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흔적 지워주는 유품정리사
  • 구민주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25 14:14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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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정리’ 특수 청소 업체의 고독사 현장 동행 취재

지난 8월6일 경기도 성남시 한 임대아파트에서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한 지 약 3일이 지난 후였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집 안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퀴퀴한 냄새였다. 경찰에 의해 시신이 수습된 후였지만 거실 바닥과 벽면, 사망 위치로 추정되는 욕실에 남은 핏자국에서 냄새가 배어 나왔다. 연일 35도를 웃돌던 날씨 탓인지 바닥에 구더기까지 보였다. 현장에 동행한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의 김완 대표는 청소 의뢰자 대부분이 냄새를 참지 못한 이웃이나 집주인이라고 말했다.

 

우선 위생장갑과 덧신, 마스크를 쓰고 냄새가 스며들었을 물건부터 하나씩 치웠다. 준비해 온 쓰레기봉투는 순식간에 차고 넘쳤다. 걸레로 굳은 핏자국을 수차례 닦아내 눈에 보이는 흔적을 모두 치우고 나면,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없애기 위해 살균작업을 시작한다. 약품 처리부터 자외선 추적까지 총 4단계의 살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치우는 작업’은 끝이 난다.

 

치우는 일이 끝나면 ‘고르는 작업’이 시작된다. 집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고인의 유품들이 남아 있다. 김 대표는 바로 이 유품들을 정리할 때 가장 큰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고 말한다. 사망자가 생전에 가졌을 삶의 의지가 그 속에 배어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직원이 무연고 사망자의 집을 청소하고 있다.


냄새 참지 못한 이웃이나 집주인이 청소 의뢰

 

이날 현장에는 거실 한 벽이 책장으로 이뤄져 있을 만큼 유독 책이 많았다. 법전부터 역사 서적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읽다 만 듯 책갈피가 꽂힌 책도 보였다. 또 다른 벽에는 아이의 키를 잰 듯한 눈금들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마지막 눈금은 2014년에서 멈춰 있었다. 유품들은 유족에게 전달되지만 무연고사망자의 경우 의뢰인에게 인수되거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처분된다. 가전제품은 상태에 따라 지역 리사이클숍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지난해 1월 국내 특수청소업체들이 모여 한국유품정리사협회를 설립했다. 존엄성이 무너진 죽음의 현장을 더욱 활발히 찾아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산 등의 지원은 물론, 보건복지부·환경부 등 관련 주무부처와의 협력조차 잘 이뤄지지 않아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원은 “고독사 위험 대상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신고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민관이나 지역 간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 충분히 가능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송 연구원은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 하루속히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1인 가구는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 범위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사실상 아무런 지원도 못 받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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