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선 프리뷰] 이철희,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 만리장성 허물어야 한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6.01 14:36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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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핵심 브레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례대표 8번으로 금배지를 단 이철희 의원은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다. 방송 출연을 통해 구축한 인지도는 여느 중진 의원 못지않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날카로운 분석과 예리한 시각으로 상당한 팬이 따른 정치 평론가로도 유명하다. 20대 총선에서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원내 1당을 이루는 데 공을 세웠다. ‘더민주의 핵심 브레인’인 셈이다. 일각에선 ‘야권의 꾀돌이’로도 불린다.

 

시사저널은 5월2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이 의원의 개인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김종인 더민주 대표로 부각된 ‘경제정당 프레임’이 총선 승리의 큰 밑거름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한 국민의당의 한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될 것이라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다만 야당이 질 수 없는 선거라고는 생각했다. 보수정권 8년에 민생은 바닥이고 외교, 사회문제 등 모든 면에서 제대로 해결된 게 없었다. 선거란 게 그런 것에 대한 평가인데,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 없는 선거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때문에 무척 긴장했는데, 안심번호를 통한 여론조사를 하면서부터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110석+α’ 정도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왔다. 

 

김종인 대표가 당권을 잡은 게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 경제실정 심판론을 내세우는 데 있어서 확실히 ‘김종인 효과’가 있었다. 이번 선거 1등 공신은 김종인 대표라고 생각한다. ‘유능한 경제정당’이란 프레임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김 대표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호남에선 패배했다. 

 

호남 민심은 정신 차리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번번이 진 것에 대한 질책이다. 수권정당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달라는 의미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준 호남 유권자가 완전히 더민주를 버린 것은 아니다. 기회를 줘 보겠다는 의미다. 정신 차리라는 메시지를 잘 듣고, 수권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호남 표심(票心)도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당 입당은 고민해본 적 없나. 김한길 의원이 직접 영입제안을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한 번도 국민의당을 생각해본 적 없다. 김한길 의원으로부터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를 하는 것은 어떠냐는 얘기는 왔었다. 하지만 거절했다. 정치를 하게 되면 더민주와 할 생각이었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었나. 

 

그렇지는 않다. 평소에 사람보다는 정당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야권이 패배한 원인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정당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대권을 생각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못한다. 하지만 더민주는 그렇지 않다. 60년 이상의 역사와 10년의 집권 경험을 가진 정당이다. 내 고민은 정당 선택이 아니었다.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공천 문제로 구설에 올랐을 때였다. 과거에는 총선 전략을 짜는 사람은 비례 공천을 보장해주고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공천 대상자 중 하나였다. 그렇다 보니 힘 있게 무엇을 추진하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뭔가 터지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힘들고 억울한 면이 있었다. 전략 담당자가 치러야 할 대가였다.

 

입당한 이후에 당내 계파 문제를 느꼈나.

 

입당 당시엔 많이 약해졌긴 했지만 계파는 있었다. 나는 계파를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큰 정당일수록 정당 혁신 계기는 당내 정파에서 나온다. 당내 분파에서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진다. 분파가 있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이를 에너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주저앉은 점이었다. 정권 교체가 필요하듯 당권 교체도 필요하다. A분파가 실패하면 B분파가 집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좋은 정당의 징표라고 생각할 부분도 있다. 

 

20대 총선 상임위로 어디를 지원했나. 

 

법사위에 지원했다. 어버이연합 TF에 들어간 의원들이 법사위 간다는 얘기가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박범계·금태섭·백혜련·조응천 의원까지 있어 팀 구성이 나름 괜찮을 것 같다. 검찰에 대한 견제와 검찰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정략적인 방식으로 공격하고 싶진 않다. 

 

준비 중인 1호 법안은 무엇인가.

 

1호 법안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임기 동안 꼭 고치고 싶은 법안은 정치관계법이다. 지금의 선거법은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았다. 이를 허물어야 한다. 현역이 아닌 정치인도 언제든지 유권자 사이에 들어가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언제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인을 호명하거나 호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법안은 현역에게만 기득권을 준다. 법을 개정할 사람들이 모두 현역이라 현실적으로 개정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도하고자 한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박근혜 정권 말기와 겹친다.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이 기간이 골든타임이다.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개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을 파헤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만 포커스를 맞춰선 안 된다. 우리의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야권의 대선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

 

야권에는 인물이 많다.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고문, 김부겸 의원 등이다. 특히 이들은 대중 앞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아왔다. 이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겠나. 

 

3당인 국민의당과도 연계가 중요할 것 같다. 

 

뜻이 맞는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친한 분들도 많다. 김관영 의원은 평소부터 주목했던 분이고, 앞으로도 잘되셨으면 좋겠다. 비례대표 중에는 채이배 의원 같은 분도 같이하거나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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