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한국관광의 위기,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8.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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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8월 첫째 주, 휴가를 맞아 경주와 강릉을 찾았습니다. 여름 휴가철의 최절정기 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대표적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경주와 강릉은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동해안 관광지의 중심인 강릉의 침체된 모습에 현지 상인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습니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너무 적은 듯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한 상인은 “한국 사람들이 이제 여름휴가를 다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고 한숨을 지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한국 관광산업의 적자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여름 메르스 사태로 인해 관광수지 적자는 60억9460만 달러로 2007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5월까지 14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약 30억 달러 안팎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면, 적자의 폭이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관광수지 적자의 원인은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여행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줄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약 885만여 명이지만,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관광객은 약 655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20년 전인 1996년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는 어땠을까요? 20년 전 오늘인 시사저널 355호(1996년 8월15일자)에서는 특집기사로 ‘침몰하는 관광 한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20년 전서부터 이미 한국관광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나왔습니다.  

 

시사저널 355호(1996년 8월15일자)


『 올 들어 6월 말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었다. 전체 입국자의 44%를 차지했던 일본인 관광객은 9.1%나 줄었다. 이 같은 감소 추세는 7월 들어 한층 가속화하고 있어 관광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바운드 붕괴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1985~90년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연평균 15.7%에 달했고, 벌어들인 외화 수입은 35억3000만 달러나 되었다. 1990~95년은 연평균 증가율이 둔화했지만 절대 규모 자체가 줄어들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관광수지는 지난해 3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7억 달러를 넘어서 적자 규모가 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저널 355호(1996년 8월15일자) 「침몰하는 관광 한국, 왜 이러나」 中에서)

 

20년 전 당시 시사저널 보도를 보면, 한국 관광산업 수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최대 흑자의 정점에 올랐다가, 이후 매년 감소세를 나타낸 끝에 1991년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1993년 일시적으로 ‘반짝 흑자 전환’을 했지만, 1994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고, 이후 1995년에 이어 1996년까지 적자폭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외면하는 이유로 20년 전 시사저널이 분석한 원인은 ‘비싼 국내여행 요금’과 ‘단조로운 관광상품’ 등입니다. 서울 관광상품이 방콕이나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지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관광인프라의 취약함이었습니다. 20년 전 오늘, 시사저널의 관련 기사를 보시죠.

 

『 7월31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기미하라 마사코(29)와 이시즈카 야쓰시(26)는 인사동에 들러 도자기를 구경한 것 외에는 주로 먹고 쇼핑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마사코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십중팔구 먹고 쇼핑하기 위해서 온다. 한국에서 무엇인가 볼거리를 기대하고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관광의 묘미가 찾아간 나라의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과 대화해 그 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인데,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는 태세가 미비한 것 같다고 이들은 평했다. (중략) 태국·말레이시아·홍콩 등 아시아 각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마사코는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한국보다 볼거리가 많은 동남아시아에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355호(1996년 8월15일자) 「한국 관광 권하고 싶지 않다」 中에서)

 

20년 전 당시, 한국관광공사 김태연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배타적이고 불친절한 국민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입니다. 그 원인 또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가격은 비싼데, 막상 볼만한 것은 없고, 게다가 우리 국민들이 해외 관광객들에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다면,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리 만무합니다. 이제 그 근본적인 답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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