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Insight] 김정은 유고 시 김여정 바통 받나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1 11:04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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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보 당국 “김정은 신상에 문제 생길 경우 권력 승계 1순위는 여동생 김여정”

“핵 등 군사 능력을 추구할수록 김정은의 장기 집권 가능성은 훼손된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6월2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 강연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이처럼 예견했다. 브레넌 국장의 발언은 북한이 5월초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김정은(32)을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하고, 6월말에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권력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끌었다. CIA가 보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이 그리 견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다.

 

 


대북 정보에 밝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한·미 정보 당국은 건강이나 피습 등으로 김정은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권력을 물려받을 1순위로 여동생 김여정(27)을 꼽고 있다. 노동당 부부장(차관급) 직책으로 김정은의 통치활동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북한 내부의 권력승계 논리인 이른바 ‘백두혈통’인 데다 김정은과 함께 스위스 조기유학을 하며 두터운 신뢰관계를 맺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얘기다. 당국자는 “최고 권력자에게 모든 힘이 쏠려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유고 시 비상계획이 있고, 거기에 김여정이 맨 앞 순서에 있다는 걸 한·미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차남 김정철(35)의 경우 건강 이상 등으로 권력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가수 겸 기타리스트인 에릭 크랩튼의 음악에 빠져 있고, 별다른 직책도 없이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정은·김여정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불가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보 당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 고영희 사이에서 태어난 정철·정은·여정 3남매가 강원도 원산의 특각(전용별장)에서 종종 북한체제의 통치 현안을 협의하는 모임을 갖는다는 첩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지난 7월초 조선소년단 창립 70돌 축하 행사에 등장해 김정은이 받은 꽃다발을 챙겨주는 장면이 조선중앙TV 에 나왔다.


중국 신뢰받는 ‘장남’ 김정남도 주목돼

 


김정일과 영화배우 성혜림의 소생인 김정남(45)도 주목받는 인물. 수년간 은둔생활을 하는 관계로 행방이 묘연하지만, 여전히 포스트 김정은의 북한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는 점에서다. 그는 김정은이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추대된 후 “아버지(김정일)의 선택이 잘못됐다”며 비판했다. 후계 다툼 과정에서 이복동생 김정은의 세력에 견제를 받았던 앙금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이 승기를 잡은 2009년 6월 암살조를 김정남의 해외 근거지인 마카오와 중국 등지에 파견하는 등 위협이 이어지자 행적을 감춘 상태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생모 성혜림의 묘지에 잡초가 방치된 걸 두고 김정남이 여전히 신변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보 당국자는 “중국 지도부로부터의 신뢰가 두텁고 김정일 혈통이란 점에서 유사 시 북한체제를 이끌 강력한 후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능력이 워싱턴의 턱밑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김정은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북한 권력 내부에 급격한 변고가 발생하거나 대안세력이 필요할 경우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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