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입원 거부...자존심인가, 신동주측 버티기인가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4.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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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J코퍼레이션측 법원에 2주간 입원연기 신청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2월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신청 사건 첫 심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 감정을 위한 병원 입원을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26일 "법무법인 양헌을 통해 신 총괄회장 입원 일자 연기요청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 (입원)거부 의자가 강하다"며 "일단 법원 허락을 얻어 입원 일자를 연기하고자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신청한 입원 연기 기간은 2주이다.

김수창 변호사(양헌)는 이날 "(법원으로부터) 일단 시간을 조금 더 허락 받아서 그 시간 내에 잘 설득시켜 입원시키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지난달 9일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과 성년후견인 신청인 신정숙씨(신 총괄회장 넷째 여동생) 변호인이 참석한 가운데 심리를 진행하고 '4월 중 연건동 서울대병원 입원을 통한 정신감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심리를 통해 가족에 한해 1주일에 두 차례 각 1시간씩 면회가 허용되고, 현재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간병인을 상주시키기로 세부사항을 정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지속적으로 SDJ코퍼레이션 직원들의 병실 상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성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고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후 서울대병원과의 협의를 통해 '4월25일'을 입원일자로 확정했다.

◇신격호, '예정일' 25일에 입원 안해...사전 통보 없어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예정된 입원일자에 병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 측은 재판부나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 측이 제출한 '연기요청서'를 본 후 추가적인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재판부 기본 입장은 원래 정한대로 '4월 내' 입원시킨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신 총괄회장 측은 소송 과정에서 입원을 통한 정신감정에 동의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월 진행된 1차 심리 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신체감정도 공식 병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받은 후 정확한 법원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도 당시 심리에 직접 출석해 정신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재판부와 신정숙씨 간의 삼자협의에서도 정신감정 동의서를 제출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입원 거부가 신 총괄회장 본인 의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계속 고집을 피우고 있다. '입원하기 싫다', '내가 왜 입원해야 되느냐'고 하고 있다"며 "저희가 입원을 설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원 거부 시점으로 인한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 측은 3월에 진행된 3차 심리에서 입원 관련 세부사항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SDJ코퍼레이션 직원들의 병실 동석 및 상주를 요구했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의 심적 안정을 위해 병실 상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합의된 사안"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신정숙씨 변호인 이현곤 변호사(새올)는 "합의를 해놓고 번복을 하더니 (재판부가 이를) 안 들어주니까 입원을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감정을 받는데 왜 SDJ코퍼레이션 직원이 상주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버티기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 측 연기신청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들이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입원 조치는 내려지지 않는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규정상 강제입원 근거 규정이 없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가 입원 외 다른 방법으로 신 총괄회장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면서도 "결국은 재판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신격호 정신건강, 신동주 경영권 분쟁에 절대적 영향

신 총괄회장 정신 건강 문제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뜻을 앞세워 그룹 후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그룹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가 위치한 일본에서는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워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나서고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 2대 주주로 롯데홀딩스 중간 간부 1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홀딩스 1대 주주인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성공하면 그룹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공개적으로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던 롯데그룹이 법정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포괄적 위임장을 받아 각종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를 상대로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한 '해임 무효소송'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롯데 측 주장에 따라 도쿄지방재판소 재판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본안 심리를 잠정 중단하고 위임장 효력에 대한 논의만 이어가고 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14일 한국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인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시점 이후인 6월부터 본안을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 문제는 결국 신 전 부회장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그동안 전면에 내세웠던 '후계자' 주장이 힘을 잃게 돼 경영권 분쟁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그룹 내 경영권 능력에 대한 확고한 지지가 있는 상황에서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신 회장은 정신건강을 이유로 신 총괄회장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임기만료와 함께 순차적으로 사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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