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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성공 이면엔 협상이 있었다”

이란 제재 해법을 통해 본 북핵 문제 출구전략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ㅣ . | 승인 2016.05.12(Thu) 17:36:22 | 13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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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과의 협상과 대화에 대해선 일정 정도 차이를 엿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개최를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진정성을 보여주는 북한의 성의 있는 선(先)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고 있고, 한국 정부는 ‘지금은 제재의 시기’라고 단정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월9일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기존 제재 사례와 북한의 차이점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 미사일 및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수십 년간 협력해온 이란을 방문해 최고 지도자들을 연속적으로 만났다. 특히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핵개발도 반대”하며 “중동은 물론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대(對)이란 제재 해법을 적용하면 북핵 문제도 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그러나 먼저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다 포기한 국가들과 북한의 사정이 여러 부분에서 매우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소수의 백인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인종차별정책을 펼쳐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지탄을 받아오다 민주화를 이루자 스스로 핵을 포기한 성공사례다. 북한도 유일독재체제가 청산돼 민주체제가 된다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아공처럼 북한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민주화를 이룬다면 이는 실현될 수 있지만 아직 자율적인 시민단체 하나 존재하지 않는 북한 사정을 고려할 때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외부의 압력으로 북한의 민주화가 이뤄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고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1990년대 초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해 미국이 이라크군을 내몬 뒤 제재를 가했더니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이라크 주민 5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런데 미국이 바라던 후세인을 축출하는 대중 봉기가 일어나기는커녕 후세인이 주민들 어려움의 근원이 미국이라고 매도하면서 종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한 이라크는 물론이고 WMD를 포기한 리비아나 WMD 개발을 잠정 유예한 이란은 북한과 달리 모두 지정학적으로 외부 군사공격에 취약해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이기 어렵다는 특성을 지녔다. 이들 국가는 산유국들이어서 서방의 제재만 해제되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는 나라들이지만 북한은 국제 제재가 해제되어도 변변히 수출할 것이 없는 나라이므로 제재 해제를 추구할 동기가 크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애초부터 자력갱생경제를 추구해왔으므로 제재에 대한 내성(耐性)이 강하다고 추정된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핵 개발 수준과 핵에 대한 인식이다. 이라크에는 아예 WMD 개발 시설이 없었고 리비아는 개발 초기단계였다. 이란 역시 겨우 초기단계를 넘어서기 직전인 반면 북한은 핵무기 7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취득한 지 오래고 핵실험을 네 차례나 감행했으며 운반수단인 미사일도 장거리 전략무기 개발 중간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만 못했지 사실상 핵보유국에 근접한 상태다. 그런데 현실은 이란엔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해주고 단지 핵 개발을 10년 정도 연기하는 정도의 약속만 받고 제재를 해제해준 반면, 북한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핵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북·미 간 핵문제 타결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미 행정부가 소위 과거 ‘악의 축’이나 ‘불량국가’로 지칭한 나라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거나 WMD 문제에 합의한 것을 주로 국제 제재의 성과라고 보도하는 것을 보아왔다. 따라서 제재가 북핵 문제도 해결해줄 비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의 사례들이 성공에 이르는 마지막 단계를 살펴보면 국가 지도자들이 확고한 해결 의지를 갖고 인내심을 발휘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어김없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제 제재가 중단기적으로 대상국의 항복을 유도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북)베트남에 44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31년, 이란에 36년, 쿠바에 53년의 제재를 가한 뒤에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세월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2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


대화 없는 성공적인 출구전략 찾기 힘들어

또한 성과를 보기 전 적어도 1년 이상은 문제 해결 의지를 갖고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심도 높은 협상을 진행했다. 고위 인사들의 비공식 방문과 비밀회담, 국제 지도자들의 중재 노력 등이 숨은 큰 역할을 했다. 리비아의 경우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노력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중재가 있었다. 이란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조 바이든 부통령의 선임 외교보좌관 제이크 설리번 등이 꾸준히 협상을 진행했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까지 뜻을 모아 성공을 거뒀다. 쿠바의 경우도 양국 지도부의 의지와 함께 교황의 중재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제재가 민생을 해쳐서는 안 되고, 군사 목적이 아닌 석유 수출은 지속할 것이며, 대화도 동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현재 상당기간 동안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는 것이 언젠간 대화와 협상도 해야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북핵 문제도 해결하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기원한다. 관계 당국이 지혜로운 출구전략을 강구하고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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