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잡으려면 친문 인사 잡아라”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9 18:20
  • 호수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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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당권 주자 캠프서 뛰는 친노·친문 인사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8·27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레이스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각 후보 캠프의 면면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당내 절대 다수인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의 지지가 경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후보 캠프에 이들의 지지를 끌어낼 핵심 인물로는 누가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은 당 안팎의 주류 진영을 겨냥해 ‘문심(文心·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 잡기’ 경쟁과 친문(친문재인) 마케팅을 펴왔던 만큼 주류 측의 지지를 모아낼 ‘친노·친문 인사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당 대표 경선엔 추미애·이종걸·김상곤·송영길 후보(이상 기호 순)가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지난 5일 컷오프(예비경선)를 거쳐 3파전으로 압축됐다. 당초 출마자들 중에서 추미애·김상곤·송영길 후보는 당내 주류 측으로, 이종걸 후보는 유일한 비주류 성향 후보로 분류됐다. 특히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일찍 경선 레이스를 준비해 왔던 추미애·송영길 후보는 그동안 주류 측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전력투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후보 모두 나름대로 친노·친문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송영길 후보는 컷오프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키는 결국 당내 ‘친문 인사’들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5일 더민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김상곤·이종걸·추미애 후보(왼쪽부터)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 ‘문심 잡기’ 경쟁 치열

 

정치권에선 추 후보가 친노·친문 진영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추 후보는 문재인 대표 체제 당시 총무본부장으로서 인재 영입과 온라인당원 모집을 주도했던 최재성 전 의원을 비롯, 김광진·백원우·진성준 전 의원 등 원외(院外) 친노·친문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선도자’로 유명한 김광진 전 의원은 추 후보 캠프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친문 핵심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한 데다 국회의원의 특정 후보 지지선언 등을 금지한 당규 위반 가능성으로 인해 공개적인 지지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추 후보를 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전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 자신이)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어떤 분을 당 대표로 지지한다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들은 대체로 선명성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해 외연 확장에 나설 문재인 전 대표와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추 후보를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진 전 의원은 최근 한 토크쇼에서 “당 대표는 전통적 지지층을 공고하게 결속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당의 가치와 노선, 원칙을 견결하게 견지해야 한다. 반면 당에서 선출될 대통령 후보는 유연하게 광폭 행보를 하는 전략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추 후보는 최근 “지난 대선은 유례없는 관권선거였다”고 국정원 댓글사건을 정면으로 거론하는 등 선명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컷오프로 탈락한 송영길 후보도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지지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사다. 여기에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과 강화수 전 청와대 정책조정행정관 등도 송 후보를 지원했다고 한다. 송 후보 캠프의 강희용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전 수석이 송 후보가 찾아뵙자 그 자리에서 지지 의사를 밝혀줬다”며 “이 전 수석이 부산에 연고가 있기 때문에 캠프에 직접 나와 돕진 않고 있지만,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송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김상곤 후보도 친문 후보로 분류된 가운데, 우원식·정춘숙 의원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혁신위원장 시절 함께했던 그룹을 중심으로 한 친문 인사들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후보는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재임했을 때 비주류의 공세로 흔들리던 당시 혁신위를 맡아 문 전 대표를 후방 지원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당시엔 문 전 대표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넘겨받기도 했다.

 

친노·친문 인사들이 여러 캠프로 나뉘어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후보 측간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호철 전 수석의 송 후보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상대 후보 측은 “송 후보 측의 일방적인 언론플레이일 뿐”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에 맞서 송 후보 측은 “문 전 대표가 어느 쪽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 전 수석의 지지를 언론플레이라고 부인하는 것은 문 전 대표가 일부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 그것은 문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양측 간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엄정 중립’을 천명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측도 곤란해하는 표정이 엿보인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전대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도 행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은 모두 개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대체로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은 전직 의원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前 대표, 엄정 중립 천명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연말과 연초에 당에 가입한 10만 명의 온라인당원 표심을 얻기 위한 각 후보 캠프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온라인당원들이 대부분 문 전 대표의 지지자로 평가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표심 공략이 당락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10만 명 가운데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당원은 5만~6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SNS상에서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면 주류 측 지지자들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면서 “최근 들어 당 대표 후보를 비롯해 권역 및 부문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후보들을 하나로 묶어 지원하려는 기류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각 후보들은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SNS 등을 통해 각종 메시지는 물론 이색 홍보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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