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UPDATE] 트럼프와 힐러리, 그들의 270명 표 계산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7.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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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고민은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이다. 트럼프의 경선 전략은 공화당 내 비주류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결국 후보가 되는데는 성공했지만 정공법은 아니었다. 경제 불황과 테러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결집했고, 그 결과 약 1330만표를 획득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완승을 이루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과의 본선에서 이기려면 약 5배인 6500만표 정도를 얻어야 한다. 비주류의 지지를 축으로 하는 경선용 전략을 썼던 이례적인 후보가, 본선에서 통할 것인가가 트럼프의 숙제가 됐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획득한 대의원 수는 332명이었다. 반면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대의원 수는 206명이었다. 과반수인 270명에 64명이 부족했다. 롬니의 206명을 바탕으로 트럼프는 어떻게 표계산을 해야 64명을 더 얻어 270명에 도달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와 중서부 미시간 주 본선에서 승리할 거라고 장담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는 두 곳 모두 오바마가 승리한 지역이다.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제조업의 감소를 나타내는 통계를 꺼내 들고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클린턴 진영이 표밭으로 일구던 노동조합에서도 트럼프 지지표가 상당수 나왔다고 한다. 미시간은 클린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상대로 2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우위를 보이다가 결국 역전된 곳이다. 트럼프는 본선에서도 북미자유무역협정 카드를 이용해 이곳을 빼앗는 게 목표다.

자 그럼 이런 전제를 깔고 매직넘버 270을 트럼프가 얻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알아보자. 지난 대선에서 롬니가 획득한 선거인단 206명을 기초로 계산해보면 다음의 세 가지 방법으로 대의원 64명을 추가로 얻어 270명에 도달할 수 있다.

 

 

 

1. 미시간 2. 오하이오 3. 펜실베니아 4. 뉴햄프셔 5. 플로리다  - 위 지역은 트럼프와 힐러리가 사투를 벌여야 할 곳이다.​

 

 방법 1
오하이오(18)+플로리다(29)+펜실베니아(20)=67

 방법 2
오하이오(18)+플로리다(29)+미시간(16)+뉴햄프셔(4)=67

 방법 3
오하이오(18)+플로리다(29)+버지니아(13)+뉴햄프셔(4)=64

첫 번째 방법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3개 주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다. 206명을 베이스로 할 경우 여기에 67명을 더할 수 있게 되고 총 273명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미시간 및 뉴햄프셔에서 승리를 거두면 된다. 뉴햄프셔는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곳이다. 반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클린턴은 뉴햄프셔에서 대패했다. 미시간과 뉴햄프셔 선거인단의 합계는 20명으로 펜실베이니아와 같다. 따라서 트럼프는 위의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역시 273명을 얻게 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와 뉴햄프셔 주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는 버지니아에서 롬니를 간발의 차로 이겼다. 이번 대선에서도 버지니아는 격전 지역,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트럼프가 앞선 4개 주에서 승리하면 2012년의 선거인단 206명에 64명을 더해 270명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된다.

서부 콜로라도와 네바다 등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은 스윙스테이트에서는 그동안 트럼프가 저지른 실언들이 있어서 불리할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트럼프는 동부와 중서부, 그리고 남부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하지만 이쪽 길을 택할 경우 위의 세 가지 방법에서 보듯 270명에 도달하는 경우의 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트럼프나 클린턴이나, 승리를 확정짓는 선거인단 270명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면 이 숫자에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는 거꾸로 접근해봐야 한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가 획득한 선거인단은 332명이었다. 이 숫자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선거인단에서 62명(332-270=62)의 저축이 있다. 극단적으로 생각할 경우 격전지인 오하이오(18)와 플로리다(29)에서 지더라도 여전히 15명(62-47=15)의 여유가 있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주(20)에서 패배한다면 저축해 놓은 선거인단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트럼프에게 패하게 된다. 플로리다(29), 펜실베니아(20)와 미시간(16)의 선거인단은 총 65명이므로 이 세 개주에서 질 경우도 최초의 미국 여성 대통령 탄생은 없던 일이 된다.

클린턴의 경우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한 펜실베니아 및 미시간에서 승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본선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루트를 차단하는 것이 선거의 중요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중에서 한 곳이라도 클린턴이 이긴다면 트럼프의 방법 1을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 혹은 버지니아 및 뉴햄프셔에서 유리하게 싸울 경우 트럼프의 270명 도달 가능성을 상당히 낮출 수 있게 된다. 아니면 클린턴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에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15)를 되찾아 오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는 캘리포니아(15)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버지니아, 뉴햄프셔 이외의 주에서 승리를 반드시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트럼프의 270명 획득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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