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안철수, 다시 飛翔(비상)할까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04 15:32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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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직 사퇴로 대중과 언론 주목도 떨어질 듯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6월2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밝히고 있다.

 

 

 

 

대선주자 안철수가 불시착했다. 4·13 총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며 순탄하기만 할 것 같은 정치인 안철수의 행로가 다시 난기류와 만났다. 이른바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애초 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당의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으로 번지고, 새 정치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과연 대선주자 안철수는 다시 이륙해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까.

 

비록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완주하지 못했지만 그의 등장과 행보는 최종 후보들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때 묻지 않은 그의 인상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정치 관심자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시장까지 만들어냈다. 대선 전인 2011년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려다 박원순 당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전격 양보하며 신선함을 줬다. 현격한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선뜻 양보하는 모습에서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중의 호응은 더 커졌다.

 

 

국민의당, 더민주보다 더 많은 정당득표 

 

2012년 대선 국면에선 그가 출마할지 여부가 단연 최고 관심사였다. 9월 출마선언을 하면서 여의도 정가는 정치적 패닉을 맞기도 했다. 압도적 우세를 달리던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안정적으로 앞서는 조사결과들이 이어졌다. 당시 야당의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외엔 답이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중은 정치권 전체를 흔든 안철수의 출현으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해 11월23일, 안철수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고,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후 2013년 11월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신당 창당을 준비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듬해 3월 당시 민주당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공동대표로 들어갔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나 2015년 12월 문재인 대표와 극한 갈등을 겪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후퇴만 한다는 비판에 또 직면해야 했다. 대선주자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당시 대선주자 안철수의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핵심지지층이었던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은 떠나가고 있었고 이렇다 할 지지기반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야권의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밀리는 상황이 지속됐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남아 있다가는 다음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직감했던 듯하다.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을 창당해 4월, 20대 총선에 나서 38석으로 제3당의 지위를 획득해냈다. 비록 호남에 의석이 집중돼 있기는 했으나 정당득표율에선 전국적으로 고르게 나와 전국정당 가능성도 보여줬다.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더민주)보다 정당득표에서는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국민의당 정당득표율은 26.7%, 더민주는 25.5%였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신비감은 줄었으나 그의 정치권 등장 때보다 심화된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가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선거를 통해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얻었고, 여전히 중도층에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입지를 다졌다. 다음 대선에선 안철수 전 대표가 완주할 것이며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총선이 있던 4월을 전후해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를 넘어섰다.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로 올라선 것이다.

 

 


 

국민의당 여러 대선주자 중 한 명 될 수도

 

그러나 영화(榮華)도 잠시, 당은 비리와 부패에 연루됐고, 본인은 대표직을 사퇴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힘들게 구축한 국민의당과 대선주자로서의 본인 입지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언론은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민심 또한 냉랭해졌다. 악화되는 여론을 차단해야 했다. 그리고 이미 발생한 악재에 대해 기성 정치권과 다른 대응 모습을 보이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당 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반 정치 리더들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남긴 것은 다행이다. ‘책임지는 모습’으로 바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으나 추가적인 정치적 손상을 막으면서 재기를 노려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당 대표로 있을 때보단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이 놓이게 됐다. 대표직을 내려놓음으로써 홀가분한 대권 행보를 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언론과 대중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은 유용한 도구를 잃은 것과 같다. 

 

또 당 대표로 있을 때는 당의 결정을 대선주자 안철수의 이해관계와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다.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당의 유일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결정권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배타적 지원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당장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오라는 러브콜이 국민의당에서 나오고 있다. 자칫 국민의당 여러 대선주자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게 됐다.

 

계속해서 호남의 안정적 지지가 유지될지 여부는 안 전 대표에게 매우 중요하다. 호남에서 수용할 수 있는 더 경쟁력 있는 다른 후보가 출현할 경우 호남 민심도 움직일 수 있다. 그 경우 안 전 대표로선 지역기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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