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애경, SK케미칼 등 가해 기업 범위 늘려라"
  • 김지영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6.05.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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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유통사로서 책임지겠다”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에 위치한 애경산업 본사 건물 / 사진=애경산업 홈페이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가해 기업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메이트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규제인 '옥시싹싹' 다음으로 피해자가 많은 제품이다. 

이아무개(38)씨는 2009년 봄부터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그는 2010년 호흡기 질환에 걸렸다. 이씨와 아들은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이씨는 가습기메이트 성분 CMIT(클로로 메틸이소티아졸린)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린)의 독성에 대한 애경의 입장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애경 관계자들은 “환불하겠다”, “사용했던 가습기메이트를 보내주면 애경 제품을 챙겨주겠다”고 답변할 뿐이었다. 이씨는 "책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증거품을 내놓라고 하니 어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살던 장아무개씨(38‧사망당시)는 2005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했다. 그는 정부의 2차 피해자 조사에서 2급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9월 결국 숨을 거두었다.

애경은 2001년부터 가습기메이트를 팔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는 300여명에 이른다. 사망자도 28명이나 된다. 옥시싹싹 다음으로 피해자가 많다.

하지만 유통사 애경은 줄곧 이 사건 책임에서 비껴 있었다. 제품 성분과 제조 과정 관해서는 제조사 SK케미칼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애경은 주장했다. 검찰은 애경과 SK케미칼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 SK케미칼 직원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을 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CMIT와 MIT를 폐손상 원인물질에서 제외한 탓이다.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재조사에 나섰다. 이에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사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생겼다. 강찬호 피해자 가족모임 대표는 "피해자가 많고 피해 정도가 심각한 옥시 쪽에 수사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피해자가 발생한 업체면 무조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경 관계자는 “가습기메이트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당국이 빨리 판단을 내리길 기다리고 있다”며 “제조물 관리법에 따라 유통사가 져야 하는 책임은 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 면담, 배상안 등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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