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적용 대상 확대 심사숙고 없었다
  •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6 10:19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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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앞두고 헌법소원 제기된 김영란법 논란의 해법

오는 9월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세칭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이던 2012년 8월에 초안이 만들어져 입법예고되었다. 정부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되던 2013년 8월까지 정부부처 간의 이견은 있었지만, 김영란법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잘못되었다거나 위헌이라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민 여론이나 언론계와 학계의 의견은 한결같이 김영란법의 신속한 통과를 지지했다. 국민들은 해마다 발표되는 세계 40위권의 국가청렴도 순위에 부끄러워했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정경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법조비리에 분노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연구원 등은 이 시대의 국가적 과제가 부정부패의 척결이라는 수차례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7월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과잉규제 철폐촉구 농수산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세칭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은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발 빌미 제공한 민간분야 적용 확대 

 

당시 김영란법의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으로서,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법안의 명칭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국회에 제출된 김영란법의 정무위원회 심의 과정은 지난하고 이상했다. 적용 대상을 공무원에 한정하지 않고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으로 확대한 이후에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거세어졌으며, 이즈음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론이 나타나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여론의 압력에 김영란법은 2015년 1월 정무위원회, 3월 법사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었다. 원래의 법안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전부 삭제되고 적용 대상이 확대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2016년 9월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있고, 식사·선물·경조비의 상한을 3만·5만·10만원으로 정한 시행령안은 이미 입법예고를 거쳤으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통과되면 곧 공포될 예정이다. 

 

공직부패에 대응하기 위해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무원행동강령 등이 이미 입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령이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굳이 김영란법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법령으로는 부패척결을 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공감이 김영란법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3월 ‘벤츠 여검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 등으로 국민들의 공감은 더욱 확산되었다. 

 

그런데 2015년 3월 법률공포 이후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았는데, 적용 대상을 민간분야로 확대한 것에 이어서 식사·선물·경조비의 상한을 정한 시행령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영란법의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농축업 관련 단체는 물론이고 중소기업과 요식업 종사자 등은 반발하고 있고,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제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관련 산업의 피해액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에서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가 최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자료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은 고조되고 있다.

 

 

숙려 없는 대상 확대는 편의주의 입법  

 

이 모든 논란의 원인은 권익위와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 원안에 없었던,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민간분야로 확대한 규정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원안대로 공공기관과 공직자에 한정되었다면, 적용 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식사·선물·경조비의 상한은 이미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에 비슷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이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나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기 때문에,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란법의 입법 과정을 살펴보면, 금융기관·방위산업·시민단체·의료·법무·건설·납품·하청·스포츠 등 공공성이 강한 민간영역은 제외하고 사립학교와 언론기관만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는지에 대한 국회에서의 충분한 토론과 심사가 없었다. 반부패 입법에 있어서도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입법적 구분은 필요하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옳다면, 김영란법뿐만 아니라 ‘공직자윤리법’을 ‘공직자 등 윤리법’으로 고치고 ‘공무원 윤리강령’을 ‘공무원 등 윤리강령’으로 고쳐서 관련 법령을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에도 적용해야 타당할 것이다. 즉,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확대는 ‘공직자윤리법’과 ‘공무원 윤리강령’의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와 언론사에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와 동일하다. 

 

공무원 범죄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이 입법되어 있지만, 민간영역에서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입법되어 있다. 왜 민간영역에서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한 입법정책으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을 ‘공무원 등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으로 만들지 않고,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입법자가 교육영역과 언론영역이 고도의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부패를 제거하기 위해 관련 입법을 하기로 했다면, 김영란법의 입법 과정 막판에 ‘공직자’를 ‘공직자 등’으로 하는 편의주의적인 입법 태도를 취해서는 아니 되었다. 교육영역과 언론영역을 포함해 민간영역 중에서도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금융기관·방위산업·시민단체·의료·법무·건설·납품·하청·스포츠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새로운 법률을 만들든지, 아니면 학교 관련법이나 언론 관련법에 처벌규정을 두어야 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 3(선수 등의 금지행위)에서 스포츠계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거나 의료법 제23조의 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금지)에서 의료계의 리베이트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것을 왜 참조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 확대 방식처럼 손쉬운 방식의 편의적인 입법은 이와 같이 어렵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해법으로는 국회에서 조속히 김영란법을 정부제출 원안의 내용처럼 개정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의 문제조항을 위헌·무효로 결정하는 것이다.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입법의 오류를 국회 스스로 시정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개정되지도 않고 헌법소원도 기각된다면,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인해 수많은 민원과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기존의 부패방지법령으로 전관예우와 공직비리 등을 엄격하게 처리했다면, 이렇게 먼 길을 어렵게 돌아올 필요가 없었다. 공직부패 근절을 여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부패 관련법제의 체계성을 회복하고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해법을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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