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Insight] 김정은 지시로 스튜어디스 유니폼까지 바꿨지만
  •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30 09:35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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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에 날개 꺾인 고려항공

2015년 6월27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승객들이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에 오르고 있다.

 

 

 

 

북한 유일의 민간항공사인 고려항공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스튜어디스의 유니폼을 서방 항공사처럼 바꾸고, 기내식과 서비스 향상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말대로 ‘때벗이(낡은 것을 벗겨냄)’를 하는 것이다. 

 

먼저 승무원 유니폼은 예전 ‘붉은색-흰색’ 위주 색상에서 감색 정장 스타일로 바뀌었다. 치마 길이가 짧아졌고, 목선이 드러나는 재킷이 어우러지면서 한층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다. 구두의 굽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액세서리 착용도 눈에 띈다.

 

이런 변화는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시도됐다. 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5월 평양 순안공항을 찾아 기내식의 품질을 올리고 승무원 의상도 세련된 스타일로 바꾸라는 구체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조기 유학하며 해외의 유력 항공사들을 이용해본 김정은이 국제 수준의 항공 서비스를 강조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고려항공은 전 세계 600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연속 꼴찌를 기록하는 등 오명을 써왔다. 기내식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빵·커피·고기의 질이 낮고 다양하지 못한 게 결정적인 흠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방의 북한 방문객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볼품없는 북한식 햄버거 기내식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평양 순안비행장을 비롯한 공항도 김정은 지시로 리모델링됐다. 지난해 6월 신축 수준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순안비행장에는 면세점과 커피숍, 라운지, 에스컬레이터 등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졌다. 김정은은 공항 건설 현장을 몇 차례나 직접 찾았고,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사를 책임진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을 1년간 양강도의 협동농장으로 가족과 함께 추방하기도 했다. 강원도 동해안의 원산비행장도 홍콩의 한 업체를 통해 새롭게 건설됐다. 활주로 길이를 2050m에서 3500m로 늘리고, 계류시설도 확장해 모두 12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대기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 2억 달러(2268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공항 리모델링 열 올리던 김정은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고려항공과 북한 민항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로 대북 제재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유엔의 대북결의 제2270호가 나온 한 달 뒤인 지난 4월에는 방콕 노선 마지막 여객기가 단 한 명의 승객도 태우지 못한 채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노선의 경우 7월부터 주 4회 운영하던 걸 5차례로 증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지만, 우리 정부 당국은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평양과 외부세계를 연결하는 고려항공은 고립에 직면한 북한 체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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