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 대선 후보 어떻게 정할까?”
  • 김현│뉴스1 기자 (.)
  • 승인 2016.04.28 17:42
  • 호수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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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 ‘당 통합 단일 후보’ ‘결선투표제’ 등 다양한 목소리 나와

20대 총선이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야권의 시선은 내년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전면에 나서 성과를 거둔 데다 원내 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및 안희정 충남도지사, 야권의 불모지였던 대구에 야당의 깃발을 꽂은 김부겸 당선자, 호남 정치 복원을 앞세운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정동영 당선자 등 대권 잠룡들이 가능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쪼개지고, 잠룡들도 대거 등장하면서 야권의 대선 후보를 정하는 방식도 복잡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둘러싼 야권 내 신경전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적지 않아

현재 야권의 단일 대선 후보를 정하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다. 이는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정권을 창출하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통해 정권 연장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도 안 대표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바 있다.

2002년 11월15일 노무현 후보(오른쪽)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후 포장마차에서 소주 원샷을 하고 있다. ⓒ 노무현 캠프 제공

문제는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성사시키느냐는 각론이다. 그동안 야권연대 방식의 후보 단일화는 개별 후보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거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직선거법은 소속 정당이 다른 후보들의 유권자 상대 정견 발표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설 정당을 설립해 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르거나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후보자들이 현장에서 정견 발표를 하지 않고 국민참여경선을 진행하는 ‘후보 궐석 경선’도 방안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식과는 무관하게 단일화 과정에서 각 후보 간 불협화음은 물론 인위적 단일화에 대한 거부감이 고개를 들면서 야권연대 방식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다. 실제 드라마틱한 승리로 막을 내렸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선거 막판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를 불러일으켰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끝내 양측 간 감정적 앙금을 해소하지 못한 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야권 통합’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각 정당이 후보를 선출한 후 인위적인 단일화를 하기보단 야권이 모두 통합된 정당에서 경선을 치러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얘기다. 이론적으론 가장 완벽한 방안이지만, 각 정당 간 노선 차이와 대권 주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현재 더민주 내에선 야권 통합 내지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민주 내 주류 측에 속하는 박홍근 의원은 4월21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대선과 총선은 다르다. 대선은 1인1표제이기 때문에 분할(교차)투표가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민심은 정권 교체를 하라는 데 방점이 있기 때문에 야권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당 대 당 통합이건 연립정부건 한 방향으로 모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선에선 각자 경쟁했다 하더라도 대선에선 야권이 연대해 한 번에 후보를 내야 한다”며 “당에서 전략적으로 검토해 통합 경선이 어렵다면 당 통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의 한 축인 국민의당은 대체로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당 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상돈 당선자는 “대선 전까지 통합이나 연대는 전혀 없다. 통합이나 연대가 없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안 대표 역시 4월18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야권연대론에 대해 “정치공학적으로 정치인만을 위한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 큰 실례”라고 일축한 바 있다.

“야권의 단일 후보 선출 시기상조” 지적도

대신 안 대표 등 국민의당에선 결선투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선에 각각 출마해 경쟁을 하고 예선을 치러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끼리 결선을 치르자는 주장이다. 안 대표는 4월15일 “여야 일대일 구도로는 (새누리당을) 절대 못 이긴다”며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하자는 것이지, 단일화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제도적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과 선거법만 고치면 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어 일정 부분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주장했던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인 줄 알고 학자들과 논의했더니 공직선거법만 개정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야권의 입장차로 인해 내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유권자들이 표로써 단일화를 해줬다는 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때문에 과거 야권에서 승리 방정식으로 통했던 야권연대에 대해 “야권연대가 승리를 결정하거나 패배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의 한 핵심 인사는 “선거법이 개정돼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좋겠지만, 새누리당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유권자들의 표심을 보면 충분히 표로써 단일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야권의 승리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단일 후보 선출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야권 내 중론이다. 아직 대선이 1년 8개월 남은 데다 총선 이후 벌어질 3당 간 ‘민생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단일 후보 선출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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