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 신형 방사포 KN-09에 ‘긴장’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7:57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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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체연료 로켓 모터는 기술적으로 미성숙”

병력 120만명, 15개 군단과 81개 사단에 74개 기동여단, 전차 4300여 대, 방사포 8600여 문, 전투함정 430여 척, 잠수함정 70여 척, 전투임무기 820여 대. 미국이나 러시아의 병력 규모가 아니다. 바로 북한의 병력 규모다. 현역 병력 수만으로 치면 북한군은 중국군, 미군, 인도군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전쟁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병력 수다. 예부터 병력 수가 부족한 군대가 절대다수의 병력과 싸워 이긴 경우보다 다수가 소수를 제압한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현대전은 이러한 병력의 열위를 최첨단 기술이 보완할 수 있도록 해줬다. 특히 정밀 유도 무기체계의 등장으로 한 번에 다수의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군 장비를 도입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K1 전차는 1986년 초도(初渡) 양산분이 17억원, 1995년 3차 양산분이 28억원에 이르렀다. 현대전에 적합한 3세대 전차인 K1은 1000대 이상 생산됐다. 그런데 현대 무기체계란 건 한 번 생산했다고 끝이 아니다. 추후 필요한 장비가 있으면 장착하고 노후 장비는 교체하는 등 꾸준히 정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육군은 K1을 개량한 K1E1으로 개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당 업그레이드 비용이 약 6억원이다. 1000대 전체를 개량하는 비용은 6000억원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체연료 로켓 지상 분출 및 계단분리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월24일 보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일단 보유 중인 4000여 대의 전차 가운데 3세대 전차에 해당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선군’호라고 부르는 최신형 전차가 등장했다고 하지만 이 또한 기껏해야 2.5세대 전차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군 전차는 주력이 ‘천마’호라고 부르는 T-62 계열의 전차로 1960년대 활약하던 2세대 전차 기술에 바탕하고 있다. 천마는 ‘바’형에 이르기까지 개량을 거듭해왔지만, 역시 북한의 사정상 3세대 전차로 진화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아무리 북한군 전차의 숫자가 많아도 3세대 K1E1과 K1A2, 3.5세대 K2 전차를 도합 1800여 대 보유한 대한민국 육군과는 대적할 수 없다.

 

北, 유류 부족 등으로 심각한 재래 전력 저하


전투기로 가면 사정은 더하다. 북한이 보유했다는 820여 대의 전투임무기 가운데, 현대 항공전에 적합한 4세대 전투기는 MiG-29 한 종류로 겨우 40대에도 이르지 못한다. 전력의 대부분이 1960년대 수준의 구(舊)소련제 MiG-21이나 중국산 카피판인 J-7이다. 그나마 전차의 경우는 외관이나 무장에서 최소한의 개량이라도 했지만, 전투기는 개수(改修)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공군의 경우 1991년부터 도입한 KF-16 전투기를 현대 상황에 맞게 첨단 기능을 부여하고자 업그레이드 사업을 실시한다. 130여 대의 전 기종을 개조하는 데 2조원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업그레이드는커녕 기존의 전투기도 부품이 없어서 동류전환(같은 종류의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서 돌려막기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는 쿠바가 운용하지 못하는 MiG-21 부품을 밀수해 들여오다가 2013년 파나마에서 발각되기도 했다. 바로 청천강호 사건이다.

 

사실 북한군 재래 전력의 가장 큰 문제는 신형 장비 도입이나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기존 장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유류(油類) 부족으로 장비 가동률이 낮다 보니 오히려 고장이나 작동 불량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 당시 김정은이 전연군단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으나, 실제로 많은 장비가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전투태세 전환에 엄청난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그야말로 실전 상황에서 장비의 절반이라도 고장 없이 잘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재래 전력에서 손을 놓고 방관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예산이 없을수록 돈을 허투루 쓸 수 없다. 예산과 자원이 부족할수록 여기저기 투자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은 비대칭 전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전연군단 등 재래 병력보다는 저격여단·경보연대 등 특수전 병력을, 대형 군함보단 잠수정을, 전투기보단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나가는 것과 같은 추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군의 열병식을 보면 매년 조금씩 바뀌고 발전해가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방사포다. 122㎜ 방사포나 240㎜ 방사포는 해가 거듭할수록 개량돼 차량이 신형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재장전용 매거진을 탑재한다거나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로켓발사관 수를 늘린다거나 하는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등장한 KN-09 300㎜ 방사포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한·미 군 당국은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KN-09는 이미 5년여 전부터 북한이 잇달아 시험발사를 하면서 능력을 과시해온 신형 방사포다. 기존의 122㎜와 240㎜ 방사포가 최대 40㎞와 65㎞의 사거리를 공격할 수 있다면 KN-09의 경우 최대 200㎞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됐던 KN-09는 지난 3월3일 실사격 훈련 장면을 공개하면서 그 정확한 성격이 공개됐는데, 발사탄의 형상으로 볼 때 정밀 유도 방식의 포탄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선택과 집중, 미사일 전력에 집착

 

북한은 3월21일 KN-09 발사에선 200㎞ 떨어진 섬의 표적을 타격하면서 정밀도를 과시했다. 특히 여러 발이 동일한 목표를 때린 모습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정밀 유도 무기의 정확성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발사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과거 미국과 같은 강대국만이 보유해왔던 정밀 유도 능력을 북한도 이제 보유하게 됐다는 말이 된다. 사실 이러한 능력은 우리 군이 북한에 대해서 갖던 비대칭성인데, 우리의 기술적 우월성이 위협받기 시작했단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정도의 기술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입수하지 않으면 북한 스스로는 개발이 어려운 것이어서 그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최근 핵 투발 수단으로서의 전략무기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의 핵탄두 공개라든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시연, 고체연료 로켓  모터 공개 등 그야말로 상상하기 힘든 미사일 기술 공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만큼 자신들이 가진 핵과 미사일 능력이 상당한 것이고, 이런 수준임에도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느냐는 시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 과정에서 우리는 몇 가지 귀중한 정보들을 감지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핵탄두 공개 과정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소형화에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ICBM급인 KN-08에 수소탄 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은 내폭형 원자탄 탄두를 개발한 정도까지로 보이며, 소형화도 스커드 장착은 가능하겠으나 여전히 현대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며, 아직 수소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체연료 로켓 모터는 스커드급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고체연료를 채용할 경우 중량 증가로 탄두 무게를 희생해야 하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아직은 기술적 성숙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렇게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상황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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