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장기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
  • 김경민 기자 ()
  • 승인 2016.05.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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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미국 역사학계 석학 리처드 부시먼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지난 5월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경선 초반민해도 ‘일시적 열풍’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던 트럼프의 약진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돌풍을 일으키며 세를 단단히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던 세계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현실화될까 진심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학계는 ‘트럼프 돌풍’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역사학계 원로이자 세계적인 종교학자인 리처드 부시먼(Richard Bushman․85) 미 컬럼비아대학 석좌교수를 5월28일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트럼프 돌풍’에 대한 시각을 물었다. 

 

“사람들은 강한 사람을 열망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은 그가 마치 ‘히어로 무비(hero movie)’의 영웅처럼 현재 미국이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이란 헛된 기대를 품고 있다. ‘무엇이 정의인가, 무엇이 대의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강력한 힘을 가진 어떤 한 사람이 눈앞의 장애물들을 다 없애주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그는 “(트럼프가 지지를 받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현재 미국 대선 국면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현실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과 그가 내세운 포퓰리즘적인 기치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해석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많은 이유 중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그는 오늘 유세 현장에서 한 발언을 다음날 스스로 철회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들은 순간의 표심을 얻기 위한 자극적이고 휘발성인 발언일 뿐이다. 그는 거래에 뛰어난 사업가(dealer)지 훌륭한 정치인은 아니다. 그의 독주는 미국문화의 품격마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시먼 교수는 19세기 미국사(史), 특히 남북전쟁 이후 사회상을 연구해왔다. 또 ‘모르몬교’라고도 알려진 후기성도교회 신도로서 종교학 연구에도 오랜 시간을 바쳐 연구해왔다. 지난 5월27~28일 양일간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렸던 ‘2016 춘계 한국종교학대회’에 연사로 참석한 그는 ‘미국 남북전쟁 이후 갈등 봉합’에 대해 주제 강연을 했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에도 오랫동안 갈등의 역사를 걸어왔다. 뜨거운 전쟁(내전)은 끝났지만 문화적 냉전은 계속됐다(Hot war, the civil war, ended, but the cultural cold war continued.)”

미국은 전쟁 이후 백인과 흑인이 분열했고 학교와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계속됐다. 부시먼 교수는 이 끝없는 갈등을 봉합시킨 것은 신념의 대통합부터라고 봤다. 사회복음주의자들이 ‘구원’을 개인의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시킨 것이 ‘시민권’이라는 위대한 개념으로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사회를 통합하는 데 있어 ‘신념’ 혹은 ‘신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본다.

또한 어떤 이유에서든 한 국가가 두 개 이상의 집단으로 분리됐다면 통일비용보다 분단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의 한국이 그렇고 과거 미국․독일이 그랬듯이 역사적으로 한 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라며 “한 나라로의 통합은 당장은 혼돈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양쪽 지역 모두에게 경제적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다. 내가 상대를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으로 볼 때와 상대에 대해 무관심하고 증오할 때는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종교는 사람을 본질적으로 ‘가치있는 존재’로 대한다. 상대에 대한 사랑․존경심․배려가 기초가 된다. 종교는 사람을 돌봐야할 대상으로 서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결국 이러한 종교적 가치관이 사회 근저를 형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된다면 인간주의적 사회 정책과 보호단체의 설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학자이기도 한 부시먼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종교를 압도하고 있다”며 사회 차원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종교적 신념의 고취를 강조했다.

인터뷰 도움=박상기 한양대 국제대학원 국제협상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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