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마케팅에 활용…게이미피케이션 각광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3.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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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70% "게임 마케팅 도입 의향" 밝혀
나이키 플러스의 Bid your Sweat 캠페인 / 사진=나이키 플러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마케팅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와 게임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을 일컫는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단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Game)과 ‘~이 되게 함’이라는 뜻의 라틴계 접미사 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게임화’정도가 적당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2002년 영국의 프로그래머 닉 펠링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이후 2011년 미국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교육, 의료, 기업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게임과 같은 재미 요소를 넣어 사용자로 하여금 능동적인 참여와 빠른 동기유발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마케팅 도구로서 각광 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로는 커피 10잔에 공짜 커피 한 잔과 같은 보상을 내거는 쿠폰 제도가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지식IN을 꼽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IN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포인트인 내공을 제공하고, 내공에 따라 등급 체계를 달리 적용한다. 이는 답변자가 더 나은 등급으로 상승하는 욕구를 유도함으로써 더 높은 참여 동기를 이끈다. 가장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와 그것을 엮어내 보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는 ‘실시간 검색순위’에도 게임요소가 포함돼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나이키 플러스’ 어플리케이션이 자주 언급된다. 운동화에 나이키 플러스 센서를 달고 운동을 하면 운동량이나 운동 경로, 이용자의 칼로리 소모량 등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나이키 플러스는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신기록을 달성해 나갈 때마다 축하 음성 메시지를 주거나 트로피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또 다른 사람과의 운동 거리, 횟수 등을 순위로 표시해 경쟁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나이키는 지난 2012년에 Bid your Sweat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석하면 ‘땀으로 입찰하라’다. 여기서 말하는 Sweat는 나이키 플러스 앱을 통해 측정된 사용자들의 이동 거리를 의미한다. 나이키는 이동 거리에 따라 가상화폐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나이키 제품을 경매형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당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타벅스의 별 뱃지 제도 / 사진=스타벅스

시장조사업체 M2리서치는 미국 게이미피케이션 시장이 오는 2016년 2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IT 분야 리서치업체인 가트너도 세계 2000개 글로벌 기업 중 70%가 이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을 마케팅에 활용할 의향을 보이고 있으며, 시장 규모 역시 2011년 1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 55억달러로 급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의 브라이언 버크(Brian Burke) 부사장은 “게이미피케이션 추세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인류 놀이 문화를 계승한 것”이라며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관련 전문가 양성에 나서고 있다. 동양대학교는 2016학년도부터 테크노공공인재학부를 신설하고 학부 내에 IT융합전공(게이미피케이션 트랙)을 국내 대학 최초로 개설했다. 동양대는 이를 통해 IT융합과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최근 마케팅 외에도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해 12월 ‘과학, 교육, 게임의 융합 방향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이재성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전무는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주도형”이라며 "과학이나 수학을 자기주도형으로 만들기 위해 게임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진흥단장도 “게임을 통해서 즐기고 향유하는 과학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시민참여 과학 프로젝트인 갤럭시 주와 폴드 잇을 소개했다. 

갤럭시 주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봇 망원경으로 2년 반 동안 촬영한 100만 장의 성운 사진을 네티즌 27만 여 명이 참여해, 분류하는데 성공한 프로젝트다. 폴드 잇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단백질 구조를 변형시키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통해 2011년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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