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국, 샌디스크 인수 실패하나..반도체굴기 실패론 '솔솔'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1.27 17:32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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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A 샌디스크 주가 하향조정…업계 불황 및 미국 방어 탓
26일 중국의 샌디스크 우회 인수가 자칫 투자를 받지 못해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최초로 나왔다. 사진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칭화유니그룹 홍보 이미지. / 사진=중국칭화그룹 홈페이지.

중국의 샌디스크 우회 인수가 자칫 불발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거침없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육성정책)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최초로 나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부품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샌디스크 주가가 86달러에서 61달러로 고꾸라졌다. 샌디스크를 인수하기로 한 웨스턴디지털 주가 역시 전날보다 5.1% 추락한 42달러로 떨어졌다. 샌디스크의 대주주는 중국의 반도체 인수합병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칭화그룹이다.

두 회사 주가가 떨어진 것은 외국계 투자기관 CLSA(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이 내놓은 한 분석 때문이다. CLSA는 “돈을 대기로 한 중국 자본, 즉 칭화그룹측이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따라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는 주주의 허락과 동의를 못 얻게 될 것이며 결국 인수가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CLSA가 중국측이 투자를 보장받지 못할 상황으로 돌변한 가장 큰 이유로 반도체 업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을 거론했다.

당초 웨스턴 디지털은 중국 칭화홀딩스 자회사 유니스플렌더의 자금지원을 받아 샌디스크 주식을 주당 86.50 달러에 매입키로 했었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유니스플렌더의 이번 인수를 주도했던 한 간부가 책임을 지고 해고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올들어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이 사실상 침체기에 들어서 있다. SK하이닉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1% 줄어든 9889억 원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무조건 인수만 하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목표 수익률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워낙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과연 인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업계가 불황에 빠진 건 우리 기업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중국의 반도체 진출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이유로 중국이 당분간 반도체 굴기를 절제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너무 강하게 반도체 인수합병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미국이 정책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굴기가 당분간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칭화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메모리 부문 세계 3위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고 있으나 미국정부의 방어에 막혀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샌디스크 인수가 불발된다면 마이크론 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반도체 부문 인수 좌절은 자칫 인력 유출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안기현 상무는 “중국이 인수합병이 쉽지 않아지면 국내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데 눈을 돌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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