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문서’에 드러난 리비아와 북한의 핵 거래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5.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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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부유층들이 조세피난처(조세회피지역)를 통해 '절세'를 하려고 발버둥 쳐 온 실태를 폭로한 게 일명 '파나마 문서'다. 그런데 조세피난처란 게 오직 부유층의 절세 루트로만 이용된 건 아닌 것 같다.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핵무기 개발 대금을 조세피난처를 통해 지급한 흔적이 드러나서다. 카다피 정권은 과거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증거가 최근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은 입수한 자료를 통해 “카다피 정권이 세계 각지의 조세피난처를 방패삼아 핵개발과 관련한 대금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드러난 카다피 정권의 송금 횟수는 총 57회다. 당시의 환율로 계산하면 약 1억10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다. 이 정보는 이미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세피난처를 통한 거래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제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나마 조세피난처를 사용한 테러 조직과 국가 관련 비밀 거래, 그리고 돈세탁 의혹은 '파나마 문서' 덕분에 어느 정도 드러났다. 리비아는 핵무기의 제조 및 취득을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1997년 극비리에 핵무기 개발 계획을 결정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이스라엘에 대항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핵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조달하기 위해 리비아는 파키스탄 출신 '핵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압둘 칸 박사가 구축한 암시장에 접촉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 분리기와 핵무기 설계도 등을 차례로 입수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송금 기록은 당시의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기록은 리비아의 암시장 거래가 본격화된 2000년 3월~2003년 9월 사이 3년 반의 흔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송금은 중동의 금융 중심지인 레바논 금융 기관 등 여러 은행에서 이뤄졌다. 돈은 조세회피지역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라트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의 금융 기관에 개설된 가명계좌나 페이퍼컴퍼니의 계좌로 향했다. 실제 돈을 받은 사람은 칸 박사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리랑카 출신 타히아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도 여기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문서에는 리비아가 북한에서 입수한 핵물질의 대금과 송금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2002년 7월 두바이, 9월 마카오에 계좌를 가진 북한의 기업에 약 400만 유로가 입금됐다. 송금에는 미국 달러와 유로, 스위스 프랑 등 다양한 통화가 사용됐다. 

이런 입금 시점 이후 핵개발을 꾀하던 리비아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2003년 10월 지중해 공해에서 리비아로 향하던 독일 선박 'BBC차이나'호 는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 제공으로 중간에서 차단당해 이탈리아 타란토 항으로 회항했고 검색 결과 적하목록에 없던 원심분리기가 적발됐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개발 저지 압력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당시 리비아의 최고지도자인 카다피는 같은 해 12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 살상 무기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밝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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