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국부를 늘리자
  • 김영익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6.02.18 17:44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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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경제 어디를 보아도 좋은 통계가 별로 없다. 그러나 대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더불어 우리가 금융 투자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통계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1060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은 국내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서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고 있다.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소비와 투자 등 국내 수요 위축으로 수입이 대폭 줄어들면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불황형 흑자’라고 낮게 평가하지만, ‘적자’보다는 ‘흑자’가 훨씬 낫다.

다음으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에 우리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 에너지 수입은 1731억 달러로, 2014년에 비해 713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원유 수입에서만 거의 400억 달러를 아낀 것이다. 크게 보면 세계의 소득이 에너지 생산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소비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직접 투자나 증권 투자에 의해 밖으로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해외 증권 투자로 나간 돈이 496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돈으로 해외 금융 상품에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 따지고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대부분 상품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상품수지 흑자는 우리 국민들이 기업을 통해 땀 흘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다. 이런 자금을 해외 금융 상품에 잘못 투자해 손실을 본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는가.

우리나라 이자·배당소득을 합친 투자소득이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자소득은 2001년부터 15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고, 2012년부터는 배당소득도 흑자로 돌아섰다. 이제 우리가 금융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에도 투자소득이 60억 달러였고, 2010년 이후 누적으로는 40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투자 수익률이다. 글로벌 환경을 보면 투자 수익률을 높일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각국의 정책 당국이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거의 모든 국가와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쉽게 말하자면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에 존재하는 기업체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특히 과잉 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국에서 앞으로 1~2년 내에 보게 될 전망이다. 이 시기에 해외 기업·주식·채권을 헐값에 살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여기에 잘 활용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 투자를 하는 연기금이나 금융회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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