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행원 연봉 삭감 논의에 부쳐
  • 김영익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20:34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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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필자는 요즘 우리 학생들이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얼마 전에도 한 학생이 ‘K 보험사’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마음껏 축하해주었다. 취업을 못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을 가끔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신입사원 연봉치곤 너무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시중은행과 금융 공기업으로 구성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올해 금융 노사협상을 앞두고 은행의 대졸 초임 삭감을 고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연봉이 외국 은행은 물론이고 국내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절감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은행이 앞장서면 다른 대기업도 뒤따를 것이다.

 

방향은 맞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섰다.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 10%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 안팎으로 떨어졌고, 이제 한국 경제가 3%만 성장해도 잘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매년 커지는 경제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기업 수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용의 차별화도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임금을 덜 받고 고용을 나눌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도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1997년과 2008년 국내에서 발생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자가 되었고, 가계는 가난해졌다. 국민총소득(GNI)이 생기면 기업·개인·정부 등 각 경제 주체가 나눠 가진다. GNI에서 개인의 몫이 1997년 이전에는 71% 정도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61%로 떨어졌다. 반면에 금융회사를 포함한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25%로 높아졌다. 이는 기업의 이익증가율보다 임금상승률이 낮고, 자영업자의 영업잉여가 매우 낮은 데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임금을 올려주거나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도 아니라면 배당금이라도 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임금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임금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현재 591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할 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배당만 조금 더 주고 있다. 은행과 일부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 삭감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도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더불어 주거비를 낮춰주면 신입사원을 포함한 근로자들도 연봉이 깎이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국 주택 평균 PIR(가구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5.6배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서울은 9.6배인데, 현재 급여를 하나도 쓰지 않고 거의 10년간 저축해야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근로자가 선뜻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겠는가? 개인·기업·정부가 뜻을 모아 사회적 대통합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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