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지화에 이어 리위안차오까지 퇀파이共靑團派 몰락하나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2 11:18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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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퇀파이, 중앙정치국원 25명 중 리커창 총리 등 5명으로 줄어

중국 3대 정치세력 중 하나인 공청단파(퇀파이)에게 몰락의 그림자가 덮쳤다. 사진은 7월4일 무기징역과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은 링지화 전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


 

7월4일 중국 톈진(天津)시 제1중급 인민법원은 링지화(令計劃) 전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에게 무기징역과 개인재산 전액몰수를 선고했다. 법원이 판시한 링 전 부장과 부인 구리핑(谷麗萍)의 뇌물수수액은 7708만 위안(134억8900만원)이었다. 링 전 부장은 뇌물수수, 국가기밀 절취, 직권남용 등 혐의 대부분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했다. 이로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를 전복하고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신4인방’이 모두 단죄됐다.

 

신4인방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링 전 부장을 가리킨다. 보 전 당서기와 저우 전 상무위원은 각각 2013년 10월과 2015년 5월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쉬 전 부주석은 지난해 3월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병사했다. 이들은 문화대혁명 말기 덩샤오핑(鄧小平)을 제거하고 권력을 손에 넣으려 했던 4인방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중국 외교가와 중화권 매체의 눈길은 이미 다른 데에 쏠려 있었다. 바로 중국 3대 권력 파벌 중 하나인 공청단파(共靑團派·퇀파이)에 집중됐다.

 

 

3대 권력 파벌에서 밀린 퇀파이

 

공청단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의 약칭이다. 1920년 상하이에서 공산당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상교육과 예비 당원 양성을 위해 설립한 대중조직으로, 1922년에 정식 발족했다. 공청단의 입단 대상은 14세 이상 28세 이하의 청소년과 젊은이다. 가입은 공산당원이나 학교 교원, 다른 공청단원이 추천해야 가능하다. 다만 학생들은 가입 신청을 하면 누구나 입단할 수 있다.

 

공청단에 들어가면 사회주의 사상학습을 이수하고 다양한 대내외 활동에 참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업과 봉사 성적, 공산당 및 인민에 대한 공헌도 등을 평가해 공산당원으로 추천된다. 공청단 전국대표대회는 5년마다 개최된다. 2013년 베이징에서 1500명의 대표가 참석해 17차 대회가 열렸다. 공청단원은 2002년 말 6986만 명, 2007년 말 7500만 명으로, 10년 만에 2000만 명이나 증가했다. 기층조직은 중국 내 모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업체, 농어촌 등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이런 공청단의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삭감됐다. 지난 5월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정부가 배정한 공청단의 일반 공공예산 재정지출금은 3억627만 위안(53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6억2413만 위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반 공공서비스 지출금도 전년 대비 54.8% 줄어든 2억2790만 위안(398억원)이다. 

 

공청단에 대한 냉대는 지난 2월에 처음 감지됐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지난해 10월 2개월간 공청단 중앙서기처를 감찰한 뒤 “공청단 내 기관화·행정화·귀족화·오락화 등 4화(四化)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단 이래 처음으로 단원 수가 줄었다. 2015년 말 중국 전역의 단원은 8746만 명, 기층조직은 387만 명이었다. 단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12년 말보다 244만 명이나 감소했다. 결국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자제그룹)과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를 근거로 성장한 파벌)에 밀려 세력이 약화된 셈이다.

 

공청단을 근거로 한 파벌인 공청단파에도 냉기가 돌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퇀파이 관료들이 낙마했다. 이번에 단죄된 링지화 전 부장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자 퇀파이의 핵심멤버였다. 완칭량(萬慶良) 전 광저우시 서기, 판이양(潘逸陽) 전 네이멍구 자치구 부주석, 위위안후이(余遠輝) 전 난닝시 당서기, 장러빈(張樂斌) 전 국가종교사무국 부국장 등도 비리 혐의로 옷을 벗었다. 위안춘칭(袁純清) 전 산시성 서기, 장바오순(張寶順) 전 안후이성 서기, 지빙쉬안(吉炳軒) 전 헤이룽장성 서기 등은 65세 정년규정에 막혀 연임에 실패했다.

 

특히 6월30일 퇴임한 뤄즈쥔(羅志軍) 전 장쑤성 서기와 새로 임명된 리창(李强) 서기는 퇀파이의 몰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장쑤성 서기는 2002년 이래 줄곧 퇀파이가 권력을 차지해왔다. 장쑤가 광둥에 이어 중국 내 지역총생산(GRDP)이 2번째로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신임 리창 서기는 저장성 성장에서 승진해 임명됐다. 장쑤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지만, 과거 시진핑 주석이 저장성 서기로 지낼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즉 시 주석의 심복이 퇀파이의 자리를 꿰찬 것이다.

 

 

퇀파이의 핵심인사인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사진)의 낙마설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앞둔 최고 권력층의 암투

 

무엇보다 장쑤를 퇀파이의 독무대로 만들었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의 낙마설이 심상치 않다. 리 부주석은 2000년 부서기, 2002년 서기를 지내면서 2007년까지 장쑤성을 다스렸다. 당시만 해도 시진핑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보시라이 전 서기와 함께 ‘차세대 4대 천왕’으로 불렸다. 

 

후진타오 전 주석과는 공청단 중앙서기처에서 함께 일했기에 리 총리나 링지화 전 부장에 못지않게 인연이 깊다. 뿐만 아니라 리 부주석은 문화대혁명 이전 상하이 부시장을 지낸 리간청(李干成)의 아들이라서 태자당으로도 분류된다. 이런 배경은 시 주석이나 보 전 서기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6월말 “리 부주석이 중앙기율위에 두 차례 자진 출두해 조사받았다”고 보도했다. 부인 가오젠진(高建進), 비서, 운전기사 등도 사정 당국에 연행됐다는 것이다.

 

과거 중화권 매체는 수많은 특종을 보도했지만, 오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무시하기엔 리 부주석 측근 인사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월 양웨이쩌(楊衛擇) 전 난징시 당서기, 3월 추허(仇和) 전 윈난성 부서기, 8월 자오사오린(趙少麟) 전 장쑤성 당비서장, 올해 5월 리윈펑(李雲峰) 전 장쑤성 부성장 등 리 부주석의 장쑤 인맥은 모두 낙마했다. 이들은 모두 퇀파이의 일원이었다. 만약 리 부주석까지 사법처리를 당하면, 공산당 중앙정치국원 25명 중 퇀파이는 리커창 총리, 왕양(汪洋) 부총리,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등 5명으로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리커창 총리가 내년 가을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실권이 없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으로 밀려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퇀파이의 차기 대표주자였던 리 부주석이 실각하면, 총리직은 다른 파벌에서 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퇀파이는 리 총리가 유일하다. 19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최고 권력층의 암투가 어쩌면 중국 파벌정치의 판도와 미래를 완전히 바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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