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정치인 어울리지 않는 성품”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7.04 10:04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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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사태’로 국민의당 대표 사퇴한 안철수의 치명적 3대 약점

2012년 9월19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시민들이 TV로 지켜보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정치인’ 안철수는 여전히 정치관이 ‘모호하다’는 지적받고 있다.

 

 

바다에 나서기 무섭게 폭풍우를 만났다. ‘제3의 대안정당’을 내세우며 20대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당 이야기다. 4·13 총선에서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며 3당에 올라선 국민의당이었지만, 국회 개원과 동시에 ‘리베이트 파문’에 휩싸였다. 당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청년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데다 ‘새 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에서 ‘구(舊) 정치’ 악습에서 등장했던 ‘돈 문제’가 터졌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국민의당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이는 6월29일 대표직에서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다. ‘국민의당=안철수’로 등치돼 왔기 때문이다. 또 대권 가도의 가장 큰 조력자로 꼽히는 박선숙 의원이 이번 사건에 얽히면서 내년 대선 준비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강수’를 뒀지만, 그의 ‘정치적 자질’에 대한 의문부호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안철수의 3대 약점’을 짚어본다. 

 

 

 “간만 보다 ‘또’ 철수한다” 

-정무 감각 결여 

 

“안철수는 정치인에 어울리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 얼마 전까지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다 결별한 한 인사의 얘기다. ‘멘토’나 ‘스승’의 이미지가 강하고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인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인사는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엔 아직 정치 경력이 짧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무 감각은 안 전 대표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늘 꼽혀왔다. 세간에 널리 퍼진 안 전 대표의 별명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간철수’다. ‘간만 보다 결국 철수(撤收)한다’는 의미다. 강단이 없어 보이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꼬집은 말이다.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쟁점을 마주한 상황에서 늘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안 전 대표는 6월29일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파문’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금까지 총 6번에 걸쳐 사퇴 혹은 양보했다. 첫 번째 사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들었던 2011년이다. 당시 안 전 대표는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같은 야권 출마자인 박원순 변호사와의 면담 끝에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중 후보직을 사퇴했다. 2014년 초에는 각계 인사들을 모아 ‘새정치연합’ 창당 작업을 하던 중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지지자들 상당수가 안 전 대표 곁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 안 전 대표와 결별했던 그의 최측근은 사석에서 “(안철수와) 같이 일 못하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같은 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책임을 지고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진용을 꾸린 뒤 처음 맞이한 선거였지만, 여당에 패배하면서 “안철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어 2015년 12월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갈등 끝에 탈당을 선언, 현재의 국민의당 창당에 나섰다. 

 

마지막 6번째로 안 전 대표는 6월29일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다”라며 책임지는 정치를 구현하려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대표 사퇴는 당연한 수순 아니었을까. 오히려 너무 빠른 사퇴 때문에 ‘도망간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대표 사퇴 발표 이후 “안철수가 자기만 살려고 도망간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무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던 사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사퇴 이틀 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위원들 간 의견 차이만 드러낸 채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거취를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거기다 이틀 후에는 ‘책임정치’라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채 내린 결정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 입문 때부터 외쳐온 ‘새 정치’에 대한 지적도 여전하다. 안 전 대표는 정계 입문 이후 줄곧 ‘새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원내 3당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의 주변에선 여전히 ‘새 정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때 안 전 대표의 지근거리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한 인사의 얘기다. 

 

“‘새 정치’를 시작하려면 본인부터 이를 신념화하고 체계화했어야 했다. 이후 이를 100%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시작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했어야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종국에는 현실적인 수확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 정치’라는 표상만 걸어 놓고 기성 정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러니 결국 ‘리베이트 파문’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미 예고됐던 사태나 마찬가지다.”

