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 남는 장사… 주판알 튕기는 미·중·일·러
  • 유지만 기자·모종혁│중국 통신원·박상기│BNE글로&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16 13:26
  • 호수 13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도발 이후 주변 4강 입장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2월7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직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 EPA 연합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해 동북아시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있다. 북한의 도발은 단순히 남북 간 문제로 국한할 수 없는 세계적 이슈다. 이에 따라 남북을 제외한 주변 4강인 미국·중국·일본·러시아는 저마다 자국 이익에 기반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이 동맹을 강화해 대(對)중국 압박에 나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북한 도발 이후 미·중·일·러 4국의 입장과 향후 대응을 살펴봤다.


“한국, 사드 배치하면 대가 치를 것” │ 모종혁 중국통신원

설 전날인 2월7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 차오양먼(朝陽門) 난다제(南大街)에 자리 잡은 외교부 청사.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긴급히 불러들인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 마주 앉았다. 이 둘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소개됐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논의하기 시작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엄정한 입장을 표하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류 부부장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도 초치(招致)했다. 그 면담 내용도 화대변인이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한 데 중국 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표명하며 항의했다”고 공개했다. 언뜻 보면 중국 정부가 두 사안 모두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표현할 때 문자와 단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인다. 과거 다섯 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에서 중국은 줄곧 ‘위성 발사’라는 단어만 고집해왔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원칙적 입장’을 내세워 핵개발을 반대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엄정한 입장’을 전달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단호함을 표출했다. 즉, 당면한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보다 사드 배치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일 저녁 국영 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도 잘 드러났다. 뉴스 대부분을 춘제(春節) 맞이 소식으로 채웠는데, 막판에 사드 배치 논의 소식을 외교부 성명 그대로 내보냈다. 하지만 미사일발사 문제는 보도하지 않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월9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AP 연합

中 “北 미사일 개발은 전략적 손해” 경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 관료들과 언론 매체의 속내는 환구시보(環球時報)를 통해 극명히 드러났다. 환구시보는 2월8일자 사설 두 편을 통해 북한과 우리에게 경고를 보냈다. 북한에는 “양탄(兩彈·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개발이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효과는 작은 대신 전략적 손해를 크게 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복잡성 등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난국 타개를 할 수 없기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설에선 한국을 겨냥해 “한국의 사드 배치 논의는 ‘전략적 단견(短見)’으로 동북아 안보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며 “사드가 북한만 겨냥해서 중국의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은 무기력하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국제 문제 전문지다. 주요 필진과 기자가 3040세대로 중국의 민족주의적 입장과 국수주의적 견해를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반면 일반 대중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가 지난 2월5일 춘제 연휴에 앞서 트위터리안을 대상으로 ‘만약 미군이 북핵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을 공습한다면 이를 어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응답자 8000여 명 가운데 무려 66%가 공습을 찬성했다. 이 여론조사는 하루 만에 중국 당국의 검열에 걸려 곧 삭제됐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실제 미사일 발사후 필자의 중국인 지인들은 한목소리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성토했다. 심지어 “개망나니 같은 김정은이 중국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며 격분한 이도 있었다. 이것은 중국 정부의 갖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데다, 중국 최대 명절을 앞두고 북한이 잔칫상을 걷어찬 격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2일 북핵 6자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를 북한에 급파했다. 우 대표는 2박 3일 동안 평양에 머무르다 귀국한 후 “해야 할 말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북한은 중국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켓을 발사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도 중국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이런 북한의 뒤통수 때리기에 중국인들의 인내심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석유 금수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가 실패한 것은 중국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이 북한에 석유·식량·비료 등을 무상 원조한 금액은 37억5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이 제공한 식량은 345만 톤에 달해, 같은 기간 해외에서 북한에 지원해준 전체 식량 원조의 26.9%(한국은 26.5%)를 차지했다.

북한의 전체 무역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0%에 달한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석유의 90%, 소비재의 80%를 수출한다. 또한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무연탄과 철광석을 사들인다. 만약 중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가한다면, 북한은 끔찍한 에너지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03년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3개월간 석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은 1년 가까이 에너지난에 시달렸다.

