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중국이 무인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켜 탐사에 나설 방침이다. 일단 “2018년 6월에 중계위성을 쏘아 올리고, 그해 말에 착륙기와 탐사기를 발사할 계획”이라고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방과학기술공업국’이 밝혔다. 달의 뒷면은 단 한번도 착륙선이 내린 적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중국의 달 뒷면 탐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그렇다면 달 뒷면 탐사를 아직까지 못한 이유는 뭘까?
달 뒷면에선 지구와의 직접 통신 어려워
달의 뒷면은 1959년 10월4일 소련(지금의 러시아)의 ‘루나 3호’가 처음으로 촬영에 성공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루나 3호’는 달을 회전하면서 뒷면을 촬영하고, 자동으로 사진을 현상해 지구로 돌아오는 도중 사진을 무선 전송해 전 세계에 공개했다. 그 후 여러 탐사선이 달의 뒷면으로 보내졌다.
1968년 12월2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3명의 우주비행사(프랭크 보먼, 짐 러벨, 윌리엄 앤더스)를 태운 아폴로 8호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달 뒷면으로 다가가는 데 성공했고, 3명의 우주비행사는 달 뒷면에 접근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이들은 검은 달 뒷면을 돌아 별자리를 보고 지구로의 방향타를 잡았다. 2012년에는 NASA가 발사한 쌍둥이 달 탐사위성 ‘그레일리’의 달 뒷면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또 지난해 7월16일에는 심(深)우주기상관측위성(DSCOVR)이 지구를 배경으로 달뒷면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보내왔다. 달 뒷면과 지구를 동시에 찍은 사진은 이것이 처음이다.
흔히 알고 있겠지만, 달의 뒷면은 달 주기 등의 이유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 달은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똑같다. 공전은 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변을 도는 운동이고, 자전은 천체가 스스로 도는 운동을 말한다. 지구의 경우, 태양 주변을 약 1년에 걸쳐서 공전하면서 24시간에 한 번씩 제자리에서 도는 자전을 하고 있다. 지구의 위성인 달도 공전과 자전을 하고 있는데, 달은 29.5일 동안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돈다. 게다가 달은 지구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같은 속도로 스스로 한 바퀴를 돈다. 그 결과 항상 같은 면이 지구를 향하게 되면서 지구에서는 언제나 달의 한쪽인 앞면만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달 뒷면은 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실제 탐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통신 등의 문제로 궤도선의 상공 탐사만 이루어졌을 뿐, 아직까지 직접 착륙을 시도한 국가는 없다. 달 뒷면을 탐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달의 궤도 특성상 뒷면에서는 지구와의 직접 통신이 어렵다. 달 뒷면에 가 있으면 지구로 전파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968년, 아폴로 8호를 타고 3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뒷면으로 다가간 20시간 동안 지구와의 교신이나 휴스턴과의 교신이 중단돼 하마터면 이들 3명이 최초로 우주를 헤매는 미아가 될 뻔했다. 달의 앞면은 늘 지구를 향해 있어 통신을 주고받거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달의 앞면에는 낮고 평평한 땅이 많은 반면, 뒷면은 평지가 적고 매끄럽지 않은 분화구와 돌로 된 높고 거대한 산지로 이뤄져 매우 험하다. 이렇게 불규칙한 뒷면 대륙에 무인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차량형 탐사선을 활동시키는 기술 또한 만만찮다. 더구나 위성을 이용한원격 신호 전송 기술을 비롯해 해가 들지 않는 달의 밤 상황에서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 등 고난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달 뒷면 탐사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달 궤도상에 달을 회전하는 통신위성을 띄워놓으면 가능하다. 이 통신위성의 중계를 통해 지구와 교신할 수 있게 되면 탐사가 가능하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탐사선과 이를 실어 나를 착륙선, 달 주위를 돌며 통신을 연결해줄 중계위성까지 미리 발사할 예정이다. 만약 창어 4호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국가라는 영예를 얻게 된다.
미국 NASA, 중국보다 먼저 발사 방안 검토
창어 4호는 첨단 기술적인 면에서도 여러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지점(L2)’을 매개로 세계 최초로 통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라그랑주 지점’은 3곳에서 작용하는 힘의 균형이 맞아서 가만히 머무를 수 있는 곳, 즉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두 개의 천체 사이에 작은 물체가 있을 때, 두 개의 천체 주변에서 중력이 0이 되는 안정적인 지점이다.
이를테면 지구와 달의 중력이 평형을 이뤄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안정된 곳을 말한다.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으니 인간이든 우주선이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라그랑주 지점’은 우주정거장 등을 세우기에 이상적이다. 2010년에 발사된 ‘창어 2호’는 달 궤도 임무를 마치고 지구와 달, 태양 사이에 있는 ‘라그랑주 지점’에서 서 있는 실험을 해성공한 적이 있다. 지구와 달 사이, 태양과 목성 사이에는 이론적으로 5곳의 ‘라그랑주 지점’이 존재한다.
‘라그랑주 지점’은 이탈리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제프 라그랑주가 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 지점에서 통신에 성공한 적은 없다. 만일 중국이 여기서 달과 지구 간 중계 통신을 최초로 실현한다면, 인간을 달에 보내기 위한 우주정거장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중국만 달 뒷면 탐사를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니다. NASA는 중국보다 먼저 달 뒷면 탐사위성 발사를 계획했다. 지난 2010년 NASA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나서기 전 록히드마틴사와 협력해 달 뒷면 탐사위성을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이들의 프로젝트는 ‘달 뒷면 미션(L2-farside mission)’이라는 명칭 아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 프로젝트의 탐사위성은 달 뒷면에는 착륙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달 탐사는 그 자체로 산업적·과학적 의미가 크다. 달은 대기가 전혀 없는 초진공 환경으로 쓸모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입자가속기나 중력파 탐지 같은 과학 실험과 초정밀 회로를 만드는 반도체산업에 아주 유용하다. 또 달의뒷면은 지구에서 나오는 빛이나 전자기파가 완전히 차단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우주과학 연구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뒷면에 전파망원경이나 광학망원경을 두면 엄청난 효율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과 미국. 이번엔 미지의 달 뒷면을 누가 먼저 정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