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없는 현대중공업에 물량팀만 죽어납니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2.12 18:06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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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기성 삭감에 1~3개월 단기 하청 계약직 대량 해고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7월 브루나이 BGC사에 인도한 15만5천㎥ 멤브레인형 LNG선의 시운전 모습. / 사진=현대중공업

적자 늪에 빠진 현대중공업 여파에 사내하청 물량팀이 대량 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물량팀이란 하청업체가 단기 계약한 고숙련 노동자를 말한다. 현대중공업 일감이 급감하자, 하청업체들이 물량팀과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9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해양플랜트에서 비롯된 영업손실액만 1조5401억이다. 이중 1조1000억원 가량이 해양부문에서 발생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해양2공장인 울주군의 온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긴축경영에 착수했다. 여파는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미쳤다.

조선·해양업은 작업 종료일을 엄수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하청업체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물량팀이라 불리는 고숙련 노동자와 1~3개월 단기 계약을 맺는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물량팀 계약이 계속 연장되며 사실상 정규직과 같은 지위에서 일을 하게 된다. 문제는 불경기에는 정규직과 달리 별도 절차없이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38년째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L씨는 “작업이 많을 때는 물량팀이 핵심 직원이다. 보수도 일반 직원보다 많이 받고 근무환경도 정규직과 비슷하다. 문제는 이들인 단기 계약직이다 보니 무방비로 해고당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작업 인원들 대부분이 조선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고숙련자다. 나이가 많다보니 부양해야 할 가족도 있는데, 당장 예고 없이 일감이 없어지다보니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의 일로, 원청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기성금 삭감 문제는 계약에 따라 이행됐을 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물량팀 해고사태는 하청업주가 담당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형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하청업체에 상황에 따라 물량팀 전부와 계약을 해지한 곳도 있다. 물량팀이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해고를 방지할 장치도 전무한 상태”라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을 삭감한 상태에서 하청업주들도 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단체 행동도 고려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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