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제 ‘접는 자’가 지배한다
  • 엄민우 시사비즈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6.24 13:28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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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내년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2强 체제 굳힐까

 

삼성전자에서 출시 예정인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6월9일, 중국의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레노버 신제품 행사장에 한 남성이 들어섰다. 그는 청중들을 향해 “옷에 주머니가 없다. 스마트폰을 어디 두면 좋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내 레노버 스마트폰을 구부려 손목에 감았다. 관중들은 탄성을 질렀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청바지 동전지갑에서 아이팟을 꺼냈을 때 관중들이 보였던 반응과 비슷했다. 

 

스마트폰 업계가 치열한 스마트폰 접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7년 스마트폰 시장은 먼저 제품을 접는 기업이 제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진 국내 기업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앞서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아 치열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는 기술 발달 수준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기본 단계는 약간 휘어진 디스플레이로 ‘갤럭시S7 엣지’ 시리즈에 적용된 기술이다. 다음 단계는 접히는 ‘폴더블’ 형태다. 마지막 단계는 ‘롤러블(둥글게 마는)’ 디스플레이로 종이를 대체할 수준까지 발전한다. 현재 상용화는 1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차세대 스마트폰이 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 접는 폰이 장악

 

폴더블 기술은 스마트폰 신기술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마음을 움직일 유일한 무기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장은 PC 시장처럼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기술 수준 및 제조사 간 품질과 기능 차이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조금 더 속도가 빨라지거나 카메라 화질이 좋아지는 것으론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이제까지는 ‘빅2’ 삼성전자·애플과 중국 업체 간에 기술력 차이가 현격히 컸다. 지금은 기술력이 상향평준화됐다. 이에 소비자는 삼성전자·애플의 프리미엄 제품과 기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저렴한 중국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접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확실한 프리미엄 전략을 가능하게 해줄 열쇠라고 분석한다. 접는 스마트폰은 향후 시장을 접히는 폰과 접히지 않는 폰으로 나누고, 접히는 폰이 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를 접는 기술은 단순히 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력이 필요하다. 수천 번 접었다 펴도 접히는 부분에 화면 깨짐 현상이 없어야 한다. 이 탓에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7년에야 상용화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력 면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업체는 삼성전자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시리즈부터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적용해왔다. 생산 초기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엣지 제품을 양산해온 것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오랜 공을 들인 결과,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폴더블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시장에선 ‘갤럭시S7’부터 폴더블 기술을 탑재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지만, 당시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비중을 낮추고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기술 상용화를 서두른 데는 애플이 크게 기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차세대 아이폰에 OLED 패널을 대량 공급하기로 했다. 애플은 내년 이 패널을 활용해 폴더블을 적용한 ‘아이폰8’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 IT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폴더블 기술을 적용하면서 폴더블 기술의 안정성이 입증됐다. 삼성전자도 부담 없이 폴더블 기술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 ‘한국 따라하기’ 전략으로 맹추격

 

당초 삼성전자와 애플이 폴더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레노버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폴더블 기술을 적용한 태블릿을 공개하면서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레노버는 손목에 감을 수 있는 스마트폰 시플러스와 접히는 태블릿 폴리오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제품이 아닌 중국이나 대만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셰 IHS 대만 이사는 중국 업체 BOE가 공격적으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은 ‘한국을 따라하자’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개발하는 단계를 그대로 답습하며 폴더블, 롤러블 디스플레이까지 개발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레노버가 공개한 제품은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시제품이니만큼 위협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역시 시제품으로는 폴더블보다 앞선 롤러블 디스플레이까지 선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레노버가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2017년 펼쳐질 폴더블 제품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국내 업체들도 방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전문가들은 폴더블 경쟁의 승부는 결국 해당 기술을 적용하며 발생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충고한다. 강민수 IHS코리아 수석연구원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배터리는 어떻게 탑재할지, 어떤 식으로 디자인해야 할지 등을 해결하는 것이 폴더블 제품 성공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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