이런 현실은 한국과 미국 모두 잘 알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벌이자 미국은 중국에 제재의 일환으로 대북 석유 수출 및 무연탄 수입의 금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답변을 줄곧 보류하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이는 중국과 북한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중국과 북한은 한국 전쟁을 함께 치렀던 혈맹이다. 지금도 굳건한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밀접했던 두 나라 관계는 북한의 핵개발 이후 금이 간 상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고 북한이 우리에게 흡수되는 상황은 중국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미래다. 북한이 붕괴되면 대량의 난민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유입된다. 중국군은 미군을 등에 업은 우리 군과 국경을 맞대야 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가 ‘완충지대’인 북한을 넘어서 중국 대륙 전체를 사정권으로 두어 겨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정원, 무책임·비전문적” 비판 │유지만 기자

2월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 AP 연합

러시아와는 외교 관계까지 서먹해질 분위기다. 북한의 로켓 발사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국정원은 북한이 발사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부품을 도입해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2월7일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가 끝난 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 발사체의 중요한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도 “북한이 자체 개발도 했겠지만 중요한 부품은 러시아에서 도입했을 걸로 추측하고 또 상당한 자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가 알려지자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2월10일(현지 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매우 비전문적인 것”이라고 비판하며 “만일 한국 정부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결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북한에 불법적으로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월8일 러시아 우주로켓 분야를 담당하는 드미트리 로고진 부총리는 러시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적은 조금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러시아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과 마찬가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월9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박노벽 주러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청해 면담했으며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 측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협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온 러시아가 대사까지 불러 직접 우려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중국과도 북한 로켓 발사 및 사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월9일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리후이(李輝) 주러 중국대사를 만나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와 중국 양측은 북한이 명백하게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당사자들이 더 심각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하며 정치·외교적 해결책 외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북한 불법 거래 도운 제3국도 제재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이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수준에 불과한 최빈국 북한이 세계 최강국 미국에 죽기 살기로 대드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했다. 미국 국무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즉각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선포하고 모든 교통과 통신을 끊어버렸다.

미국 의회는 북한의 외화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 방식과 방코델타아시아 방식을 채택해 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해 제재 대상을 북한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거나 북한의 불법 거래를 도운 제3국의 개인과 단체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초강경 경제 제재가 특징이다. 북한이 이로 인해 돈줄이 막혀 숨넘어갈 듯 절박해하며 핵을 포기해주면 좋은데 실질적인 전망은 그럴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북한은 완성을 목전에 둔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핵미사일 개발국으로서 이란과 시리아가 했던 것처럼 제3국에 염가로 팔아 한몫 챙길 속셈일 것이다.

둘째, 대외무역이라 해봤자 총 1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인 데다, 그나마 그것마저 중국 외에는 딱히 무역이랄 것도 없는 북한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무너진 이란이야 석유 수출 등 대외무역 의존도가 북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다. 결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직접적 압박 타깃은 중국인데, 미국도 안 무서워하는 중국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는 콧방귀도 안 뀔 테고, 따라서 과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른다.

셋째,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으로 비쳐져 가뜩이나 불편한 미·중간에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 십상이다. 이때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미국과 동조한 우리 정부에 대해 얄미운 마음에 한·중 무역 및 한국 기업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해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더 짙게 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원만한 대중국 외교 전략의 기획과 수행은 제갈량이 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혜롭게 대처해나간다면 전화위복의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사유 재산 피해와 투자비용 손실 등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감수하고 시행한 개성공단 폐쇄에 상응한 협력 및 지원 조치를 구축해야 한다. 또 중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는 자국 영토와 국민의 안전 그리고 산업 보호를 위해 사드의 주한미군 기지 배치를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밝혀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중국 겨냥해 미국과 동맹 과시│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한국과 일본 정부가 10일 대북 독자 제재를 결정한 것을 크게 보도한 2월11일자 일본 주요 신문. © AP 연합

 

 

 

 

 

 

 

 

 

북한의 군사 도발로 인한 동북아 지역 내 군사적 위기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다. 물론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있는 일본에 북한의 핵미사일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군사적 위협임에 틀림없다. 이는 일본 열도 북쪽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시작해 오키나와 공군기지까지 대규모 군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에도 중대한 위협이다. 여기서 일본과 미국 사이에는 군사적 협력의 필요성에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일본은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일본뿐만 아니라 북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리더십에 심각한 위해와 위협이 되고 있다는 논리로 미국과의 동맹을 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영악하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역 방어 작전체계에 해군과 공군 중심의 자위대를 슬며시 편입시키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와 외교 마찰을 빚고 있다. 또 중국과는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군사적 요지일 뿐 아니라 최근 연구 조사에 의해 밝혀진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막대한 해양 에너지자원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 역시 남중국해의 이권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중국과의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 미국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도 은근슬쩍 일본 편을 드는 모양새다. 매년 5조 달러에 달하는 해상물동량이 지나가는 남중국해 지역 내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과 연일 영토 및 외교 분쟁 상황을 연출한 중국의 자국 이익 우선 외교정책도 해당 지역에서 일본과 미국이 대중(對中) 군사 협력을 다지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