자 수가 두 자리 수까지 급감했고, 2014년(813명)과 2015년(972명)에 들어서는 연간 800~900명만이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올해는 그 누구도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32년이 되면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의 생존율이 0.5%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 기대여명(특정 시점에서 앞으로 더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으로 볼 때, 이산가족 대부분이 25년 이내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뜻이다. 또 지금까지의 상봉 규모가 유지된다고 해도 57.3%는 상봉하지 못한 채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이산가족들이 생애 한번이라도 가족을 만나려면 매년 최소 7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만남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만남 없어지자 민간 서신 교환∙유전자 채취 보관

 

국내에서 만남의 기회를 갖지 못하자 이산가족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제3국에서 생사 확인과 교류를 하고자 했다. 민간을 통해 서신 교환의 형태로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산가족 상봉 비용이 점차 늘어났다. 과거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이 민간 차원 이산가족 상봉자들을 전수 조사해보니 2005년에는 1인당 평균 425만원이 들던 상봉비용이 2009년에는 589만원이 됐다. 주선 사례비도 180만원에서 257만원으로 늘었다. 

 

사망자 수가 생존자보다 많아지자 세상을 떠난 뒤라도 가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혈액과 모발, 구강세포 등 유전자 샘플을 채취∙보관하려는 이들도 있다. 통일부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4년부터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유전자 검사를 한 이산가족은 약 2000명이다. 기억에만 의지해 가족을 찾는데 한계가 있는 경우, 이산가족 당사자가 사망한 뒤 혈연관계를 확인하거나 증명해야 할 경우 유전자가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다. 지난 해 약 1만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완료했고, 올해도 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