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침체 장기화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29 18: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점유율 감소·노사갈등 '내우외환'...저비용항공사 약진· 원화 약세 겹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약진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송 점유율과 여객 분담률이 떨어지고 그 감소분을 저비용항공사(LCC)이 앗아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높아져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 갈등도 심해져 위기 탈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출구 없는 터널에 들어섰다. 저비용항공사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여객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국제선 실적이 4.9% 늘어난 데 비해 국적 저비용항공사 실적은 37.6% 증가했다.

대형항공사 국제선 분담률도 줄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국제선 분담률은 2011년 3.9%에서 지난해 14.6%로 늘어났다. 반면 2011년 56.2%를 차지했던 대형항공사 국제선 분담률은 지난해 49.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대형항공사는 국제선 여객을 통해 매출 55~60% 가량을 벌고 있어 국제선 분담률 축소는 이들 항공사에 치명적이다.

국적 항공사들이 지난해 외국인 승객으로부터 벌어 들인 수입도 줄어 들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은 지난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가 외국인에게 여객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돈은 모두 38억2430만 달러로 집계했다 이는 전년보다 21.2%(10억3040만 달러) 줄어든 수치다.

환율 등 외부 환경도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항공기와 연료를 달러로 사거나 빌려야 하는 탓에 외화 부채 의존도가 높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부채 부담이 커지는데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 중 한 때 1240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0년 6월 30일 1243.0원을 기록한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1년 전 달러당 107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과 비교하더라도 환율이 크게 올라 이들 항공사 부담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환율 상승 탓에 지난해 3분기 누적 2620억원 외환차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의 달러 표시 차입금은 약 92억달러(10조8000억원)에 이른다. 외화부채 규모가 큰 만큼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7030억원으로 환차손이 커지면서 적자 폭이 심화됐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차손 여파를 비껴가기가 힘들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1550억원 규모 달러 부채를 가지고 있다. 반면 달러 자산은 1592억원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원화 약세 영향으로 외화 환산 차손이 1367억원 발생하며 순손실을 입었다.

경영 상황은 악화되고 있지만 이들 항공사 내홍은 커져가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임금교섭 협상 결렬 직후 찬반 투표를 거쳐 지난 19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대한항공 사측은 이에 대해 법적 대응했다.

대한항공 사측은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할 때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법적 문제는 없으며 갈등 해결 노력이 필요한데 사측은 대화 없이 고소와 고발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23일 지난해 사측에서 발표한 구조조정을 두고 승무원 감원 계획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 과정에 유인물 배포를 막는 사측과 배포를 하려는 노조 간 폭행 시비가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로 인해 경영이 악화된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등 유럽 대형항공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노사 간 심한 갈등 상황을 빚었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이러한 과정 속에 있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