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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남중국해 파장’에 사드 공격‘잠잠’

中, 사드 관련해 한국 각계·지역민 동태만 주로 보도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9(Tue) 08:21:58 | 13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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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13일 중국 국영 CCTV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아주 이례적이었다. 전체 방송시간 30분 중 13분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한 뉴스로 채웠다. 신원롄보는 하루 전에도 남중국해 보도에 16분을 할애했다.


지난 10년 동안 신원롄보가 한 이슈를 이틀 연속 방송시간의 절반 가까이 할애해 보도했던 적은 단 4차례에 불과했다.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과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2012년 18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뿐이었다. 그만큼 이번 PCA의 판결 결과에 중국이 얼마나 반발하는지 보여준다. 실제 중국은 전례 없이 강경한 목소리와 조치를 쏟아냈다. 7월12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만나 “남중국해 도서(島嶼)는 중국 영토”라며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위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 전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남중국해 도서는 중국 영토”라고 강조하고 있다.


PCA 판결 후 거세지는 중국 내 ‘애국 바람’ 


시 주석은 이런 의지를 곧 행동으로 보여줬다. 먼저 같은 날 052D형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을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시의 위린(楡林)해군기지에 배치했다. 중국해군 남해함대는 저우쉬밍(周煦明) 부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인촨(銀川)함의 취역식을 거행했다. 인촨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제작한 1.5세대 이지스함이다. 길이 150여m, 너비 20여m에 달해 구축함 중 가장 크다. 인촨함이 배치된 위린기지는 남해함대의 전략기지다. 


남해함대는 중국 해군의 3대 함대 중 하나로,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에 사령부를 두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해함대의 전력을 대폭 증강했다. 지난 5월 미국 국방부가 낸 《중국 군사안보 발전》 연례보고서는 ‘중국 해군은 공격형 핵잠수함(SSN) 2척, 탄도탄발사 핵잠수함(SSBN) 4척, 디젤잠수함(SSK) 20척 등 잠수함 핵심전력을 북해함대에서 남해함대로 이전시켰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남해함대에 쿤밍(昆明), 창사(長沙), 허페이(合肥) 등 052D형 이지스함 3척도 배치한 바 있다.


중국군은 PCA의 판결 전 시사(西沙·파라셀)군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7월5일부터 6일간 남해·동해·북해 등 3대 함대가 총출동해 군함 100여 척, 항공병단, 잠수함 등을 투입했다. 특히 이번 훈련에선 전략폭격기 훙(轟)-6K를 이용한 잉지(鷹擊)-12 공대함 미사일의 발사를 시험했다. 훙-6K는 최장 비행거리가 8000km에 달해 괌과 하와이 공습이 가능하다. 잉지-12는 최대 마하 4의 속도로 1000km 내 항공모함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세계 유일의 지대함 탄도미사일 둥펑(東風)-21D와 더불어 미국을 겨냥해 개발한 ‘항공모함 킬러’다.


중국군의 시위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7월11일부터는 중국 북서부에서 9일간의 대규모 육상훈련에 돌입했다. 서부전구(戰區)와 동부전구가 패를 나눠 겨루는 기동훈련이었다. 지난 1월 중국군은 기존 7대 군구에서 5대 전구로 통합군체제를 개편했다. 이번 훈련은 개편 후 처음으로 전구 경계를 넘어 진행됐다. 


중국 정부도 군부와 보조를 맞췄다. 7월13일 남방항공과 하이난항공의 여객기 2대를 난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의 메이지자오(美濟礁·미스치프 환초)와 주비자오(渚碧礁·수비 환초)에 건설한 활주로에 각각 착륙시켰다. 지난 1월에는 민항기 2대가 융수자오(永暑礁·피어리 크로스 환초)에 건설된 공항에 안착했었다. 메이지자오와 주비자오의 활주로는 이번에 최초로 대외 공개됐다.
중국은 같은 날 《중국-필리핀의 남중국해 갈등에 관한 대화해결 견지》라는 백서를 발간했다. 2만 자(字) 분량의 백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 역사 등을 설명하며, 남중국해가 중국 영토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군사훈련과 여객기 이착륙이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의지를 대외에 보여준 시위라면, 백서 발간은 대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민일보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제작한 포스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포스터에는 남중국해를 중국 영토에 포함시킨 지도와 ‘중국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中國一點都不能少)’는 글귀가 있다. 중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포스터를 공유하면서 애국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미쓰에이의 페이, 피에스타의 차오루 등 중국 출신 가수들도 참여했다. 일부 네티즌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연예인들에게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PCA 판결 배후로 美·日 때리기에 집중


이런 중국 내 애국 바람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군이 대규모 육상훈련을 8월말까지 실시하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와 병행해 중국 정부는 PCA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를 늘리기 위한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7월초까지 중국은 66개 국가를 중국 편으로 포섭한 상태다. 


PCA 판결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7월8일부터 이틀간 중국 언론은 사드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하지만 7월10일 PCA 판결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사드 배치는 주요 뉴스에서 점차 사라졌다. 중국 언론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 각계와 지역민의 동태를 주로 보도했다. 이는 사드를 경상북도 성주군으로 배치하기로 결정한 13일도 마찬가지였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 사령관이 7월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7월9일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왕 부장은 “한국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냉정히 생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드에 반대하는 한국 내 정치·사회 진영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중 관계가 너무 멀어지면 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말려들 수 있다는 중국의 염려가 엿보인다. 현재 중국은 PCA 판결의 배후로 여겨지는 미국과 일본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7월13일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불법적이고 무효한 중재판결을 부추기고 조장했다”고 성토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야나이 지(柳井俊二) 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에 의해 지금의 PCA 재판부가 구성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PCA의 판결이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분쟁 중인 일본의 음모라는 것이다. 야나이 전 소장은 반중 성향의 주미대사 출신으로, ITLOS 재직 시 PCA 재판관 5명 중 4명을 지명했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PCA 재판관들을 제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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