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 밀어주기’ 이면에 어른거리는 승계 구도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1.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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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 만성 적자 계열사 ‘네오뷰코오롱’에 14년간 3000억대 지원 논란
최근 15년간 계속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적자 계열사인 네오뷰코오롱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모든 사업에서 실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 전망이 있다고 판단하고 투자했다. 당장 실적이 안 나온다고 해서 사업을 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코오롱이) OLED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 1년 전인 2015년 1월, 코오롱그룹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당시 OLED업체였던 네오뷰코오롱(현 코오롱아우토)은 13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다. 모회사인 ㈜코오롱이 매년 유상증자 형식으로 300여 억원씩, 3000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경영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2013년 네오뷰코오롱은 13억5000만원의 매출과 268억1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역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OLED 사업 철수설이 나왔지만, 코오롱그룹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소문을 일축했다.

아우디 딜러 사업권도 네오뷰코오롱에 넘겨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1월 말  돌연 OLED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사업 철수설을 부인한 지 1년도 안 돼 말을 뒤집은 것이다. 만성 적자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 선택한 것이 자동차 딜러업이다. 코오롱은 지난해 8월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로 선정됐고, 이 사업권을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네오뷰코오롱에 줬다. 네오뷰코오롱은 지난 연말 서울 송파에 전시장을 열어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에는 참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대치(강남)·강동 전시장까지 개장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회사 이름도 ‘코오롱아우토’로 바꿨다. 지난해 11월24일과 12월23일에는 또다시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코오롱이 각각 370억원과 8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웅열 회장이 일련의 변화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의 한 관계자는 “원래는 네오뷰코오롱에 사업권을 줄 계획이 없었다”며 “사업권을 따낸 시점에 네오뷰코오롱이 OLED 사업을 접으면서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경영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네오뷰코오롱이 OLED 사업에서 철수하고 자동차 판매 사업에 나서면서 연간 2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며 “㈜코오롱 역시 자회사 지원에 따른 위험이 줄면서 재무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수입차 딜러 원년 업체다. 외제차 수입 자유화가 시행된 다음 해인 1988년부터 코오롱상사를 통해 BMW 딜러 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코오롱글로벌을 통해 BMW그룹 브랜드인 BMW와 미니, 롤스로이스 등 완성차와 모터바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매출은 6900억원, 영업이익은 17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업 다음으로 매출이 많았다. 특히 영업이익은 코오롱글로벌 전체 영업이익의 60%로, 건설과 무역, 구매대행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코오롱은 최근 수입차 판매 노하우가 있는 코오롱글로벌 대신 디스플레이업체인 네오뷰코오롱에 딜러 사업권을 넘기면서 우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 의문의 골자다. 특히 아우디는 BMW의 경쟁 회사다. 코오롱은 현재 BMW의 최대 딜러사로 국내에서 팔리는 BMW의 30% 이상을 처리해왔다. 아우디 딜러권 추가 인수로 BMW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오롱의 ‘네오뷰코오롱 밀어주기’를 이 회장의 외아들 규호씨와 연결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규호씨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을 거쳤고, 201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했다. 입사 4년여 만에 차장에서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규호씨의 승진을 ‘4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규호씨가 현재 보유한 그룹 지분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코오롱은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코오롱이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현재 이웅열 회장(47.38%)이다. 나머지 3.11%를 계열사 임원과 이 회장의 누나인 경숙(1.02%)·상희(0.50%)·혜숙(0.77%)·은주(0.77%)씨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2월 경숙·상희·혜숙·은주씨와 특수관계인 신은주씨에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지분 5만2140주(0.20%)를 상속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었다. 어쩐 일인지 유력 후계자로 꼽히는 규호씨는 이번 상속에서도 배제됐다.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규호씨의 지분 확보가 시급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지분을 증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천문학적인 수준의 증여세가 들어가게 된다. 경영에 참여한 지 4년밖에 안 된 규호씨가 증여세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인 것이 사실이다.

그룹 핵심 인사들 대거 네오뷰코오롱으로

비상장 계열사인 네오뷰코오롱이 일정 부분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준 다음 오너 2·3세가 지분을 매집하는 형식으로 후계 구도를 완성한 삼성이나 현대차 등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코오롱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네오뷰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지분 99.23%를 보유한 ㈜코오롱이고, ㈜코오롱의 최대주주는 이웅열 회장(47.38%)이다. 이 회장이 ㈜코오롱을 통해 네오뷰코오롱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코오롱 역시 4세 지분이 전무한 만큼 이런 전례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난해 말 코오롱아우토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그룹의 핵심 인사를 대거 끌어들인 상태다. 코오롱아우토의 대표는 현재 지주회사인 ㈜코오롱의 안병덕 대표다. 안 대표는 코오롱 비서실과 주요 계열사 대표를 두루 거친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정기 인사에서 코오롱아우토의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그룹 비서실 출신인 이철승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와 윤광복 그룹 경영관리실장도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일련의 조치가 결국 4세 체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코오롱그룹 측은 “후계 구도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아직 젊고 이규호 상무 역시 경영 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며 “네오뷰코오롱을 이 상무의 승계 구도와 연결 짓는 일각의 시각은 말 그대로 추측에 불과하다. 내부적으로도 그런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코오롱 본사 건물. © 시사저널 박은숙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네오뷰코오롱을 두고 뒷말이 나온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장은 2001년 네오뷰코오롱을 인수해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화학섬유 중심의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기업과의 제휴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선발 업체인 삼성이나 LG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회사 설립 때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매출 자체가 전무했다. 2005년 147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6년에 또다시 매출이 다시 32억원으로 감소했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 1439억원의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네오뷰코오롱의 자본금은 1482억원에서 42억원으로 감소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대주주인 ㈜코오롱에 돌아갔다.

그럼에도 회사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2009년 감자로 적자를 털어냈지만, 4년 만에 누적 적자가 600억원대로 불어났다. 재계에서는 “이웅열 회장이 거액의 손실을 보면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히 10년 이상 투입된 수천억 원의 행방이 묘연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네오뷰코오롱의 연매출은 각각 12억원과 66억원, 22억원, 13억원이었다. 적자 규모는 2010년 171억원에서 2013년 268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하지만 급여 지출은 2010년 48억5700만원에서 2013년 11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경상연구비는 4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급여(110억원)와 퇴직급여(10억3500만원), 복리후생비(12억3100만원) 등으로 무려 132억6600만원을 지출했다. 2013년 ㈜코오롱이 지원한 300억원의 44%를 인건비로 쓴 셈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오롱은 2013년 849억원의 적자를 냈다.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 역시 건설 경기 침체로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의 연봉 10%를 삭감했다.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네오뷰코오롱만 급여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이 회장의 경우 배임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 회장은 2013년 8월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행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워런트를 행사해 71억원의 시세 차익을 냈다. 2011년에는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BW를 행사해 121억원의 시세 차익을 냈다. 아직 행사하지 않은 계열사의 워런트까지 포함하면 평가 차익은 9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부실 계열사에 대한 증자는 ㈜코오롱에 떠넘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얼마 전 자본잠식 위기에 빠진 신세계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의 CB(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배임 이슈 때문이었다”며 “네오뷰코오롱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은 모회사의 부실을 초래하는 만큼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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