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발전, 전문가 생각보다 빠르다”
  • 윤민화 시사비즈 기자 (minflo@sisabiz.com)
  • 승인 2016.03.15 01:48
  • 호수 137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세돌 9단 vs 알파고, 국내외 인공지능 전문가 8인 인터뷰
크리스 니콜슨 스카이마인드 창업주 (왼쪽), 크리스토프 코흐 앨런뇌과학연구소장 © 시사저널 임준선

‘구글이 스카이넷으로 사명을 바꾼다.’ 스카이넷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멸종시키려는 인공지능이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벌인 바둑 대국에서 압승하자 허핑턴포스트 영국판 ‘스풋뉴스(Spoof News)’가 3월11일 올린 패러디 뉴스다. 스풋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인간계 최고수를 이긴 컴퓨터에 인간이 느끼는 공포심을 패러디했다. 비록 게임이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섰으니 전 세계인은 충격을 넘어 공포심까지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인 듯하다. 시사저널 디지털경제매체 시사비즈는 3월 9~10일 국내외 인공지능 전문가들에게 알파고 승리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인터뷰 대상자는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크리스토프 코흐 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 및 앨런뇌과학연구소장, 크리스 니콜슨 스카이마인드 창업주, 엘라이저 유드코프스키 미국 MIRI(기계지능연구소) 설립자, 짐 글라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및 인공지능 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선 서울대 생물정보 연구소장, 스튜어트 러셀 미국 버클리 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로만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 대학 교수 및 스피드공과대 사이버보안 본부장 등 8인이다.

전문가 다수가 알파고 기술력이 놀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1997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바둑이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확대 해석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 인공지능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건 사실이지만 기술 수준이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승부를 예측할 수 있었나?

최승진
인간이 이길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 보니 틀렸다. 알파고는 이기기 위해 설계됐다. 착점할 때마다 끝까지 내다본다. 기계는 변칙 수나 비틀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바뀐 상황 속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찾아간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기계가 다양한 수에 대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짐 글라스 컴퓨터가 보드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알파고가 그 선을 넘은 듯하다.

김선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5번째 대국은 알파고가 이길 거라 생각했다. 대결 횟수가 늘어날수록 알파고의 무작위 탐색 기법은 어느정도 상대에 맞춰진다고 분석한다. 바둑 승패는 수를 얼마나 더 많이 보느냐에서 갈린다. 알파고는 회를 거듭할수록 알파고는 상대방 전략에 맞춰 탐색한다. 인간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것이다. 

 

로만 얌폴스키 알파고는 맞춤 훈련이 가능하다. 이세돌 9단의 경기 스타일에 맞춰 연습했을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게임 분야 천재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망신당할 것을 각오하며 상금 100만 달러를 쾌척할 기업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알파고 완승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갖는 의미는?

크리스토프 코흐 알파고 기술이 다른 게임에도 적용된다면 인공지능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체스 챔피언 딥블루와 알파고는 다르다. 딥블루는 체스 게임에만 한정된 반면 알파고는 비디오게임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알파고는 반복적인 자가 학습을 통해 자신과의 대결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이 점은 인간과 다르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성장할 수 없다.

크리스 니콜슨 굉장한 발전이다.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에 오른 사건보다 훨씬 중요하다. 구글 딥마인드 관계자 외에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바둑은 훨씬 복합적 게임이고 일상생활 속 문제와 비슷한 경우의 수를 가지기 때문이다.

엘라이저 유드코프스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발전한다는 신호다. 딥마인드 알고리즘이 인간 두뇌피질의 핵심을 추려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구글 ‘호들갑’ 마케팅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스튜어트 러셀 알파고가 바둑 실력을 입증해도 인공지능 연구 내에서는 큰 변화는 없다. 딥러닝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다만 알파고 승리는 인공지능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엘라이저 유드코프스키 알파고의 승리보다 아타리(Atari)사 게임에서 거둔 우승이 중요하다. 딥마인드는 2014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픽셀 입력 값만으로 미국 비디오게임 제작사 아타리의 여러 게임을 학습해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냈다. 딥마인드는 이기는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방법에 대한 논문 2건도 발표하기도 했다.

최승진 알파고 승리가 학문적으로 큰 발전은 아니다. 다만 다수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결과물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 연구자가 좋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대중이 유용성을 찾지 못하면 쓸모없다.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이런 작은 결과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젊은 학생들이 이 분야 공부를 더 많이 시작할 수 있는 계기도 될 듯하다.

 

최승진 교수 포스택 컴퓨터공학과 교수 (왼쪽), 김선 서울대 생물정보연구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알파고가 인간처럼 대국 상대의 기(氣)를 느낄 정도로 진화할까?

최승진 알파고가 영상인식·음성인식까지 탑재한다면 상대방의 표정·행동까지 읽을 수 있다. 딥러닝 기술 중 영상·음성인식 기능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성능도 굉장히 좋아졌다. 제프리 힌튼 미국 토론토 대학 교수는 딥러닝의 선구자다. 힌튼 교수의 제자와 동료들이 딥러닝 연구를 이끌어나간다. 알파고에 이들이 개발한 인공신경망 기술이 탑재되면 상대방의 감정 인식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알파고 외 주목할 인공지능은?

김선 알파고보다 IBM 인공지능 왓슨의 행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왓슨은 암 치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알파고는 계산을 통한 수 싸움만 하는데 정해진 틀 안에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뿐이다. 왓슨은 비정형화된 교과서를 풀어내 추론까지 한다. 왓슨의 의술은 후진국 암 전문의보다 낫다.

인공지능 개발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짐 글라스 (알파고의 승리는) 인공지능 연구의 큰 성과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기계가 인간을 이길 때마다 우리는 흥분한다. 인류에 대한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이 있다. 인간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기계에게는 여전히 매우 복잡한 문제라는 걸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최승진 선진국과 비교해 얼마나 뒤졌는지 추정하기 어렵다. 국내 연구가 앞서가지 않는 건 분명하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길어봤자 30년이다. 미국·유럽 등과 비교할 수 없다. 다만 국내 연구 수준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기초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바로 수학 교육이다.

한국 학생 대다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기술은 나중에 배워도 된다. 수학을 잘해야 나중에 가서도 경쟁력이 생긴다. 소수인재만으로 특정 분야가 크게 발전할 수있다. 국내에서는 지능이 평균 이상인 학생은 많지만 크게 뛰어난 이는 드물다. 국내 시스템이 이런 영재를 키워내는 데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