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법망으로 증여세 피해간 하이트진로 2세들
  • 유재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1.20 17:36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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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증여세 부과됐지만 2심에서 취소...현재는 관련규정 정비로 증여세 내야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30일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클래식 등 소주 출고가를 1015.70원으로 인상했다/사진=뉴스1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재산상 이익을 얻고도 허술한 증여세법 때문에 최근 부과된 세금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관련 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문덕 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자신이 보유한 하이스코트 주식 전부(당시 평가액 1228억원)를 장남인 태영씨와 차남인 재홍씨가 지분을 모두 보유한 삼진이앤지(현 서영이앤티)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무상으로 증여받은 주식은 법인세법에서 이익(자산수증이익)으로 보기 때문에 당시 삼진이앤지는 313억7100여만원의 법인세를 국가에 납부했다.

또 당시 세무당국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증여와 유사한 행위에 증여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는 증여세 포괄주의에 따라 태영,재홍 형제에게 각각 242억8700여만원, 85억1600여만원을 부과했다. 박 회장의 주식 증여로 삼진이앤지의 주식가치가 상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 형제는 즉각 소송으로 맞섰다. 이들은 “삼진이앤지가 이미 법인세를 납부했고 추후에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다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의 아버지인 박 회장의 주식 증여를 주식의 전환·인수 등 자본거래로 얻은 이익으로 볼 수 없고 사업 양수‧양도, 사업 교환 및 법인의 조직 변경 등에 의해 소유지분이나 가치가 변동됨에 따라 얻은 이익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8월 1심 재판부는 세무당국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보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최근에 2심 재판부가 이 사건을 완전히 뒤집고 부과된 증여세를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결손금이 없는 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삼진이엔지가 법인세를 부담했기 때문에 증여세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당시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결손금 등이 있는 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에 한해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흑자법인인 삼진이엔지는 특수관계인인 박 회장의 주식 증여가 있더라도 두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결손금이 있는 법인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늘어난 이익(자산수증이익)과 상계돼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당시 법규정은 결손법인의 법인세 탈루에 초점을 맞춰졌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증여세를 부과를 막는 틈새 규정이 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4년부터 흑자법인이더라도 특수관계에 있다면 해당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물릴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보완했다”면서 “지난해에는 관련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법인세가 부과 됐더라도 증여의제로 규정된 경우에 증여세를 물릴 수 있도록 명시했다. 현재는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정비 중이다”고 밝혔다.

결국 관련 법령 미비로 하이트진로 2세들은 실질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얻었지만 증여세는 피해가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해 국세청은 대법원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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