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공룡들의 편지, “트럼프, 당신을 반대한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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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간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의 당선은 혁신에 있어 재앙이 될 것이다.”

7월14일(현지 시각)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미디엄Medium>에는 한 장의 편지가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이 편지 하단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IT(정보기술)업계 지도자들의 이름이 박혀 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데이비드 카르프 텀블러 CEO, 아론 르비 박스(Box) CEO, 피에르 오미디아 이베이 공동창립자, 알렉시스 오하니안 레딧 공동창업자, 제레미 스토플먼 옐프 CEO, 마가렛 스튜어트 페이스북 부사장,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등. IT업계의 거물 145명이 편지에 이름을 올렸다.

편지 속에서 IT업계 리더들은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정책과 인터넷 검열 강화를 위한 표현의 자유 축소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 IT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정부에 보다 개방적인 이민자 정책을 요구해왔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출신 IT 인재들을 더 많이 수혈받기 위해서다. 실리콘밸리의 거물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은 공공연하게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비자 취득 자격 완화를 촉구해왔다.

H-1B비자는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전문직이 발급대상으로 단기체류 비자다. 이 비자의 체류 허가 기간은 최초 3년이며 1차에 걸쳐 3년을 연장해 최고 6년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 H-1B비자를 받은 사람 중 많은 수가 이 기간 중 영주권을 얻어 미국에 정착하기 때문에 H-1B 비자는 이민으로 이어지는 중간단계로 여겨진다. 쿼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매년 석사와 박사 2만명, 학사 6만5000명이 H-1B 비자발급 대상이 된다.

트럼프는 H-1B 비자 발급수를 축소하려고 한다. 그가 내세운 정책은 H-1B비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증가시켜 미국의 기업들이 외국인 대신 미국 시민을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H-1B비자를 발급받으려면 반드시 고용주가 비자신청을 해줘야 하는데 ‘이 사람이 우린 반드시 필요하다’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고 비자 수속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

다음은 IT업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출마를 반대 선언한 공개 편지의 전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에게 보내는 기술 분야 리더들의 공개 편지>

 

우리는 기술분야에서 일하는 발명가, 사업가, 기술자, 투자자, 연구자, 비즈니스 리더들입니다. 우리는 미국에서 이뤄지는 혁신이 세계적 선망의 대상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번영의 근원으로서, 또한 글로벌 리더십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가 바라는 국가는 기회와 창의성, 그리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독려하는 그런 국가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대선 운동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분노, 편협함, 두려움 위에 이뤄집니다. 미국은 나약하며 점차 쇠락하고 있다는 근본적 믿음 위에 이뤄집니다.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혁신에 있어 재앙이 될 것이다.’ 그의 비전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화두이자 혁신과 성장의 근간인 아이디어의 개방적 교환,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바깥 세계와의 생산적 교류와 상충됩니다.

먼저 인적 자원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인적 자원은 혁신의 동력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힘이 그 다양성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습니다. 위대한 아이디어들은 사회 각 분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사회 곳곳에 폭넓게 존재하는 창의적 잠재력을 옹호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또한 진보적인 이민 정책이 전 세계의 뛰어난 인재들을 미국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40%가 이민자, 혹은 그 후손들이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민족적․인종적 전형을 만들어 은밀하게 거래합니다. 또한 여성을 반복적으로 모욕하고, 이민자에 대해 공공연하게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국경 사이에 벽을 세우고, 이민자를 대량 방출하고, 개인 정보 수집을 하겠다고 공언합니다.

두 번째로 얘기할 것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우리는 인터넷 등을 통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의 교류에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트럼프는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인터넷 일부 ‘폐쇄’를 내걸었습니다. 이는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그가 얼마나 무지하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는 기자증을 취소하고 그에 대해 비판적인 미디어를 처벌하는 식의 검열을 애호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술 경제에 있어 정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정부는 인프라와 교육, 과학연구에 투자를 하는 주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얼마 되지도 않는 정책을 변덕스럽고 모순된 방식으로 발표해왔습니다. 미국의 법적․정치적 단체에 대해 보여준 그의 몰지각과 무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뒤엎어버리려 하는 것입니다. 그의 몰지각은 시장을 왜곡하고, 수출을 감소시키며, 일자리 창출을 둔화시킬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며 그의 대선 출마를 반대합니다. 우리는 미국을 기술 강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이상(理想)을 품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며, 새로운 사람에 개방적이고,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후보자를 원합니다. 연구와 인프라에 공공 투자를 하고 법을 준수하는 후보자를 원합니다.

우리는 기회와 번영 그리고 리더십이라는 미국식 혁신이 가능한 국가, 더 수용력 있는 국가를 위한 긍정적 전망을 가진 자를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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