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20년 전 경제부처에 칼 들이댄 검찰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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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위축’ 경제계 반발 불러일으켜···오늘날 롯데 수사와 데자뷰

 


검찰이 재계 5위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의 칼끝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그룹의 심장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이미 수사에 들어갔고, 그 밖에도 몇몇 대기업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른바 재계 사정 시나리오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재계는 바짝 긴장하면서도,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사정 수사로 경기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논리다. 이렇듯 경제계 사정 수사 때마다 재계가 내세우는 논리는 경제 위축 가능성이다.

이런 행태는 과거에도 똑같이 반복됐다. 20년 전인 1996년 6월20일자 시사저널 경제면에는 당시 검찰이 경제부처와 벌이는 팽팽한 힘겨루기가 보도되고 있다. 검찰이 성역이라 불리던 재정경제원(지금의 기획재정부)에 대해 수사에 들어가자 경제부처에서는 수출이 둔화되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검찰을 압박했다. 

『 대검은 증감원(증권감독원)과 재경원(재정경제원)이 추가 구속을 줄이기 위해 주가 하락 등 경제 논리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이미 대검과 경제부처 간의 파워게임이 시작되었다. 경제부처 쪽은 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수출증가율이 줄어들고 주가가 떨어지는 등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논리로 검찰의 수사 확대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어차피 경제계는 뻘밭에서 뒹구는 것인데 이를 사정한다면 경제가 얼어붙는다는 논리를 경제부처 출입기자를 통해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 (시사저널 347호(1996년 6월20일자) 「“경제 논리 꼼짝마라”」 기사 중에서)

재경원은 지금의 기재부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경제부처의 사령탑이다. 그런 재경원을 향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니, 재경원이 갖는 충격과 반발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가히 짐작이 간다. 진정한 부패 근절은 성역 없는 수사에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롯데를 향한 검찰의 행보 역시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DJ로 야권후보 단일화 되면 대선 승리’ 여론조사 적중

20년 오늘,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는 ‘차기 대권’ 여론조사였다. 두 야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대선후보인 김대중(DJ)·김종필(JP) 총재가 각각 출마할 경우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여당인 신한국당 대선후보와 경쟁력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였다. 조사 결과, 각각 출마할 경우 승산이 희박하지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특히 DJ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엔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대선 때 DJ·JP가 각각 출마할 경우’ 신한국당 후보(21.5%)가 1위, DJ(20.1%) 2위, JP(7.3%) 3위로 나타났다. 반면 ‘야권에서 DJ로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DJ(28.8%) 1위, 신한국당 후보(27.4%) 2위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내용이 반영되었음일까. 결과적으로 DJ와 JP는 DJ로의 야권단일후보에 합의했고, 이듬해 12월 대선에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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