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의 숨소리도 엿듣는다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5.05 18:23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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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첨단 첩보위성 북한 내부 실시간 감시

“4월23일 오전(한국 시각) 미국 국가안보국(NSA) 한반도 상황실 모니터가 분주히 움직였다. 미국의 첩보위성은 북한 김정은 비서가 탄 차량을 일일이 추적하며 그가 동해에 도착해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인근 동해 상공에 떠 있던 미 CIA의 극비 무인기도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통신과 모든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물론 이러한 언급은 미국의 1급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서 그 증거를 댈 수 없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의 수준을 조금만 더 들여다본다면 이는 비밀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상식에 속할지도 모른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롭게 개발된 대전차 유도무기 시험사격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월27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필요할 때만 한국 정부에 대북 정보 공개

지난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미국 NBC방송은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2주 전에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미군 고위 관계자는 핵 실험장 인근에 무인기(drone)를 띄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미국은 1월6일 핵실험 후 채취한 공기 시료(試料)를 앞서 채취한 시료와 비교해 공기 중의 삼중수소(tritium) 흔적을 확인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북한이 일반적인 핵실험 이상의 실험을 했는지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북한 핵실험장 주변은 물론 북한 상공을 최첨단 스텔스 무인기가 제집 드나들 듯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2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 7공군사령부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미군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널’이 모습을 드러내며 이륙했다. 이 무인기는 평양에서 군사무기를 싣고 이륙하던 그루지야 소속의 수송기에 근접해 수송기 내부를 특수 전자카메라로 스캔한 다음 그 정보를 그대로 7공군사령부로 전송했고 이는 바로 미군 태평양사령부에 전해졌다. 결국 해당 수송기가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수송기는 태국에 강제 불시착했다. 북한의 극비 무기 수출이 미국의 최첨단 도감청 실력으로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이 무인기는 2011년 5월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작전을 해당 상공에서 그대로 생중계해 백악관으로 전송한 그 무인기다. 그러나 미 CIA가 관할하던 이 비밀 무인기는 2011년 12월 이란 영공에서 정탐 활동을 벌이다 이란에 나포되고 말았다. 고스란히 이란의 수중에 들어간 이 무인기의 첨단 기술이 그대로 다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이때부터 최고의 최첨단 기술을 가진 RQ-180 무인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미국 최첨단 기밀 자산인 RQ-180 무인기에 관해선 밝혀진 사실이 하나도 없다. 다만 2013년 12월 항공우주 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AW)’가 이 비밀 무인기의 실체에 관한 내용을 일부 보도했다. AW는 당시 미국 방산업체인 노스럽 그루먼이 제작한 이 최신 무인기가 날개 길이만 130피트(39.62m)가 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미국의 기존 무인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강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무인기가 이란이나 북한의 핵 사찰 활동에 이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어느 수준의 무인기가 동원됐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은 거의 매일 비밀 무인기를 북한 상공에 띄우면서 북한을 손바닥 보듯 다 꿰뚫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극비 정보를 한국 정부에 알려주지 않았다.

美, 국민 동요 피하려 대북 정보 통제하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월26일 “우리 무기를 사용해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물론 북한 바로 옆에 있는 우방인 한국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근래 보기 드문 강경 발언이다. 오바마는 이날 미사일 방어체계를 언급하면서 “최근 그들(북한)이 행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low-level)의 위협도 최소한 저지할 수 있는 방어망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아직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낮은 수준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북한 위협이 낮은 수준이거나 아니면 다 밝힐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방증이다. 2012년 4월15일 평양 김일성광장 퍼레이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은 ‘종이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가에서 실제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로 바뀌기까지 수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이미 미국은 2013년 북한의 동계 훈련을 정밀 감시하면서 이 ICBM의 위협을 감지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13년 1월17일 “북한의 동계 군사훈련 중에 이동식 미사일이 북한 전역에서 기동하는 장면이 미 CIA 첩보위성을 통해 관측됨에 따라 미국 정보기관에 비상이 걸렸다”고 특종보도함으로써 사안의 심각성을 전했다. 같은 날 공교롭게도 이탈리아 미군기지를 방문한 리언 페네타 당시 국방장관도 “그것은 ICBM이다. 그들이 우리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하지만 국방부 수장의 이 발언을 미 국방부가 부인하고 말았다.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다 공개하다가는 미국의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이렇게 미국은 가능하면 유독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능력만은 일반 미국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나 환경을 고려해 축소하거나 때론 확대해 발표하는 것을 반복했다.

2014년 8월7일 미 정보기관의 또 다른 부서인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의 사임을 들 수 있다. 그가 모든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대북 정보에서 플린 국장은 북한의 핵 능력에 관한 여러 보고를 했으나, 클래퍼 국장이 이를 전부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불화설에 한몫을 차지했다. 백악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 기술을 포함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4월28일 북한은 오전과 오후에 무수단(BM-25)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각각 1발씩 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몇 시간이 지나서야 미군의 첩보위성을 근거로 한국 국방부 관계자가 발표했다.

이렇듯 상시로 북한 상공을 돌고 있는 수많은 미군의 최첨단 첩보위성과 극비리에 침투해 북한 영공 위에서 날고 있는 첨단 스텔스 무인기를 이용해 미국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숨소리도 엿듣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보기관은 필요에 따라 이를 공개할 뿐이고, 이는 한국 정부에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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