 

 

 “부하의 간언 받아들이지 못한다” 

-스킨십·소통 부재

 

정무 감각에 이어 안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스킨십’이다. 이는 취재하는 기자나 동료 의원 및 측근들과의 소통, 평소의 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정치 입문 경력이 짧아서인지 안 전 대표는 줄곧 주변과의 친밀한 소통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안 전 대표의 ‘소통 문제’에 직격탄을 날린 이는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 갑)이다. 그는 지난해 8월18일 자신의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냈다. 그는 책에서 비선(秘線) 라인의 개입으로 캠프의 소통 부재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주변의 의견을 고루 들은 뒤 상황을 판단하기보다는,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얘기를 더 신뢰했다는 의미다. 금태섭 의원은 책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비공식적인 논의 기구를 운영하면서 후보와 비공개 화합을 갖고 후보 메시지의 상당 부분을 결정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발표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며 대표적인 소통 부재 사례로 당시 나온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등을 들었다. 또 새정치연합 창당을 중단하고 민주통합당과 합당한 것에 대해서는 ‘엄밀히 말하면 합당이 아니라 안 의원 개인이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입당 선언’이었다’고 혹평했다. 

 

출입기자들과의 소통에서도 호평을 받지 못했다. 세간의 평가를 의식했는지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한 후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기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말에는 기자들과 국회 인근의 한 카페에서 송년 간담회를 열고, 저녁에는 기자들과 영화 ≪내부자들≫을 함께 보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영화관람 이후에는 평소 술을 잘 하지 않음에도 막걸리를 함께 마시는 시간까지 가졌다. 그동안 언론에 비친 유약한 이미지를 지우고, ‘강(强)철수’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으려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총선 준비에 나선 올해 2월 안 전 대표의 비서관 이아무개씨가 사의를 표명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의 ≪성호사설≫ 글귀를 인용하며 안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간언하는 신하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을 근심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고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임금이 간언을 듣고 분노하더라도 서슴없이 간해야 한다”며 “임금이 어진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들판에 잘 자란 곡식이 널려 있는데도 수확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당시 이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스템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내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다른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늘 정치권 물갈이를 얘기하며 ‘물을 갈아야 하는데 고기만 갈았다’고 했는데 그게 딱 우리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3 ​“리베이트 파문, 호남 지지율 하락”

-호남 민심이반 조짐

 

안 전 대표의 마지막 약점은 호남이다. 호남은 안 대표나 국민의당에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자 중심축이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호남 유권자의 지지 덕분에 원내 3당이 될 수 있었다. 전국적인 지지를 위한 외연(外延) 확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외연을 확장하기 전에 호남의 지지를 잃는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22쪽 기사 참조) 

 

이렇게 중요한 호남이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에 박선숙 의원 등 당 핵심 관계자들까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호남 지지율이 급락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를 붙들어놓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안 전 대표 행보에도 적신호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리베이트 파문이 일고 난 뒤 급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6월20~24일 유권자 2539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포인트)한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 조사(13〜17일)보다 0.5%포인트 내린 15.5%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3개월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당 지지율이 이렇게 추락한 데에는 호남의 영향이 컸다. 호남지역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이 기간 동안 24.9%로, 일주일 전보다 11.8%포인트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광주·전라지역 정당 지지율 1위 자리를 더불어민주당(37.2%)에 내주기도 했다. 국민의당이 호남 지지율에서 더민주에 밀려난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지지율 급락세가 계속되자 당 내부에서 ‘선제적인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6월말 들어서는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이 다시 회복되기도 했다. ‘레이더P’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6월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34.3%의 지지율로 31.4%의 지지율을 기록한 더민주를 다시 제쳤다. 

 

하지만 이는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 파문으로 더민주 지지율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호남의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16.1%를 기록, 문재인(25.6%)과 반기문(18.4%)에 밀린 3위를 기록했다. 총선 이후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줄곧 1위였지만 5월에 들어서면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1위를 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까지 밀린 3위로 내려앉았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이 같은 징후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결국 내년 대선이 국민의당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텐데,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지지율 하락은 심상치 않은 문제”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에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결단’을 내렸으니 조만간 또 기회가 오겠지만, 한 번 떨어진 지지세를 다시 되돌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 전 대표가 물러난 뒤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하게 된 박지원 의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여론을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안철수라는 브랜드 덕분에 총선에서 제3당이 돼 오늘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새 정치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역설적으로 우리는 ‘구(舊)정치’가 필요하다”면서 “구정치의 하드웨어만 접목시키면 당이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당의 얼굴은 박지원이 아니라 안철수다. 나는 뒤에서 밀고 가는 보조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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