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미-중 군사격돌의 초석이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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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 2년 전 출간한 《싸드 THAAD》로 재조명 받고 있는 소설가 김진명

7월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가 결정됐다. 이날 이후 국내 여론은 사드 안전성과 배치 결정 과정의 부적절함, 한-중 관계의 위기 등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제반 문제로 편 갈려 들끓고 있다. 


이와 동시에 출판가에선 조금 특별한 상황이 전개됐다. 2년 전 출간된 소설 하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 김진명이 2014년 출간한 소설 《싸드 THAAD》(새움)다. 이 소설 속에서 한국은 사드 배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그려지고 있다. 국내외 정치적․외교적 근거에 입각한 허구의 스토리는 한국에의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회에서 ‘대정부 사드 긴급현안질문’이 열리던 7월19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김진명 작가를 만났다. 

 

 



소설 속 작가의 통찰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고구려》시리즈를 쓰다 갑자기 《싸드》를 집필한 계기가 있나.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급심한 재정적자 상황을 오래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다. 만약 중국이 세계1위 강대국이 된다면, 한반도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고, 결국 미·중 군사 충돌이 발발하는 지점이 한반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리고 지금 그 과정이 상당 부분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미·중 관계, 남·북 관계 등 모든 게 다 잘 풀리면 해피엔딩이겠지만 늘 해피엔딩만 생각하고 살 수 없다. 나는 그렇지 않은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변수에 대비를 하자는 의미에서 글을 쓴다. 그게 내가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을 쓰는 이유다. 


소설 속에선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해 마치 논리적 유추의 징검다리를 건너듯 ‘일어날 법한’ 그림을 그려간다. 사드가 한반도를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놓는 것이라면 사드를 놓음으로써 모든 게 끝나겠지만, 지금 이건 북한 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게 아니란 건 명백해졌다.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거라면 당연히 서울과 수도권을 방어하는 곳에 놓여야 했다. 그렇다면 결국 사드는 미·중 군사격돌의 초석을 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가진 논리의 단계는 이렇다. 지난해에 미국의 강요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협정이 이뤄졌다. 다음 단계가 사드 배치일 것이라 생각했고 진짜 사드 배치가 결정됐다. 그럼, 그 다음 단계는 뭘까. 그게 무엇일진 모르지만 미·중간 군사충돌의 범주 안에 들어갈 해프닝이 될 것이란 점은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그것이 뭐든 간에 사드를 놓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힘든 결정이 될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이 한창인데, 사드는 결국 배치되는 건가?

 

정부가 배치를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실제로 배치된다고 볼 순 없다. 사드가 실제로 넘어올 때까진 여러 문제가 있다. 사드란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생소한 것이다. 누구도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미군조차도. 때문에 사드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도입되기까진 겪어야 할 게 많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이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방부 소속 길모어 미사일운용시험국장이 한 말이다. 그는 “사드는 10번의 명중실험에 다 성공했지만 완전한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의 어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건 마치 “그 사과는 모양은 예쁘지만 맛없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예쁘다’가 아니라 ‘맛이 없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시 말해 길모어 국장의 발언은 ‘10번의 명중실험에 성공했다’가 아니라 ‘완전한 시스템이 아니다’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명중실험에 모두 성공했다’는 것만 말한다.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확신으로 사드 배치 밀어붙이나?


이번 사드 이슈는 사드의 무기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사드가 안전한가, 사드가 요격률이 높은가 이런 것을 따지기 전에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는 선언을 조급하게 해야 했나?’에 집중해야 한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사드는 한국이 요구해서 끌고 가기보다는 미국이 요구해서 등 떠밀려 가는 것이다. 


정부는 그 간단한 안전성 평가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사드 배치부터 발표해버렸다. 국내 여론은 지금 사드의 기계적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불확실한 것을 정치적으로 선언해버린 데에 있다.



이번 발표가 누군가에게 안심을 주기 위한 것이란 의미인가?


그렇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편이다’란 선언적 의미인 셈이다. 일종의 정치선언이라 봐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지금 사드 결정은 미국 의지에 의해 조급하게 이뤄졌지만, 우리 정부로선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정부가 이미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내부에서 그 결정 자체를 뒤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앞으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정부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 자체가 약한데 정부만 욕한다고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다만, 미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 필요는 있다. ‘너희가 이렇게 우리 정부를 조급하게 흔들면 사회 내부에서 상당히 큰 저항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꾸 문제제기하고 과정상 잘못을 집중성토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국 정부로서도 내심 그걸 원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에선 입법부 차원의 견제를 걸어야 한다. 북핵에 대한 우려가 더 심해지면 그때에 사드를 가져오자고 결의하거나, 반대로 북핵 위협이 현저히 줄면 사드를 한반도에서 내보낸다는 결의를 하는 식이다.


국민들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거대한 이슈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린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한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악화되면, 100년 전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강대국들의 음모와 의도에 의해 휘둘리다 결국 나라를 빼앗겼던 것과 같은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 정부는 모든 걸 터놓고 국민과 의논하고, 국민은 나라 운명을 좌우할 거대 담론에 더욱 참여를 해야 한다. 그게 사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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