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에서의 갈등 해결 절차
  • 최재경 법무연수원 석좌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9 17:34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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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무부에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 검찰청·소년원·교도소 등 이름이 익숙한 곳 외에도 보호관찰소·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치료감호소·구치소·출입국관리사무소·외국인보호소 등등 다양한 기관에서 법무행정이 이뤄진다. 예전에 일본 검사가 쓴 책에서 교도관들의 애환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 교도소를 지을 때는 외곽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주변에 상가와 주택이 밀집하게 되고, 그러면 교도소를 혐오시설이라며 쫓아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찰청은 선호시설이라 유치 운동까지 벌어지지만, 교도소나 보호관찰소 등 대부분 법무시설은 꼭 필요하지만 아쉽게도 기피 대상이다. 2013년 9월 성남보호관찰소가 분당으로 밤중에 옮겼다가 주민들이 초등학생 등교 거부 등 격렬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6일 만에 다시 철수했다.

 

공공시설의 설치를 둘러싼 지역이기주의 문제는 세계적 현상이다. 좋은 시설이 가까이 있으면 좋고, 꺼림칙한 시설은 멀리 있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대기업·공항 등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PIMFY)’ 현상,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나 쓰레기 매립장 등은 내 고장에 둘 수 없다는 ‘님비(Not In My Back Yard·NIMBY)’ 현상으로 인해 갖가지 갈등이 생긴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 입지 논란은 극단적인 대립 없이 결론이 났지만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성주 군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데 성주가 최적지여서 결정했다는 것이고, 성주 군민들은 사전 협의 등 행정 절차나 공청회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니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의 발생은 불가피하고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공공시설 부지 결정을 위한 행정 절차에 흠이 있다면 법률이 정한 사법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폭력 시위나 유언비어 유포 등의 불법행위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기피시설의 설치로 다수 국민들이 이익을 본다면, 피해를 입게 되는 소수의 지역주민에게는 상응한 보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성주군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빨리 좋은 해결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차제에 ‘님비 현상’ 등으로 인한 갈등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공시설의 설치 절차에 관한 일반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뜻을 모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공공목적의 달성과 피해의 최소화, 주민에 대한 보상과 과도한 이익 환수, 갈등 해결 절차 등을 상세하게 규정한 법률이 제정된다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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