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庶子’라서 더 끈끈했던 그물망 인맥
  • 이민우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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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통 출신 홍만표의 인맥 분석




“검찰 조직의 80~90%는 ‘SKY 대학’ 출신이다. 승진을 할수록 SKY 출신이 아닌 사람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사람(홍만표 변호사)도 선천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런데도 성균관대 출신인 그가 검찰 조직에서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은 그만큼 노력했고 ‘인맥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는 의미다.”(전직 부장검사)


검사 시절 최고의 ‘검객’으로 통했던 홍만표 변호사. 그는 현직 때 재벌은 물론 역대 대통령 최측근, 전임 대통령에게도 수사의 ‘칼날’을 들이민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옷을 벗은 뒤 사건 수임으로 해마다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거둬들였다. 재벌의 ‘칼날’로 변모했던 그는 결국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혐의로 6월2일 구속됐다.


특히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법조 브로커 이민희씨와의 관계가 주목을 받으면서 홍 변호사의 인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굵직한 사건들을 수임하면서 “내가 누구누구와 잘 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동창이나 성대 출신 검사, 심지어는 청와대 인사까지 입길에 오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Y 출신 아닌 비주류의 ‘성공 신화’
홍만표 변호사는 서울대와 영남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검찰 내에서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깝다. 강원도 삼척 출신인 데다 서울 대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소위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일컫는 ‘SKY’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찰 내에서도 승진을 점치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홍 변호사는 검사로서의 경력만 놓고 보면 사실상 ‘성골’에 가깝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991년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줄곧 경력을 쌓은 이후 특수통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기획과장과 중수2과장 등을 맡은 후 중수부의 ‘입’인 수사기획관까지 거쳤다. 그러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비리, 진승현 게이트,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의혹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검찰 특수부가 맡았던 주요 사건에 대부분 참여했다. 현직 시절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과 함께 ‘사법연수원 17기 특수통 트로이카’로 불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홍만표 변호사의 탁월한 ‘정무 감각’은 큰 힘이 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소위 ‘윗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피의자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다. 조사를 받고 돌아가는 피의자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며 배려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만표 변호사는 특수부 검사로서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고 후배 검사들에게도 존경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실함이나 정무 감각만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그의 선천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학연은 역설적으로 그의 성공 스토리의 발판이 됐다.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만큼 더욱 끈끈하게 뭉쳤다는 의미다.


그가 졸업한 대일고등학교는 1973년 처음으로 신입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신흥 명문고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대일고 졸업생은 많지 않지만 정·관계에 폭넓게 포진해 있다. 3기로 졸업한 홍 변호사는 박형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윤석규 전 청와대 행정관과 동기다. 한 기수 위로는 4선의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 한 기수 아래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있다.


홍 변호사는 특히 오 전 시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9월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한 청탁 의혹에 오 전 시장의 이름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홍 변호사가 서울메트로를 운영하는 서울시 고위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2007년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이 BBK특검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대 법대-특수부’ 라인 인맥 화려해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도 오히려 ‘약’이 됐다. 법조계에서 성대 인맥들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힘이 대단했다고 한다. 동문 관계가 끈끈하기로 유명한 고려대와 맞먹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딸이 결혼식을 올릴 때 결혼식 장소와 시간을 극비에 부쳤지만 성균관대 출신 검사들은 대거 참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황 총리와 그의 사위 조종민 검사 모두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특수부에서 성균관대가 강세를 보여왔다. 오광수 전 대구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출신의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 등이 모두 ‘성균관대 법대-특수부’ 라인을 잇는 홍 변호사의 선·후배들이다.
현직 때 굵직한 사건을 맡아 함께 일했던 검찰 인맥도 화려하다. ‘청와대 실세’로 통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함께 일했다. 홍 변호사는 수사기획관을 맡았고 우 수석은 대검 중수1과장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 밖에 국내 개설 해외 유명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통해 인맥을 쌓았던 것으로 보인다. 홍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이듬해 한국능률협회가 개설한 와튼스쿨(Wharton-KMA)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한국으로 옮겨와 만든 6개월짜리 단기 프로그램이다. 법조계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조 브로커 이민희씨 역시 이 과정을 수료했다. 홍 변호사는 이곳에서 현직 장관과 언론사 사장, 중견기업 대표, 문화계 인사 등과 폭넓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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