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일본·중국 '활짝' 한국 '울상'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4.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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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1위···LG화학 5위, 삼성SDI 6위
전기차 출하량이 많을 수록 전기차 배터리 업체 매출은 늘어난다. 지난 1월과 2월 전기차 출하량은 닛산 리프(Leaf)가 1위, 테슬라 모델S가 2위로 나타났다. / 사진=뉴스1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출하량에 따라 한·중·일 전기차 배터리 업체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출하량이 많을 수록 전기차에 납품하는 일본과 중국 배터리 업체는 재미를 보고 있는데 그렇지 못한 한국 업체들은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소닉,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 등 일본 업체들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일본 전기차 업체인 닛산 전기차 판매 호조로 배터리 출하량이 늘고 있다. BYD(比亞迪·비야디) 등 중국 배터리 업체 역시 자사 전기차 판매량 신장으로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수주한 전기차 회사들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2차 전지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1월과 2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출하량을 집계한 결과 닛산 리프(Leaf)가 1위, 테슬라 모델S가 2위, 미쓰비시 아웃랜더가 3위, BYD 탕(Tang)이 4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제조 업체들의 성적도 갈렸다. 테슬라에 원형 배터리를 납품하는 파나소닉은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5556㎿h 가량을 출하했다. 시장 점유율은 36.6%로 배터리 업계 1위다. 1월과 2월에도 30%에 이르는 배터리 출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테슬라가 모델3 예약 판매 성공으로 추가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파나소닉의 배터리 공급량은 더욱 늘 전망이다.

닛산과 니혼전기주식회사(NEC)가 공동 출자한 오토모티브에너지서플라이(AESC) 역시 닛산 전기차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닛산 전기차 리프는 지난해에만 4만3280대가 출하됐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각각 4356대, 5270대가 출하 돼 업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전기차가 됐다. AESC는 지난1월과 2월 각각 123㎿h, 175㎿h를 출하하며 시장 점유율 기준 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도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위로 끌어 올렸다. BYD는 지난해 PHEV 모델인 진(Qin)과 탕(Tang), EV 모델인 E6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탕은 1월과 2월 각각 4012대, 2098대를 출하해 닛산 리프 다음으로 많은 출하량을 기록했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전기차 출하량 상위 15개 모델에 BYD와 베이징자동차(BAIC) 등 중국 회사의 4개 모델이 포함 돼 있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글로벌 브랜드 점유율을 잠식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납품하는 전기차 판매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판매 집계 사이트인 인사이드이브(Inside EVs)에 따르면 삼성SDI 배터리 주요 판매처인 BMW i3와 i8 1월 합산 미국 판매량이 2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89대 대비 77% 줄었다. 2월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25% 감소했다. 삼성SDI 1월과 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4.5%로 일본과 중국 업체들에 크게 뒤처져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차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기아차 쏘울EV와 중국 베이징자동차 EV200·ES210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쏘울EV는 지난 1월과 2월 미국 시장에서 14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3월 115대가 판매됐던 기아차 쏘울 EV 판매량이 43대로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 1월과 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7%을 기록했다.

LG화학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르노 전기차 조(Zoe), GM 쉐보레 전기차 볼트(Volt) 등 판매량이 상위 10위권 안에 자리 매김했다. 조는 1월과 2월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1451대, 1629대 팔렸다. 쉐보레 볼트도 1월 1091대에서 2월 1229대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닛산 리프나 테슬라에 비해 뒤처지는 판매량이다.  

다만 국내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수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 성능이 개선된 BMW i시리즈가 출시되면 판매량 증대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기로 했다. LG화학 역시 20여 곳이 넘는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기술력이 경쟁 업체에 뒤처지지 않는 만큼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주 다양화를 꾀한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 매출도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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