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청산’ 외치면서 ‘계파 싸움’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1 16:43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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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전대 ‘非朴’ 정병국·주호영, ‘親朴’ 이주영·한선교·이정현 5파전

새누리당 대표를 뽑는 8·9 전당대회가 개막했다. 새누리당은 7월31일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당 대표 경선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비박(非박근혜) 진영에선 정병국(5선)·주호영(4선) 의원이, 친박(親박근혜)에선 이주영(5선)·한선교(4선)·이정현(3선)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이번 전대는 거물급 인사들의 연이은 불출마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란 평가가 나온다. 친박에선 실세인 최경환 의원과 좌장인 서청원 의원에 이어 핵심인 홍문종 의원이 출마를 접었다. 비박에선 인지도 높은 나경원 의원과 차기 대권주자인 김문수 전 의원이 전대 불참을 선언했다.

 

고만고만한 후보들의 난립으로 후보 단일화가 전대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후보자 합동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후보 단일화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친박이든 비박이든 단일화를 먼저 하는 쪽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단일화를 통해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주목을 받으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7월2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친(親) 박근혜계 의원 만찬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단일화 먼저 하는 쪽 유리”

 

비박이 먼저 움직였다. 단계별 단일화에 나선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7월29일 김용태 의원(3선)과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정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해 김 의원을 꺾고 기세를 올렸다. 정 의원과 김 의원은 경기와 서울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모두 수도권이라 서로의 표를 잠식할 수도 있었는데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구 출신 주호영 의원은 일단 단일화 논의에서 빠졌다. 주 의원은 “후보 등록 이후에 당원 명부를 받으면 그때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친박 당권 주자들은 비박 단일화를 강력 비판하며 시너지 효과 차단에 나섰다. 이주영 의원은 “비박이 단일화해 가지고 계파 대결 구도로 만드는 순간 새누리당은 이번에 몽둥이 맞고 퇴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당내 화합을 잘 이루고 또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열정과 비전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이런 데에 초점을 맞춰서 서로 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계파 이름을 내세우고 단일화라든지 이렇게 하면 또 계파 싸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 주자들은 모두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은 친박 최경환 의원과 맏형 서청원 의원 추대론이 불거졌을 때에도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들은 여전히 ‘마이웨이’ 의사가 강하다. 다만 비박이 단일 대오를 갖추면 이들도 단일화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권이 비박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면 친박은 당내 주도권을 상실하고 와해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대는 5명의 후보자를 두고 선거인단이 1인1표를 행사하는 만큼 막판에는 친박도 단일화를 적극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박도 막판에 단일화 추진할 수 있어

 

이번 전대는 계파 청산이 화두지만 결국 친박과 비박 간 계파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간 대결 양상이 심화될 경우 경선 막판에 누구에게 표가 결집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친박과 비박은 경선을 앞두고 세 결집을 위해 힘겨루기를 벌였다. 양 계파는 서로 특정 정치세력이 막후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배후론을 제기했다. 비박은 7월27일 친박 의원 40여 명과 만찬회동을 가진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강력 비판했다. 서 의원이 세력을 과시하며 특정 후보를 지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우 의원은 7월28일 “계파 모임 식사 자리는 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맞서 친박은 김무성 전 대표의 전대 개입을 비난했다. 한 친박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노골적으로 전대에 개입하는 것은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전 대표가 ‘1등 할 비주류 후보를 밀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판세를 보면 이정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일경제가 7월26일 여론조사를 한 결과(7월23〜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RDD 방식, 신뢰도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이정현 의원이 12.5%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이주영 의원이 7.1%로 2위를 차지했고, 한선교 의원이 6.7%로 뒤를 이었다. 정병국 의원(4.2%), 주호영 의원(4.1%), 김용태 의원(3.6%) 등 비박계 의원들은 4%대 안팎의 지지도를 보였다. 이번 전대가 절대강자가 없는 혼전 양상이 펼쳐질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비박계’ 정병국(왼쪽)·주호영 의원


이정현 의원은 충청권·TK(대구·경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명도가 있는 데다 친박 지지표가 대거 이 의원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와대와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의원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의원은 “이정현 의원이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갖고 있다”면서 “범친박계 후보 가운데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니만큼 친박 의원들이 이 의원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어 이 의원이 정권 말기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은 PK(부산·경남)와 강원권에서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마산 출신인 이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친박을 강력 비판해 청와대와 친박의 눈 밖에 나 친박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인 한 의원은 수도권과 여성층의 지지지를 받고 있다. 정 의원은 한 의원과 지지층이 겹치면서 한 의원에게 표를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 관계자는 “정 의원이 이정현 의원과 맞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선 한 의원을 주저앉혀야 하는데 친박 쪽에서 그런 점을 알고 한 의원의 완주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투표(70%)에 참여하는 책임당원의 표심이 승부의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수도권이 당 대표 경선의 최대 승부처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책임당원은 9만9000명으로 전체(28만 명)의 35.7%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30%)도 당락의 변수다. 전체 선거인단(34만7506명)의 30%(직전 전대 투표율)가 현장투표를 한다고 가정하면 약 10만 명이 투표하는 셈이다. 이 경우 여론조사는 10만 표에 7분의 3을 곱한 약 4만3000표가 된다. 직전 전대의 여론조사 대상자(3000명)를 감안할 때 3000명이 4만3000표를 만드는 것이다. 여론조사 응답자 한 명당 약 14표를 행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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