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변호사 선임+전관예우=상고심 승소?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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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우려한 재판의 공정성…같이 근무한 대법관은 배당에서 제외하기로

전직 법조인들이 대형 로펌에 포진돼 있다. 전직 대법관 등 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퇴임 이후 일정 요건을 갖춰 로펌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 로펌행과 고액 수임 등이 전관예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고심에서 항소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으로 사회 전반에서 법조 비리를 근절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당의 움직임이 거세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정운호 게이트로 전방위적인 검찰비리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며 특별검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조비리를 제대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은 사법피해자 모임 등과 함께 전관비리로 피해를 본 사례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결산 전체회의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현직 리스트를 분석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퇴임한 21명의 전직 대법관 중 현재 대형로펌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1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백 의원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 이름이 있으면 사건기록이라도 한 번 더 볼 것 아니냐”며 “대법원 절차는 복잡할 게 없다. 말 그대로 ‘전관예우’를 하는 것”이라며 상고심 단계에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개입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대기업 등과 관련된 상고심 단계에서 종종 등장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관련된 소송이다. 2013년 7월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은 대형 로펌 김앤장에 변호를 맡겼다. 사건이 대법원 상고심으로 넘어가자 대법관 출신 손 아무개 변호사가 합류했고, 배임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다. 재상고심에서는 법무법인 화우의 대법관 출신 이 아무개 변호사가 같이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건, 김재철 전 MBC사장 사건 등도 맡고 있다.

손 아무개 변호사는 미국 기업 애플이 위치 정보를 유출당한 고객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사건 상고심에도 이름을 올렸다. 대법관 출신인 법무법인 KCL의 유 아무개 변호사 역시 농심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손 변호사와 함께 선임된 바 있다.

공기업도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외주업체 소속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받은 한국도로공사가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나 전관예우 악용 논란이 제기됐다.

법조계 고위 인사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 논란은 이번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처럼 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에 연루되면서 드러난다. 또 이들이 공직후보자가 될 경우 청문회 등을 통해 밝혀지기도 한다. 2014년 안대희 변호사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했던 것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퇴임 후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영입된 것이 논란이 돼 사퇴했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역시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린 점이 인사청문회에서 지적됐다.

한편 대법원도 이런 전관예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6월16일 발표한 ‘재판의 공정성 훼손 우려에 대한 대책’에 따르면, 8월부터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심 사건은 대법원에서 해당 변호사와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대법관에게는 배당되지 않는다. 주심이 배당된 후 대법관으로 함께 일한 변호사가 추가 선임될 경우에는 주심 대법관이 대법원장에게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대법원장은 구속 기간, 심리 진행 정도, 재판 지연 또는 재판부 변경 목적으로 선임됐는지 등을 따져 재배당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대책은 올해 8월1일부터 배당되는 사건에 적용된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법원의 대책에 대해 여당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상고 사건은 이 변호사와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대법관에게는 배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제시했다”며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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