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경영진, 추가 구조조정 없다 약속해놓고…”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7.18 13:26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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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신증권 2차 희망퇴직 논란…영업점 성과체계 변경 동의서 받는 과정에서 직원 강압 의혹도

대신증권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을 해고하면서 촉발된 노사 갈등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압구정 자택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발표된 2차 희망퇴직이 발단이었다. 대신증권은 6월14일부터 1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연수 5년 이상의 대리급 이상 직원과 근속연수 8년 이상의 사원급 직원이 대상이었다.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희망퇴직이 확정된 인원은 모두 98명으로 알려졌다. 

 

 


 


2년 만에 또다시 희망퇴직 실시 논란 


대신증권은 2014년 5월에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302명이 회사를 떠났다. 당시 대신증권 안팎에서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직원들에게만 경영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일부 직원은 희망퇴직자 모집 과정에서 퇴사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서울의 한 지점장이 직원을 불러 신설되는 방문영업 부서로 발령이 날 수 있다며 퇴직 신청을 종용했다”며 “이 직원처럼 회사의 조직적 압박에 못 이겨 퇴사한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 근거로 서울 A지점 지점장과 직원의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물론 대신증권 측은 “일부 지점의 문제일 뿐이다”며 회사 차원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302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강압 의혹 역시 조용히 마무리됐다. 당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추가적인 희망퇴직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증권회사의 무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희망퇴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어려운 경영 여건과 직원들의 필요 의견에 따라 시행하는 만큼 향후 또다시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6월8일 단체교섭 당시까지만 해도 사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며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3조4411억원의 매출과 17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후 실적이 꾸준히 회복되는 추세다. 이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올해는 매출이 4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직원이 2011년 3월 2258명에서 지난해 1701명으로 25% 가까이 감소했다. 한때 120개에 달하던 영업점 역시 현재는 50여 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과 장남인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지난해 각각 24억9000만원과 10억51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며 “경영에 대한 책임을 또다시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측은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구조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지점에서 추가로 희망퇴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희망자에 한해서 희망퇴직을 받았다. 회사의 강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체 희망퇴직자 중 단 한명도 문제를 제기한 직원이 없었다. 금융투자업계의 빠른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직원들의 선택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졌다는 것이 대신증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희망퇴직을 앞두고 영업점 성과체계를 변경했다. 초고액 자산가(HNW)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총 계좌자산이 1000만원 미만인 경우 수익을 성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였다. 2017년에는 대상을 7000만원까지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던 조직성과급도 폐지했다. 대신 HNW 고객을 유치하면 특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어룡 회장 압구정 자택 몰려가 시위 


새로운 성과체계가 적용되면 직원들의 압박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직원들이 대부분 동의서를 회사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6월2일부터 5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설문에 답한 직원들의 96.05%가 영업점 성과체계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92.33%가 동의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이나 부서장의 회유나 압박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다른 지점(부서)은 다 동의했는데 너희는 안 하느냐’는 식의 회유나 압박이 많았다. 일부는 말을 안 들을 경우 인사발령 운운하며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이번 희망퇴직이나 성과체계 변경이 경영진의 치밀한 설계 아래 진행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2012년 4월부터 대신증권이 도입한 ‘고성과 조직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매뉴얼(전략적 성과관리 체계)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프로그램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용역을 의뢰해 도입한 것이었다. 실상은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남현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이 최근 이어룡 회장의 압구정 자택 주변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신증권 측 “부당한 강요 없었다”


대신증권은 2012년 4월부터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이 과정에서 2년여 만에 1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감에서 의원들은 “창조컨설팅은 노조 깨기 전문업체로 2012년 10월 노동부로부터 설립 인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며 “대신증권이 용역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어룡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 대신금융그룹 사장과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에 대한 증인 신청이 요구됐지만, 여야 간 합의 실패로 증인 신청은 무산됐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부당노동 행위는 당시 수면 위에 올랐다. 


대신증권 전·현직 직원 13명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사측은 직원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외지 전근이나 감봉, 영업기반 박탈 등의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교육 대상에게 불이익을 줘서 사직을 유도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신증권 측은 “1심에서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답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창조컨설팅 용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창조컨설팅 용역을 받았지만 회사는 그대로 시행하지 않고,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수정․보완해 실행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은 이미 허위사실임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룡 대신금융 회장 “잇따른 악재 어찌할꼬…”

 

현재 대신증권을 둘러싼 악재는 ‘2차 희망퇴직’ 논란뿐만이 아니다. 대신증권은 2014년 11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상장할 경우, 대신증권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 역시 무기한 연기됐다. 한때 장외시장에서 17만원에 달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의 주가는 현재 6만원대로 3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2년간 공들였던 작업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대신증권은 현재 애경산업의 상장 주관사도 맡고 있다. 최근 5년간 애경산업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2010년 3456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594억원으로 32.9%나 증가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매출이 5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6억원에서 2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애경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되면서 상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애경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에서 생산했다. 애경은 판매만 담당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경찰도 지난해 9월 롯데마트 등의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애경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이슈화되고, 수사 당국이 애경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고민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내부 직원들이 금융사기 행각을 벌이다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신증권 부천지점 소속 안아무개씨는 2009년부터 회사 동료와 지인·고객 등을 상대로 투자금을 모았다. ‘월 6%, 연 48%’의 고금리를 준다며 수십억원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돈을 명품 쇼핑 등에 사용했다. 돌려막기 식으로 이자를 지급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한 직원이 안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7년간의 사기 행각이 들통나게 됐다. 그럼에도 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신증권은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고, 안씨를 면직 처분했다. 사건에 연루됐던 나머지 직원 4명은 감봉이나 견책 조치했다. 하지만 관리 책임자에 대한 징계나 재발방지 대책이 없어 ‘사후 약방문’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 측은 “안씨가 외부 계좌를 이용했기 때문에 거래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안씨를 포함한 일부 직원의 개인 거래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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