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선수, 왜 그랬어요?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17: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속 팀에서 퇴출된 김상현 선수. 사진 출처: kt wiz 공식홈페이지
사진출처 kt wiz 공식홈페이지

 

현직 야구 선수가 불미스럽게 ‘강퇴’ 당했다. 프로야구 kt wiz의 김상현(36) 선수 얘기다. 김상현은 6월16일 전북 익산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승용차 문을 열고 음란행위를 하다가 상대방의 신고로 불구속 입건됐다. 허리 통증으로 2군에 가있던 시기였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7월12일 “김상현은 지난달 16일 오후 4시50분쯤 익산시 신동 원룸촌 인근에서 길을 지나는 여대생 A씨를 보며 자위행위를 했다. 이에 공연음란 혐의로 김상현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차 안에 탄 채로 문을 열고 자위행위를 하던 김상현과 눈을 마주친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김상현은 경찰이 오기 전에 달아났지만 A씨가 차량 번호를 외워 덜미가 잡혔다. 김상현은 경찰 조사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A씨를 보고 충동적으로 그랬다며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7월13일 오전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상현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구단이 사태를 파악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결정이었다. 임의탈퇴는 선수 방출을 의미하는 ‘웨이버 공시’ 다음으로 강력한 징계다. 임의탈퇴 된 선수는 최소 1년 이상 구단에 복귀할 수 없다. 구단이 선수 소유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구단의 동의 없이는 타 구단과 계약 할 수도 없다. 출전은 물론이고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다.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김상현 선수는 ‘짠내’ 어린 추억을 함께 공유한 인물이다. 2000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김상현은 프로 데뷔 첫해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이듬해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됐다. LG 트윈스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존재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애썼으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김상현은 또 한 번 친정팀으로 트레이드됐다. 떠밀리듯 KIA 타이거즈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2009년 김상현은 드디어 기회를 잡는다. KIA 타이거즈의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최희섭(현 MBC SPORTS PLUS 야구해설위원)과 함께 ‘CK포’를 구축하며 36홈런 127타점을 기록했다. 이 해 김상현은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고 페넌트레이스 MVP까지 석권했다.

2군 시절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오랜 2군 생활 끝에 마침내 거포로 거듭나며 ‘2군 신화’로 불리던 사나이였지만 통산 1083번째 경기를 앞두고 하루아침에 그라운드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쯤 되니 의문이 든다. 김상현은 왜 그랬을까. 프로 생활 17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인 그다. 잃을 것이 많았던 그가 왜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했을까. ‘성충동’이란 이 모든 걸 내칠 만큼 강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김상현에게 적용된 공연음란죄는 한 마디로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한 죄를 말한다. 공연음란 행위란 형법 245조에 따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지각할 수 있는 상태에서 성욕을 만족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람에게 수치심·혐오감을 주는 행동이다.

김상현처럼 차 안에서 혼자 음란행위를 했더라도 차 문을 열어놓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상태면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 집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더라도 문을 열어둬 다른 이가 목격하게 만든다면 그 역시 공연음란죄다.

단지 일시적 충동행위였을까, 아니면 성도착증으로 인한 행위였을까. 성도착증은 상호 간에 동의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성적 상호작용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인 성에 몰두하는 것으로 정신․행동 장애로 분류되는 정신질환이다.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데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고통을 강요하거나 어린이와 같이 동의하지 않는 성적 배우자를 관련시키는 행동이 있을 때 성도착증의 가능성이 크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성도착증으로 진단된다.

주변이 밝은 오후 시간에 차 문을 열어 놓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점은 ‘성도착증’이 의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노출증’은 대표적인 성도착증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성도착증의 다른 증상으로는 관음증과 낮은 자존감, 우울, 가학증, 피학증, 비정상적 성적 기호 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노출증 환자들은 대개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이성 관계에 불만이 많고 기술이 부족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이성 관계로 풀지 못하는 등 극도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노출증이 있다고 해서 그가 성도착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성도착증 여부는 정신과 상담을 거쳐야 치료가 필요한 병적(病的)인 상태인지 판명할 수 있다. 박용천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출증 같은 성도착증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능력 등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길거리 음란행위로 기소유예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역시 성도착증 판명을 받은 바 있다.

김상현은 복귀할 수 있을까? 야구계는 사실상 은퇴 수순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36세라는 나이는 선수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김상현을 끌어안을 팀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임의탈퇴 상태인 그는 소속구단인 kt가 임의탈퇴를 풀어야 ‘선수’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치어리더 명예훼손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성우 선수 때부터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kt가 김상현을 다시 품을 일은 없어 보인다. 다른 9개 구단 역시 김상현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는 없다. KBO 징계도 남아있는 판국이다.

과거 성도착증으로 인한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됐던 김수창 전 지검장은 기소된 지 3개월 만에 병원치료를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 전 지검장은 2015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현재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의사 소견서상 (김 전 지검장의 성도착증이) 완치됐다는 내용이 제출됐기에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데 현재로서는 거부할 사유가 없다고 보여 등록을 받아들였다”며 그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해준 바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