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혹평한 이코노미스트를 직접 보니..."내재적 한계 보여준 사무총장"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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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유엔이 지닌 내재적 한계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5월23일(현지시간) 국내 언론들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5월15일자 보도를 인용하며 “이 매체가 반기문 총장을 ‘행정·통치 모두 실패한 총장’이라고 혹평했다”고 전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5월21일 자사 온라인에 유엔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두 개의 기사를 내보냈다. 5월 3째주 용 이코노미스트 지면에 실린 두 기사는 ‘차기 사무총장은 남성․여성 아니면 실험쥐 중 누구?(Master, mistress or mouse?)’, ‘최고의 선택을 하라(Get the best)’는 제목으로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자격과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차기 사무총장은 남성․여성 아니면 실험쥐 중 누구?(Master, mistress or mouse?)’란 제목의 기사는 전임 사무총장들의 특징을 간략히 서술하는 중 반 총장에 대한 혹평을 내린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사무총장직을 수행한 코피 아난 전 총장은 기민하고 매력적이었다. 세계적인 분쟁지역에서 드문드문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고의 총장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코피 아난 전 총장의 후임자 반 총장은 외향적이지만 역대 사무총장들 가운데 가장 아둔하고 최악이란 평이다.”

“반 총장은 끔찍할 정도로 눌변이었다. 의전에 지나치게 집착했으며 임기응변에 약하고 깊이가 얕았다. 그는 9년이나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자주 헛발을 짚었다. 그는 지난 3월 북아프리카 순방 중 알제리 남서부 틴두프 지역의 스마라 난민촌을 방문한 자리에서 모로코가 서사하라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교적 실수는 모로코정부가 이 지역 평화유지를 위해 파견된 유엔 지원군들을 쫓아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반 총장에 대해 이토록 혹평을 내린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평가는 차기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논의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유엔은 5월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193개 회원국의 추천을 받아 공개적으로 선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엔의 차기 사무총장을 공개적으로 선출하는 방안이 유례없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결국 (강대국들의) 거래에 의해 선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외교전문가들은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유엔은 분쟁 중인 대상 지역 혹은 강대국이 승인할 때에만 효력을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빠듯한 유엔의 살림살이 속에서 운영을 해야 한다. 30년 간 유엔에서 일하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국장으로 활동해왔던 앤소니 밴버리(Antony banbury)는 퇴사 직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나치게 적은 예산과 잘못된 인사 운용 덕분에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유엔은 그야말로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이 이뤄지는 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반 총장에 대한 이번 평가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사무총장 자리에 누가 오더라도 반 총장이 임기 중 마주쳐야 했던 분쟁들을 종식은커녕 막을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의 바르고 완강한 인물이었다. 새로운 개발 과제를 세우고 지난해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중략) 총평하자면 반 총장은 유엔이 지닌 내재적 한계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는 최소한의 공통분모에 속하는 분쟁문제에만 개입했다. 그가 사무총장이 된 건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중 누구도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코노미스트의 평가를 바탕으로 반 총장에 대한 평가를 조금 더 정확히 내리자면 ‘철저히 유엔이 가진 태생적 한계 속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일해 왔다’ 정도일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반 총장의 방식은 전임이었던 코피 아난 전 총장의 업무 방식과 극명히 대조되는 것이었다. ‘최고의 선택을 하라(Get the best)’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코피 아난 전 총장이 교활함, 용감함, 매력, 이상주의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가며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면 반 총장은 강대국에 맞서지 않으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규정에 입각해 일을 했다”고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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