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권 잠룡들, 부활을 꿈꾸다 오세훈·안대희 등 원내 진입 노려
  • 이승욱·박혁진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3.10 19:10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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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의석수가 1석이 늘어나 총 50개 의석이 걸려 있는 지역이다. 서울은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4·13 총선에서는 여야의 대권 잠룡이라고 불릴 만한 인사들의 부활과 생환이 주목받는 지역도 적지 않다.

 

ⓒ 일러스트 신춘성

서울 종로구 / 5선 정세균의 도전자, 오세훈? 박진?


국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는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이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한 후, 지난 19대 총선에서 5선의 거물 정치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이 깃발을 꽂으면서 현재는 여당 후보들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일단 새누리당 경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전 서울시장 오세훈 예비후보의 복귀 여부다. 그는 2011년 8월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야인으로 지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누리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종로에서만 3선을 하면서 지역구에 깊이 뿌리내린 박진 예비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두 후보 모두 정 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오 후보가 나섰을 때 정 의원과의 격차가 조금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종로에서만 20년간 무료 법률상담을 하며 지역구를 닦아온 정인봉 종로당협위원장까지 당내 경선에 참여하고 있어 누구의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된다고 해도 그것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대 총선에서도 이곳에 처음 출마한 정 의원이 사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열세를 보였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서울 중·성동구 을 / 정호준 일가 텃밭에 김행·지상욱 도전장


서울 중구는 현역 지역구 의원인 정호준 더민주 의원 일가의 아성이 흔들리지 않는 지역구였다. 정 의원을 비롯한 조부 정일형 박사(8선)와 부친 정대철 전 의원(5선) 등 3대가 총 14선을 이뤄냈을 정도다.

 

20대 총선에서는 중구가 성동구와 통합하면서 텃밭 지형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 다소 변수다. 애초 중구와 통합하는 성동구 갑은 최재천 더민주 의원(탈당), 성동구 을은 역시 같은 당 소속인 홍익표 의원의 지역구였다. 하지만 홍 의원의 지역구인 기존 성동구 을이 중·성동구 갑으로 바뀌면서 홍 의원과의 내부 경쟁을 피하고 중·성동구 을에서 재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기존 성동구 갑은 더민주를 탈당한 최재천 의원의 지역구이지만 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정 의원의 재선 가도가 다소 편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과 맞대결이 예상되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김행·지상욱 후보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행 후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일한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냈다. 새누리당 중구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상욱 후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서울시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두 후보 모두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치열한 본선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노원구 병 / 대권 잠룡과 정치 신인 격돌


서울 노원구 병은 대권 잠룡과 정치 신인의 각축전이라는 점에서 4·13 총선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힌다. 노원구 병에서는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준석 예비후보, 더민주 이동학 예비후보의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야당 대표이자 대선 유력 후보인 점 등 그의 정치적 위상으로 보자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만한 지역이다. 정치 신인의 바람몰이와 야권 분열이라는 두 가지 변수로 지역 표심의 향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2월28일~3월1일 노원구 병 지역 19세 이상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8.8%) 결과에 따르면, 안 대표는 이준석·이동학·주희준(정의당) 후보와의 4자 가상대결에서 36.3% 지지를 얻어 이준석 후보(30.2%)를 오차범위 내인 6.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해당 지역에서 60.4%를 얻어 새누리당 후보를 두 배 가까이 앞서며 당선됐다.

 

당시 선거 구도가 양자 대결 구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준석 후보와의 접전 양상은 안 대표가 그나마 선전(善戰)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새누리당 전통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야권 표가 분산될 경우 본선 경쟁의 판도는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갑 / ‘2 대 2’ 무승부, 우상호 vs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 갑에서는 현역인 우상호 더민주 의원과 전직 이성헌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다섯 번째 진검승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 의원과 이 후보는 이미 네 차례 총선에서 ‘2 대 2’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이 후보는 해당 지역에서 지난 16대에 47.01%를 획득해 우 의원(45.16%)을 제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17대 총선에서는 우 의원이 46.06%를 득표해, 43.81%를 얻은 이 후보를 낙마시켰다. 18대에는 이 후보가 51.64%, 19대에는 우 의원이 54.36%로 ‘사이좋게’ 한 차례씩 번갈아 당선됐다.

 

YTN이 여론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1월30일~2월2일 서대문구 갑 유권자 50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7.6%) 결과에 따르면, 우 의원과 이 후보는 가상 맞대결에서 각각 43.3%, 29.4%를 얻어 우 의원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대 총선과 달리 야권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1여 다(多)야’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이 후보가 야권 표 분산 등의 반사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본선 막판까지도 피를 말리는 접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서울본부장 출신으로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이종화 예비후보가 국민의당 소속으로, 녹색당에서는 김영준 전국세입자협회 기획국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역 표밭을 갈고 있다.

