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전은 내가 지키자’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7.06 13:10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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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범죄에 각광받는 호신용품들…“어설픈 대응으로 더 큰 피해 볼 수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경보기·스프레이· 가스총 등 다양한 호신용품이 활용되고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묻지마 식 분노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호신용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호신술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전 관련 앱이 다시 각광을 받는 등 ‘내 안전은 내가 지키자’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5월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후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호신용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호루라기 역할을 하는 경보기에서부터 상대방의 얼굴에 발사해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스프레이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호신용품 사용법 미리 손에 익혀둬야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작동하면 큰 소리를 내서 주위에 위험을 알리는 경보기는 가장 사용하기 쉬운 호신용품으로 활용도가 높다.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지를 약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가격도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소음 수준인 130db(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내는 제품까지 나왔다. 자동차 경음이 50db, 확성기가 80db 수준이다. 작동법에 따라 버튼형과 핀형으로 나뉘는데 안전핀을 뽑으면 소음이 발생하도록 만든 핀형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호신용 스프레이는 최루액을 발사해 상대방이 일시적으로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제품이다. 립스틱과 비슷한 모양이 많아 여성들이 주로 선호한다. 가스를 충전해 사용하는데 가격도 3만원대부터 나와 비교적 저렴하다. 가스의 분사 강도가 약해 사정거리가 짧고 바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요즘에는 사정거리가 3~5m에 이르고 바람의 영향도 덜 받는다는 점을 내세운 제품들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프레이를 총 형태로 만든 가스총도 호신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10만원대 중반부터 다양하다. 흔히 가스총이라고 부르는 분사기는 경찰서에서 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압축가스를 사용하는 액체분사식, 화약을 사용하는 탄알장전식, 경비업체나 청원경찰이 주로 사용하는 분말분사식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쇼핑몰에서 소지 허가 없이 구입 가능하다고 판매하는 제품은 압축가스가 내장돼 있지 않은 스프레이건이다. 


호신용품을 사용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사용법을 손에 익혀야 한다. 그리고 위험한 장소를 지날 때는 미리 손에 쥐고 있는 등 빠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호신용품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섣불리 사용하다가는 오히려 상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스프레이나 가스총 등은 위협을 당할 때 정당한 방어용으로 사용해야지 악의적으로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6월1일 대전 서구 탄방동의 독수리태권도장에서 시민들이 호신술을 배우고 있다.
시간 내 도착 안 하면 보호자에게 문자

 


최근 한 쇼핑몰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이 화제가 됐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실생활 호신술’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인적이 드문 거리를 혼자 걷는 여성 뒤로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쫓아가면서 시작한다. 이후 스마트폰·전공책·호신용품 등을 이용한 실생활 호신술을 보여준다.


가령 괴한이 뒤에서 어깨를 잡았을 때 스마트폰 모서리를 이용해 손등을 가격하고 재빨리 달아나는 식이다. 들고 있는 전공책으로 시야를 가린 후 낭심을 차거나 팔꿈치로 명치를 가격하는 방법도 나온다. 대학생들이 제작한 이 동영상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호신술을 담고 있다.


보다 체계적으로 호신술을 배워볼 수도 있다. 지역 경찰서를 중심으로 호신술 강좌를 통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배운 호신술로 치한을 퇴치하기는 쉽지 않다. 긴박한 상황을 맞았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평소 연습을 통해 몸에 익혀둬야 한다.


스마트폰 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위급 사이렌을 울려주는 앱에서부터 스마트폰을 흔들기만 해도 자동으로 신고가 되는 앱까지 다양하다. 한 호신용 경보기 앱의 경우 위급한 상황에 사이렌을 울려 주위에 위험을 알릴 수 있고 지인들에게 현재 위치를 문자와 지도로 보낼 수도 있다.


또 다른 호신용 통합 앱은 가까운 편의점이나 경찰서 등 안전지역 길안내를 해주고 정해진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주기도 한다. 위협을 받을 때 몰래 녹음을 해 이 음성을 보호자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앱도 나왔다. 누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왔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신용품이나 호신술로 자신의 몸을 직접 지키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 범죄 대응을 국가가 아닌 국민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호신용품이나 호신술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호신용품을 지녔거나 호신술을 배운 여성이라고 해서 건장한 남성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또 “본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과잉 대응을 하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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