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Q&A] 단순건망증, 치매로 변해가는 징조
  •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1 13:47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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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10~20년 전부터 단순건망증 생겨

 

 Q  40대 후반의 가정주부입니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습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잘 안 날 때도 많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졌습니다. 혹시 치매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단순건망증은 치매와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는 기억을 저장하지 못해 기억 자체가 없는 것에 비해 단순건망증은 일시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단순건망증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저절로 또는 힌트를 주면 기억이 금방 떠오릅니다. 그러나 같은 상황을 설명하거나 재연해 보여도 치매 환자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이러한 단순건망증은 치매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치매는 걸리는 게 아니라 변해가는 것

 


하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건망증이 증가하는 것은 뇌의 노화와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대부분의 경우 ‘걸리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두고 ‘변해가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 중에 건망증이 증가하거나, 사고의 내용이 빈약해지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나가지 못하거나, 새로운 것을 익히기 힘들어집니다. 


정도의 차이나 진행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40대 중반이면 머릿속에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모여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많이 쌓이게 됩니다. 대체로 5~10년 정도씩 시간이 지나면서 뇌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독성 단백질에 시달리면 뇌세포가 병들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깊어지면 뇌세포가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부서진 양이 많아지면서 기억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단순건망증도 증가하지요. 


계속 더 부서지고 기억력 손상이 누적되면 치매의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돼 건망증이 심각한 기억력 저하로 나타납니다. 이런 여러 과정이 진행되면서 뇌세포가 더 부서지고 기억력장애가 발생하면서 치매가 됩니다. 치매가 되면 1~3년 만에 초기에서 중기로, 다시 1~3년이 지나면 말기로 진행돼 긴 시간 말기 치매로 지내게 됩니다. 역으로 계산하면 치매가 되기 전 10년에서 20년 전부터 단순건망증이 증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뉴욕대학의 라이스버거 박사는 이렇게 건망증이 증가하거나 사고력이 감소하는 것을 치매로 변해가는 의미 있는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기간은 대부분의 검사로 변화를 알기 어렵지만 뇌세포가 의미 있게 부서지기 시작하고 병든 뇌세포와 아밀로이드에 영향을 받는 뇌세포가 많아지면서 뇌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젊은 시절과 달리 스트레스가 겹치거나 머리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단순건망증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치매로 변해가는 징조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예방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매는 유전적인 소인(素因)도 있지만 생활습관이 잘못돼 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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