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야욕에 마이크론 도우미 자처한 '삼성의 딜레마'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1.13 17:39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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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화그룹 마이크론 인수 리스크에 시장 점유율 함부로 못 늘려 고심
삼성전자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마이크론 인수 야욕에 메모리 생산량을 함부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사진=뉴스1

삼성은 지금 내부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늘려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역량을 집중해 메모리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이럴 경우 메모리 부문 세게 3위 마이크론이 위태로워진다. 마이크론 뒤에는 중국 칭화그룹이 호시탐탐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입을 벌리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육성정책)에 딜레마에 빠졌다.

마이크론이 자생력을 유지시켜야하는 판단을 하고있는 삼성전자로써는 반도체 생산을 줄일 수도, 늘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지난 4분기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부진한 실적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부문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마음만 먹으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저력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06년 반도체 시장이 활황기일 때 낸드플래시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이때 당시 삼성 반도체 사업을 이끌던 황창규 메모리사업부 사장(현 KT회장)은 황의 법칙을 들고 나오며 D램보다 낸드 생산에 역량을 집중 시켰다.

삼성이 낸드에 치중한 사이 대만 업체들은 12인치 팹을 세우며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D램 부문에서 무섭게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이때 대만 업체들은 자축했지만 삼성전자가 다시 D램 생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만 D램 업체들은 결국 무너지게 됐다.

반도체 부문이 부진에 빠졌지만 삼성전자는 당시 썼던 전략을 다시 꺼내들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은 삼성전자(45.9%), SK하이닉스(27.6%), 마이크론(19.8%)이 3등분 하고 있다. 어느 한 곳이 생산을 늘리면 다른 한 곳은 힘들어지는 제로섬 게임의 시장 구조다.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개발로 공급을 늘릴 경우 가장 힘들어질 곳은 부진에 빠진 마이크론이다. PC용 D램에 주력했던 마이크론은 순익이 준 후 뒤늦게 모바일 기기용 D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계속해서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에 인수액 230억달러(26조원)를 제시했다. 이후 12월 다시 칭화유니그룹의 인수설이 나오자마자 마이크론의 주식이 4%나 올랐다. 삼성전자가 생산을 늘리고 마이크론이 힘들어지면 결국 주주들의 버림을 받아 중국으로 회사가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메모리 부문에선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칭화유니그룹이 D램 시장 3위 마이크론을 인수할 경우 수 년 이 걸릴 수 있는 메모리 개발 시간을 단기간으로 단축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이 된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체적인 시장 수요도 좋지 않고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선 공급을 늘리는 건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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