 


서울 마포구 갑 / 노웅래 vs 안대희 매치 이뤄지나

 

서울 마포구 갑도 종로구와 비슷한 양상이다. 마포구 갑의 현역 의원인 노웅래 더민주 의원에게 새누리당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치열한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점은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예비후보의 경선 통과 여부다. 초선에 도전하는 새누리당 후보 중 안 후보처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후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대법관, 국무총리 후보를 거쳤고, 현역이 아님에도 새누리당에 입당하자마자 최고위원 자리에 앉았다. 우여곡절 끝에 ‘험지’라며 낙점한 지역구가 새누리당에서는 강승규 전 의원이라는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던 마포구 갑. 안 후보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 강 후보의 지지자들이 난입해 소란을 일으켰을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당내 지지도에서 강 후보가 우위에 있지만, 안 후보는 대중적 인지도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내 여론조사에서는 강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운 안 후보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했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역시 마포구 갑에서 생존할 경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역 의원인 노 의원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본선 싸움이 예상된다. 노 의원은 17대와 19대 모두 이 지역에서 당선된 바 있다. 

 


서울 관악구 갑 / 유기홍 vs 김성식, 네 번째 대결

 

서울 관악구 갑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야’ 대결 구도가 눈길을 끄는 지역이다. 현역인 유기홍 더민주 의원과 국민의당 최고위원인 김성식 예비후보의 대결은 두 후보의 네 번째 진검승부다. 유 의원과 김 후보는 17~19대 총선에서 2 대 1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유 의원은 17대와 19대 총선에서, 김 후보는 18대에서 당선됐다.

 

유 의원과 김 후보의 네 번째 승부는 야-야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야권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관악구 갑에서 터를 닦아온 두 후보의 선거 결과는 ‘야 대 야’의 총선 성적표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론조사 결과로 본다면 유 의원이 현역 프리미엄 등에 힘입어 앞서가는 양상이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2월28일~3월1일 관악구 갑 지역 거주 19세 이상 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3%포인트, 응답률 7.6%)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후보를 1명으로 압축한 4자 대결 구도에서 유 의원이 각각 31.0%, 29.6%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김 후보는 18.5%, 17.0%를 얻는 데 그쳤다. 김 후보는 임창빈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로 압축한 4자 구도 가상대결에서 임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악구 갑에서는 임창빈 서울시당 부위원장과 김갑룡 전 서울시의원이 새누리당 공천을 다투고 있는 가운데, 이동영 정의당 관악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갑 : ‘원조 친박 vs 진박’ 여성들의 대결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서초구 갑에서는 새누리당 경선에 나선 두 여성 후보에게 눈길이 쏠린다. 이 지역구는 현역인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어느 후보든 당내 경선을 통과할 경우 본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이 펼쳐지고 있다. 도전장을 내민 인물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혜훈 전 의원과 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각각 1964년생과 1966년생인 두 후보는 서울대도 나란히 2년 터울을 두고 입학한 선후배 사이다. 이 후보는 경제학과, 조 후보는 외교학과 출신이다. 서초구 갑 지역구에 오래 공을 들여온 것도 비슷하다. 이 후보는 서초구 갑에서만 두 번(17·18대) 당선된 바 있고, 조 후보는 20년째 반포에서 사는 서초 토박이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한때 ‘박근혜의 입’으로 활약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조 후보는 2012년 대선 때 각각 캠프 대변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다만 이 후보의 경우 현재는 비박으로 분류되고, 조 후보는 이른바 ‘진박’으로 불리면서 정치 인생이 엇갈리고 있다. 두 후보 이외에도 조소현 변호사와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이 함께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서초구 을: 朴 경제교사 vs MB 입


서울 서초구 을 지역구는 전·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맞붙는다는 점에서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다. 일단 서초구 을 현역 의원인 강석훈 의원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냈다. 강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성신여대에서 경제학과 교수를 하다가 2007년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인연을 맺어 정치권에 입문한 케이스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해 현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19대 총선에서 고승덕 전 의원을 밀어내고 배지를 달았다. 현재는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강 의원에 도전하는 인물은 이명박 정권에서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했던 이동관 전 수석.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동관 예비후보는 이명박 정권 실세로 불리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인물이다. 19대 대선에서는 종로에 출마했다가 낙천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는 서초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서초에서만 28년을 살았다는 점을 내세워 강 의원에게 도전하고 있다. 

 

이 후보 이외에도 정옥임 전 의원과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도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두 예비후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지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정 후보는 18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면서 보수층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박 후보는 서초구청장과 김무성 대표 비서실 부실장을 지내며 정치 기반을 닦았고, 구청장을 지내면서도 지역민들에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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