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쯤 축구여행’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5.05 18:33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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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1개 도시 돌며 한국 축구의 멋과 맛 찾아낸 김다니엘씨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 잉글랜드 리버풀의 안필드,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슈타디온 같은 축구 성지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축구여행을 꼭 유럽으로만 가야 할까? 30년이 훌쩍 넘는 축구 역사에, 21개 도시에서 23개 팀이 경쟁을 벌이는 K리그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축구여행을 할 순 없을까?” 군인을 위한 종합 월간지에서 일하면서 대중문화·스포츠·여행에 관한 기사를 썼던 김다니엘씨가 <하루쯤 축구여행>을 펴낸 이유다.

ⓒ 김다니엘 제공

“한국서도 스포츠 투어리즘 확산될 수 있어”

국내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리면 K리그 클럽과 대결하는 일본이나 중국 팀 서포터스가 한국에 몰려온다. 축구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명소를 방문해 ‘인증샷’도 남기고, 소소한 기념품도 산다. 반면 국내 축구 팬들은 이 좋은 ‘축구 자원’을 두고 외국으로 발을 옮기는 실정이다.

“한국 프로축구는 짧지 않은 역사에도, 대중이 소비할 만한 콘텐츠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일본의 J리그보다 10년, 중국의 슈퍼리그보다 20년이나 먼저 시작되었음에도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는 두 리그에 앞서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즐길 거리가 많지 않고,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 김다니엘씨 또한 K리그의 흥행을 팬들이 앞장서 걱정하고 있다며,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축구 팬들은 축구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돈을 쓰는 소비자인데, 손님이 상품과 서비스를 온전하게 즐기지 못하고 리그의 흥행과 마케팅을 고민하는 모습은 참 어색하다는 것이다.

“축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축구장 인근의 명소와 맛집을 탐방하며 그 지역의 문화를 알아가는 것, 이런 여행 방식을 ‘스포츠 투어리즘(Sports Tourism)’이라고 한다. 스포츠 투어리즘은 전 세계 관광 수익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스포츠 투어리즘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축구다. 프로축구 K리그의 축구단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21개 도시에서 축구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하루쯤 축구여행>을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연고팀의 역사와 각 축구장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뿐만 아니라, 구단의 역사까지도 정리해 들려준다. 게다가 여행도우미를 자처해 각 축구장의 교통편부터 관람료까지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대표적인 주변 관광지와 이름난 맛집 정보를 사진과 함께 실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 모든 정성은 김씨가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축구여행’을 직접 하면서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긴 결과물이다.

“축구여행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1) 축구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간다. 2)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명소를 둘러본다. 3) 시간에 맞춰 경기장으로 가서 축구를 본다(경기뿐 아니라 축구장 내외부의 디테일, 특유의 분위기, 안팎의 사람들까지). 4) 경기가 끝난 후 시간이 남았다면 지역 명소를 더 돌아본다. 5) 출출해지면 지역 맛집을 찾아가 식사를 한다. 6) 집으로 돌아간다. 이 정도만 해도 영화·밥·커피로 이어지는 평범한 데이트보다는 훨씬 즐겁지 않을까?”

각 지역 연고팀과 축구장 스토리 흥미진진

세계 각국의 축구경기장과 그 일대가 그대로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되는 것을 본 김다니엘씨는 K리그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기획했다. 저조한 관중 동원, 국가대표팀에만 쏠리는 관심, 부족한 서비스 의식 등 발전의 여지가 많은 K리그지만, 그럼에도 아직 발견되지 못한 한국 축구와 각 축구 도시의 색다른 매력이 있음을 김씨는 일찍이 알고 있기도 했다. 김씨가 들려주는 각 지역 연고팀의 역사와 각 축구장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6만6000명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이다. ‘상암벌’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흔히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불리지만 실은 마포구 상암동이 아닌 성산동에 있다. 과거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립 부지로 최종 확정된 곳이 상암동이었기에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상암월드컵경기장이라는 이름이 노출되었고, 대중은 경기장이 당연히 상암동에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오랜 축구 팬인 나 역시 이 사실을 불과 얼마 전에야 알았다.”

김씨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대해 ‘잿빛 외관이 다소 칙칙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비교 불가의 원톱 축구장’이라고 평가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개막전이 열린 곳이고, 한국팀의 4강전이 펼쳐진 경기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덧붙인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와 300m 정도만 걸으면 웅장한 스타디움이 나타난다. 경기장 규모에 비해 관중석의 경사가 적당해 경기 관전이 편하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늑함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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